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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뇌 발생과정 연구해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

등록 2009-07-26 16:16수정 2009-07-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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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과학기술 현장]
서해영 교수, 신경세포 만드는 ‘뉴로제닌’ 집중 연구
뇌졸중 치료 동물실험 성공…임상 안정성 확보 노력





6. 세포응용연구사업단
7. 뇌기능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연구사업단
8.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

사람의 뇌는 무게 1.5㎏, 부피 1.5L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의 뇌는 약 1조개의 신경세포와 약 1000조개의 시냅스로 복잡한 신경망을 구성하고 있다. 컴퓨터 신경과학자인 테런스 세즈노프스키는 “시냅스당 대략 1바이트의 기억용량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뇌의 총 기억용량은 10에 15제곱 비트가 된다. 이는 인터넷 전체의 데이터량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신비로운 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뇌는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수정란이 발생 과정에서 특정 유전 프로그램에 따라 분화하면서 만들어진다. 현재 과학자들은 뇌의 신비를 풀기 위해 신경세포 분화에 관여하는 특정인자들을 발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염기성 섬유모세포 생장인자’(bFGF·basic Fibroblast Growth Factor)는 발생 과정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줄기세포로 분화시키는 신경분화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또 전사인자 ‘뉴로디’(NeuroD)는 포유류 신경세포의 운명을 결정한다.

서해영 교수
서해영 교수
지난 6월30일 만난 서해영(50)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뇌의 발생과정 연구를 통해, 뇌질환 치료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전사인자 ‘뉴로제닌’(Neurogenin)을 이용한 뇌졸중 세포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뇌졸중은 갑작스런 뇌 혈류장애로 다수의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어 발생한다. 신경세포가 재생되지 않는 한 회복이 불가능한 병이다.

서 교수는 어떻게 뇌 연구와 뇌질환 치료에 헌신하게 됐을까? 그는 현재 뇌 연구자로 의대에 재직중이지만, 고등학교 시절 의대에 진학하진 않았다. 그는 고등학생 때 우연히 받아본 대학 학과 소개책자를 보고 미생물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미래의 학문 유전공학’이란 문구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미생물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그는 1983년부터 럭키중앙연구소(현 LG생명과학연구소) 유전공학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됐다. “당시 연구소에서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했어요. 막상 연구를 하다 보니 간염바이러스보다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우리 몸 세포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지더군요. 제게 미생물과 바이러스는 생명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단 생각을 한 거죠.”

그는 이후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에서 세포생물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과정에서 뇌와 심장에 있는 다양한 칼슘채널들을 연구했다. 칼슘채널은 신경전달과 근육수축 등에 결정적 구실을 맡는다.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지닌 칼슘채널이 조직마다 차이가 있다는 게 이상했죠. 이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베일러 의대 ‘조직특이적 유전자발현에 대한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수를 했습니다. 지금 몰두하고 있는 ‘신경계 발생을 조절하는 전사인자 연구’의 직접적 계기가 됐죠.”

서 교수는 1995년 귀국해 아주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서 연구를 이어갔다. 이때 그는 뉴로디와 구조·기능이 유사한 전사인자 뉴로제닌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를 어떻게 응용하면 좋을까 고민했죠. 뉴로디와 뉴로제닌이 신경세포의 운명을 결정한다면, 이들에겐 신경세포가 아닌 세포를 신경세포로 만드는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는 같은 대학 교수한테서 ‘중간엽줄기세포’를 추천받았다. 중간엽줄기세포는 뼈, 연골, 지방세포 등으로 쉽게 분화하는 세포인데, 골수에서 채취해 자가이식이 가능하다. 당시 중간엽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었다. 서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중간엽줄기세포에 전사인자 뉴로디와 뉴로제닌을 넣어보았다. 빙고! 그의 가설대로 중간엽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게 관찰됐다(사진 ①).

“연구의 한 고비를 넘은 셈이었죠. 그러자 다시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세포는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신경세포와 얼마나 비슷할까?’ ‘크게 다르지 않다면 어떤 뇌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을까?’ 동물실험을 시도할 때가 찾아온 거죠.” 서 교수팀은 그들이 만든 세포를 적용할 뇌질환을 탐색했다. 뇌질환 중 세포치료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진 파킨슨병은 제외했다. 서 교수팀이 만든 신경세포는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도파민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특정다수의 신경세포가 죽어 치료가 쉽지 않은 뇌졸중에 주목하게 됐다. 이후 서 교수팀은 뇌졸중 동물모델을 개발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흰쥐의 뇌로 들어가는 동맥을 막아서 한쪽 대뇌반구에 뇌경색을 일으킨 후 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동물실험은 성공적이었다(사진 ②). 서 교수팀은 현재 임상 적용을 앞두고 세포치료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우리가 뇌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은 1%가 채 못 된다. 그러나 국내외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로 뇌의 신비는 조금씩 풀리고 있다. 뇌의 신비를 다 알게 되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맞이하게 될까?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 자세히 알기

● 신경세포 (neuron)

뇌와 척수 등의 중추신경과, 중추신경에서 뻗어나간 말초신경을 이루는 세포다. 기능에 따라 감각뉴런, 운동뉴런, 연합뉴런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른 세포와는 달리 전기적 방법으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신경세포엔 나트륨이나 칼슘 등 이온채널이 많다. 뇌는 신경세포가 모여 신경계의 중심을 이룬다. 사람의 대뇌피질에만 약 100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또 각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와 1000개 이상의 시냅스 연결이 돼 있다. 학자들은 뇌를 현존하는 최고의 복잡계로 꼽는다. 치매, 파킨슨병, 루게릭병, 뇌졸중 등 뇌질환은 신경세포가 손상되거나,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부위인 시냅스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질환 치료 연구가 활발하다.

●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

전사(轉寫·transcription)는 본래 ‘옮겨 적는다’는 뜻이다. 생물학에서 전사는 DNA의 유전정보를 mRNA(messenger RNA)로 옮기는 과정을 가리킨다. mRNA는 세포소기관 중 단백질 합성을 담당한 리보솜에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유전정보가 DNA에서 mRNA로 전사될 때, RNA중합효소와 특정 단백질들이 관여한다. 이 단백질들을 ‘전사인자’ 또는 ‘전사조절인자’라 부른다. 즉 전사인자로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뉴로제닌(Neurogenin) 같은 전사인자는 신경세포의 운명을 조절한다. 최근 한 바이오벤처회사는 전사인자를 이용해, 세포 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전등 스위치처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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