우리말 논술 26.문학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교과서 읽기 논점 2. ‘추천사’에 반영된 ‘춘향’의 모습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한 풀꽃데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향단아. 추천사- 춘향(春香)의 말 1, 서정주, 고등학교 <문학> 어떻게 읽을까 이 시는 그 부제(副題)가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춘향이 향단과 그네를 타면서 독백 형식으로 엮은 노래이다. 춘향전에 의하면 ‘그네’는 춘향과 이 도령의 만남의 계기로 기능하고 있으며 서로 타인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를 연인의 관계로 변화시키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 시에서도 역시 그네는 단순한 놀이 기구가 아닌, 춘향이 자기 자신의 괴로움과 운명을 벗어나려는 수단으로서, 즉 괴로움과 고통, 번민의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조화로운 이상 세계(여기서는 ‘저 하늘’ ‘서(西)’로 표현됨)에 도달하기 위한 매개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춘향의 고통과 번민의 내용은 무엇일까? <춘향전>의 이야기 줄거리에 집착한다면 이는 기생의 딸로 태어난 신분상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도식적으로만 이해하려 든다면 피상적인 견해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춘향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세상은 환멸의 대상이 아닌, 수양버들과 풀꽃더미,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 등으로 표현된 아름다운 곳으로서 오히려 애착의 대상일 수가 있으며, 이상 세계는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이며, ‘아무래도 갈 수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현실을 초극하려는 의지와 현실에 대한 애착 사이에 놓인 심리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태형·정희성 엮음,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
■ 논제 해결 춘향으로 대표되는 ‘자유의지’의 재창조 제시문 (가)를 참고로 (나)의 춘향과 소설 <춘향전>의 춘향을 비교·분석하고, <춘향전>이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로 재창조되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400자 안팎) (가) 춘향전은 춘향과 이 도령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사랑을 다룬 하고많은 소설 중에 이 작품이 유독 인기를 끈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춘향에게 있다. 이 도령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자기를 끝까지 사랑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헤어질 때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용납하지 않는 엄연한 현실에 한없이 절망하면서도 이 도령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또 변학도가 수청을 강요할 때는 기생도 인격을 가진 인간이며, 인간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며 항거했다. 급기야 거지의 모습으로 옥사를 찾은 이 도령을 보고는 원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월매더러 잘 대접하도록 부탁하는 춘향의 모습은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작품 속에서 남원의 민중이 전폭적으로 춘향을 지지하듯이 독자도 춘향의 고난에 함께 울고 행복한 결말에 함께 즐거워했던 것이다. 춘향은 사랑이란 상호 간의 한없는 헌신이자 믿음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 사랑을 위한 헌신과 믿음은 강고했던 중세적 통념과 제도도 막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춘향의 사랑은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착하고 능력 있는 여성이 온갖 악조건 속에 핍박과 고난을 겪다가 끝내 사랑을 이룬다는 이 통속한 이야기가 우리 민족의 고전이 된 까닭은 춘향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우리 역사의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춘향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인격적으로 동등하며, 근원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체험하고 확인해 왔던 것이다.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근대 세계의 이념은 이미 춘향전 속에서 싹트고 있었으며, 이 점에서 우리는 모두 춘향의 후예인 것이다. 원래 춘향전은 판소리 ‘춘향가’에서 나왔는데, 그 역사는 400여년이나 된다. 그동안 춘향전은 최초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창조되어 왔다. 그래서 춘향전은 단일 작품이 아니라 거대한 군집(群集)으로 존재한다. 성춘향도 있고 김춘향도 있으며, 기생 춘향도 있고 여염 처녀 춘향도 있으며, 봉고파직되는 변학도도 있고 그냥 용서받는 변학도도 있다. 20세기 이후로는 창극 연극 오페라 영화 드라마 등으로 계속 재창작되고 있다. 이처럼 당대의 현실을 호흡하며 계속 업데이트되어 왔다는 점에서 춘향전은 우리 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존재이다. 그러므로 다른 고전 읽기와 달리 춘향전 읽기는 우리의 선조들이 춘향과 함께 살아오며, 그녀를 재창조한 그 전통에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춘향을 재창조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 김종철(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나) 위의 시 ‘추천사’
◎ 해결 방향 <춘향전>의 춘향과 제시문 (나)의 춘향은 자신이 인식하는 ‘한계’를 초월하려는 욕구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각각의 춘향이 느끼는 한계의 형태와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인다. 춘향전 속의 춘향은 이몽룡과의 사랑을 좀더 완전하게 가져가기 위해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초월하려 한다. 일시적으로 몰래한 사랑은 춘향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완전한 사랑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신분적 한계를 거부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보통의 여인처럼 절개를 지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춘향의 노력은 변학도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위기에서 춘향은 자신의 기생으로서의 의무를 거부하고 죽음의 지경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절개를 지키게 된다. 결국 이러한 저항은 이몽룡의 극적인 도움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는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한 평범한, 그러나 의지가 굳건한 여인의, 당시 최소의 인간적 선택권마저 박탈하는 지배권력에 대한 저항이다. 반면에 ‘추천사’ 속의 춘향은 춘향전 속의 춘향과 같이 인간의 현세적 삶과 관련된 구체적인 한계가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본질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다. 자신이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마저 거부한 채 그네를 통해 천상적인 세계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이는 인간 본연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사’ 속의 춘향이 지향하는 공간인 ‘하늘’은 인간으로서는 죽음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넷줄’을 통해 그곳에 가깝게 다가갈 수는 있지만, 결국은 ‘그넷줄’을 통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인간’인 것이다. 이런 인간의 숙명을 알기에 춘향은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는 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초월적 세계로 가려는 욕망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이런 내용을 논제의 요구에 맞추어 서술하면 된다. 그리고 ‘추천사’ 등의 시와 같이 춘향전이 끊임없이 재창작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수 있다. 한 예로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 본연의 ‘자유의지’가 시대를 초월하여 춘향전을 재창작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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