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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장면·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

등록 2009-07-19 14:48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수준-중2~고1]

57. 우리말 어휘의 특징 알기
58. 화자의 태도가 드러나는 말
59. 높임 표현 바르게 쓰기

※ 아래 글에서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드러나는 말이 아닌 것은?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기,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먹걸리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뭐, 말두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자, 10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라는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지요, ㉢이 신세를 해 가지굴랑은 굴속 같은 오두막집 단칸 셋방 구성에서 사시장철 밤이나 낮이나 눈 따악 감고 드러누웠군요.

재산이 어디 집 터전인들 있을 턱이 있나요. 서발 막대 내저어야 짚검불 하나 걸리는 것 없는 철빈(鐵貧)인데.

우리 아주머니가, 그래도 그 아주머니가 어질고 얌전해서 ㉣그 알뜰한 남편 양반 받드느라 삯바느질이야, 남의 집 품 빨래야, 화장품 장사야, 그 칙살스런 벌이를 해다가 겨우겨우 목구멍에 풀칠을 하지요. ㉤어디루 대나 그 양반은 죽는 게 두루 좋은 일인데 죽지도 아니해요. - 채만식, <치숙>에서

① ㉠ ② ㉡ ③ ㉢ ④ ㉣ ⑤ ㉤

같은 말일지라도 장면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말의 ‘양반’은 본래 문반과 무반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차츰 의미 영역이 넓어지면서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 또는 ‘남자를 평범하게 부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홀하게 부르는 말’로 사용되었다.

대화의 장면에서 화자는 상대방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태도에 따라 말을 사용하는 방식을 달리할 수 있는데, ㉠의 ‘양반’은 ‘홀하게 부르는 말’로 쓰였으며, ㉡의 ‘사람’도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말로 볼 수 있다. ㉢의 ‘신세’나 ㉤의 ‘양반’도 화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 인물인 오촌 고모부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은 아주머니의 입장에서 본 남편이기 때문에 ‘알뜰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알뜰하다’는 ‘다른 사람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 지극하고 참되다’는 뜻을 갖는다.

※ 아래 글을 소재로 ‘바른 국어 사용의 태도’에 대한 짧은 글을 써 보자.

(가) 욕설의 사전적인 정의는 ‘남의 인격을 헐어 부끄러울 만한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을 하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 말이 욕설인지 아닌지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를 처음 본 어른이 “그놈 예쁘게 생겼네.”라고 할 때의 ‘놈’이 욕설인지 아닌지는 언어적인 표현만으로 가늠하기 곤란하다. 이에 비해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맘대로 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욕설인지 여부는 독립된 단어가 아니라 문장에서 남을 모욕하거나 저주하거나 미워하거나 힐책하는 말로 들리는 표현이라고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나) “나는 ‘장애우’가 아닌, 장애를 가진 보통 사람입니다.”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L 모(33·여·원주)씨는 얼마 전 동사무소 직원이 건넨 말 한마디에 큰 상처를 받았다. 자립을 위해 상담을 요청한 직원의 입에서 “장애우는 관련시설에서 보호받는 게 더 좋을 텐데 왜 나오려 하느냐”라는 말을 들은 것. L씨는 “‘장애우’라는 호칭이 장애인들에 대한 우호적인 의도에서 만들어졌겠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친밀감보다는 오히려 동정을 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 장애우도 언어 편견, <강원도민일보>

2009년 4월20일, 이수정 기자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답안

㈎는 같은 표현일지라도 욕설처럼 들리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음을 나타낸다. ㈏는 ‘장애인’이라는 차별어 대신에 ‘장애우’라는 말을 만들었지만, 그 표현을 듣는 사람의 쪽에서는 오히려 동정을 받는 느낌을 받은 사례에 해당한다. 이처럼 같은 표현일지라도 장면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지거나 의사소통의 효과가 달라짐에 주의하여, 말을 할 때에는 신중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hjy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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