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은 영양·정서·교육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교육법이다. 사진은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산물로 밥상을 차린 서울의 한 가정의 저녁 밥상 풍경. 이종근 기자 root2@hnai.co.kr
가족들과 소통하고 양보의 미덕 배워
‘정크푸드의 습격’…아토피·비만 불러
‘유기농 밥상’으로 우리 아이 튼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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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밥상’으로 우리 아이 튼튼하게
인생수업 1교시 ‘밥상머리 교육’
방학은 가정교육을 하기에 좋은 기회다. 특히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밥상머리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인성교육의 바탕이 되는 밥상머리 교육을 매우 중시해왔다. 더구나 요즘 다양한 연구 결과 가족 식사가 아이들의 건강과 성적 향상에도 커다란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밥상머리 교육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경제의 압축성장과 입시경쟁에 밀려 사라졌던 밥상머리 교육을 다시 부활시켜 아이들 성적도 올리고 사회성도 키워주자.
이른 아침, 사랑하는 가족들이 서로 밥상을 마주하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곡밥과 된장국, 갖가지 나물들을 여유 있게 먹는 정겨운 모습, 이 얼마나 아름다운 흐뭇한 풍경이란 말인가! 밥상은 단순히 허기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와 격식이 있는 자리였고 자녀들을 위한 교육과 소통의 장이었다. 식구들이 다 함께 제시간에 일어나 밥상 앞에 앉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도록 해 자기관리 능력을 키워준다. 또 식욕이라는 원초적 본능이 가족끼리 부딪치는 공간이므로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는 예절 교육이 된다. 맛있는 반찬만 골라 먹으려고 편식하는 이기적인 행위도 용납될 수 없고 골고루 먹어야 하므로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밥은 적당량을 받아 한 톨 남김없이 먹어야 하므로 함부로 음식을 버리지 못하게 해 환경교육의 장이 된다. 무엇보다도 밥상머리는 자녀들이 잘한 일은 칭찬해주고 필요한 정보도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대화와 소통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밥상머리 교육은 우리 가정에서 잊혀져가고 전통적인 인성교육이 사라지면서 교실도 붕괴되고 있다. 서구문명의 유입과 세계화라는 쓰나미를 만나 일류대를 가기 위한 입시경쟁과 돈을 벌기 위한 무한 경쟁 속에서 우리의 건강한 전통 밥상은 저 멀리 밀려나버렸다. 대신 달고 짜고 기름지게 자극적으로 만든 ‘정크푸드’(쓰레기 음식)가 식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아토피나 천식, 중이염, 인후염이 크게 늘어나고 심지어는 소아당뇨나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엔진도 적합한 연료와 윤활유를 써야 잘 돌아가듯이 우리 몸도 마찬가지이다. 단백질은 에너지원이자 동시에 효소를 만들고 신체를 키워주고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두 가지 역할을 다하는 중요한 영양소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나쁜 첨가물이 들어간 휘발유를 쓰면 엔진이 망가지듯이 우리 몸도 방부제나 유해 색소 등이 첨가된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몸의 건강을 해친다. 휘발유가 아무리 풍부해도 윤활유가 없으면 기계가 뻑뻑해 잘 돌아가지 않아 연비가 크게 떨어지고 기계가 망가지듯이 열량만 높고 미네랄, 비타민, 효소가 결핍된 음식을 먹으면 ‘에너지 대사’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몸도 병들어간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병이 영양소가 부족해 나타나는 바로 이 대사병이다. 신진대사가 잘 되지 않아 공부할 때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뇌에 에너지 공급이 잘 안 되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후군이 나타나고 몸 전체의 면역력도 떨어진다. 반복적으로 중이염이 발병하고 배가 자주 아프거나 두통, 비염, 아토피 등 알레르기 증상이 있으면 나쁜 음식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상태로 어른이 되면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궤양성 대장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이나 비만, 당뇨, 심장병, 암으로 발전하기 쉽다.
확실히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키는 커졌어도 체력검사나 건강검사 수치를 보아도 대체로 체력도 달린다. 물론 운동량도 크게 줄어들었지만 나쁜 음식과 불규칙한 식습관이 주원인이다. 이들 대사병은 대개 좋은 먹거리와 식습관 개선을 통해 확실히 고칠 수 있다. 이것만 해결된다면 적어도 성적을 10~30%까지는 무난히 올릴 수 있다.
최근 국내 한 방송사가 가족 식사 횟수와 중고생들의 성적 사이의 관계에 대해 100개 중·고등학교 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전교 1등 학생들의 가족 식사 횟수가 중간 성적 학생들보다 2.5배나 높고 비교적 더 정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먹는 좋은 음식을 날마다 섭취한 아이들은 건강해지면 뇌기능이 좋아져 공부를 잘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모여 사랑의 대화를 나눔으로써 심신이 안정되고 소통 능력도 향상된다.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 아이들이 갖는 어휘 능력이 독서보다도 주로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통해 습득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가 습득하는 2000여개 단어 가운데 독서로 얻게 되는 겨우 140여개인 반면, 가족 식사를 통해 얻어지는 단어는 무려 1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들의 언어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도 길러주는 실천적 장인 셈이다.
가족들의 공동식사는 아이들의 탈선도 막아준다. 미국 컬럼비아대 ‘약물남용중독관리센터’(CASA)는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청소년들이 흡연이나 음주, 마약을 경험하는 비율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족 식사 자리가 단지 배를 채우는 자리만은 아니고 아이들이 사춘기를 잘 넘길 수 있는 소중한 청소년 교육의 자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식사 자리가 인생의 ‘첫 교실’이면서 ‘최고의 교실’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 오염되지 않은 청정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바로 유기농식품이다. 온실이 아닌 노지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채소나 과일들은 햇빛을 듬뿍 받아 클로로필 함량이 높고 벌레나 바이러스 등 해충과 직접 맞서 싸워야 하므로 면역물질이 많이 쌓여 그야말로 보약인 셈이다. ‘건강밥상 되찾기’에서 또 중요한 일은 백미와 하얀 빵을 몰아내고 현미와 통곡 빵으로 바꾸는 일이다. 미네랄과 섬유소를 되찾아야 대사가 정상이 되기 때문이다. 밥상에서 육가공품이나 유제품, 튀김 음식들을 과감히 줄이고 발효콩제품인 된장이나 청국장, 그리고 채소와 과일은 물론 나물이나 견과류를 많이 늘려야 한다. 이런 음식은 바로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는 세계 5대 식품에 김치와 콩발효식품을 포함시켰고, 최근 뉴욕에서는 김치가 들어 있는 타코 음식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1시간씩 기다리는 장면이 <뉴욕 타임스>에 실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기영 교수/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호서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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