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론적 견해에서 보면 모든 사회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등 계급적 차이로 인한 분할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불평등을 가져온다. 사진은 생존권 투쟁에 나선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노조원들.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31. 사회· 문화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점 1. 사회 구조와 개인의 관계 ■ 교과서 읽기 사회 구조의 특성 사회 구조는 ‘역사성’과 ‘지속성’을 가진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교육 구조는 오랜 문화적 전통과 역사가 누적적으로 전승되어 온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다. 유교적 전통에서 강조하는 선비 사상, 교육열, 그리고 교육을 보상하는 사회·경제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한번 생겨난 구조는 오랜 기간 지속되는 특징이 있으며, 특정한 개인이 바꾸려고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회 구조는 개인을 밖에서 억압하는 ‘외재성’(外在性)을 가진다. 개인의 내부적 심리에 의해 유발되는 현상인 것처럼 보이는 자살의 경우도, 실은 개인의 밖에 외재하는 사회적 결속이나 통제력과 같은 사회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사회 구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기능론과 갈등론으로 나뉘어진다. 기능론적 관점은 사회 구조가 안정적이며, 사회를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이 관점은 모든 구조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가치에 근거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갈등론적 관점은 기능론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택하면서, 사회 구조란 힘 있는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약자를 억압하기 위해서 만든 장치라고 파악한다.
사회 구조가 사회 구성원이 동의하는 가치에 기초하고 있기보다는 갈등과 억압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보는 점이 기능론과의 큰 차이점이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학사
■ 교과 심화 기능론 기능론에서는 사회 각 부분들이 사회 안정과 연대를 위해 움직이는 복잡한 체계로 본다. 이 접근방법에 따르면 사회학은 사회 각 부분과 전체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교적 신념과 사회의 관습을 분석할 때, 그들이 사회 안의 다른 제도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 사회의 서로 다른 부분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실천이나 사회 제도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은 이러한 것들이 사회 전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콩트와 뒤르켐을 포함한 기능주의자들은 사회의 기능을 살아 있는 유기체에 비유하는 유기체적 유추를 해 왔다. 이들은 사회의 부분들이 마치 인체의 다양한 부분들이 그러하듯이, 전체로서의 사회 이익을 위해 같이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심장과 같은 신체 기관을 연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심장이 다른 신체 기관과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심장은 몸 전체에 혈액을 보냄으로써 유기체로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비슷하게, 한 사회적 항목의 기능을 분석하는 것은 그 사회적 항목이 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기능주의는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유지시키는 도덕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덕적 합의는 한 사회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똑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기능주의자들은 질서와 평형을 사회의 정상적인 상태로 본다. 이러한 사회적 평형은 사회 구성원들 간에 도덕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뒤르켐은 종교가 사람들이 핵심적인 사회적 가치들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주고 따라서 사회적 결속의 유지에 기여한다고 믿었다. 갈등론 기능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갈등론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회학자들도 사회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들은 나아가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포괄적인 모델을 사용한다. 그러나 갈등 이론가들은 합의에 대한 기능주의자들의 강조를 거부한다. 대신, 그들은 사회 분할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힘, 불평등과 갈등의 문제에 집중한다. 또한 사회를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별되는 집단으로 구성되었다고 본다. 상충되는 이익이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갈등의 가능성이 있으며 특정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갈등 이론가들은 우월한 집단과 불리한 집단 간의 긴장을 연구하여 어떻게 지배 관계가 만들어지고 지속되는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많은 갈등이론가들은 계급 투쟁을 강조한 마르크스의 관점을 따르고 있으나, 베버에게서도 영향을 받았다. 현대 독일 사회학자인 랄프 다렌도르프가 좋은 예이다. 그의 저작 <산업 사회에서의 계급 및 계급 투쟁>에서 다렌도르프는 기능주의적 사상가들이 사회의 한 측면, 즉 조화와 일치가 존재하는 사회적 삶의 측면만 강조한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것은 갈등과 분할의 영역이다. 다렌도르프는 갈등이 개인들 혹은 집단이 갖는 서로 다른 이해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는 이해의 차이가 계급에서 온다고 보았지만 다렌도르프는 더 광범위한 권위와 권력에서 온다고 보았다. 모든 사회에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그리고 권위를 가진 자와 그것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 사이에 분할이 존재한다. -앤서니 기든스, <현대사회학>
■ 논제 해결 ‘사회적 타살’의 사례 찾기 제시문을 읽고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자살에 해당되는 사례를 찾아 제시문에 나타난 자살의 사회적 요인과 관련지어 설명하시오. (400~500자 안팎) 만일 여성이 남성보다 자살을 훨씬 덜 한다면, 그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집단생활에 덜 참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집단생활-좋든 나쁘든-의 영향을 덜 느끼고 있다. 비록 이유는 다르지만 노인들과 어린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살이 1월에서 6월까지는 증가하고, 그 이후에는 감소하는 이유도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 똑같이 계절적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활동의 상이한 영향은 같은 리듬을 따를 것이며, 결과적으로 그 두 시기의 전기에 더욱 두드러졌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살도 그와 같은 사회적 활동의 영향을 받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이 모든 사실에서 얻어지는 결론은 사회적 자살률이란 사회학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한 시기에는 각 사회의 도덕적 특성이 일시적인 자살의 양을 결정한다. 따라서 각 사회는 그 국민을 자살로 이끌어가는 일정한 양의 에네르기로 이루어진 집합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자살자의 행동은 얼핏 보기에 개인적 기질을 나타낼 뿐이지만 실로 그들이 외부로 표현하는 사회적 조건의 보완이며 연장인 것이다. 각 사회에는 많건 적건 간에 자살 성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즉 표현은 사실의 본성에 입각하고 있다. 각 사회 그룹은 진실로 자살행위에 대한 고유의 집합적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집합적 경향은 개인적 경향의 결과라기보다는 모든 개인적 경향의 원천이다. 집합적 경향은 권태로운 우울증, 적극적인 자기부정, 과장된 좌절 등과 같은 경향으로 표현되는 각 사회의 흐름인 이기주의, 이타주의 및 아노미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은 전체 사회의 경향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침으로써 자살의 원인이 되고 만다. 흔히 자살의 근인(近因)이라고 생각되고 있는 개인적 경험은 자살자의 정신적 소인에서 유래한 것이며, 정신적 소인 그 자체는 사회의 정신적 반향이다. 삶으로부터 자신의 이탈을 설명하기 위해서 개인은 바로 자기의 직접적인 주변 상황을 비난한다. 하지만 그 자신이 슬프기 때문에 삶이 그에게 슬프게 보이는 것이다. 물론 그의 슬픔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자신의 생애에 일어났던 이런저런 사건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집단에서 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자살의 계기라고 할 만한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이다. 자살은 자살 유발의 원인들이 개인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
◎ 해결 방향 제시문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중 일부이다. 뒤르켐은 사회를 개인의 행동과 이해 이상의 집합체로 보았다. 그는 경제 상황이나 종교적 영향 같은 사회적 사실은 고정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개인에게 강제적 힘을 발휘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는 순수하게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개인의 행동도 사회적 영향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논제는 이런 인식의 틀을 적용해 특정 사례가 어떻게 이 관점에 부합하는지를 설명하라는 것이다. 제시문의 관점을 적용하면 자살은 사회적 통제와 압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자살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사건을 예로 들고, 비관·무력감·절망 등 개인이 겪는 정신적 고통의 근원이 사회적 압력이나 통합 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답안을 구상해 보도록 한다.
◎ 자료 검색 이기적, 이타적, 아노미적 자살 뒤르켐은 자살 현상을 크게 이기적, 이타적, 아노미적 자살로 구분하였다. 이기적 자살이란 개인주의 경향으로 사회그룹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해 개인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약화되기 때문에 자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개인 간에 응집력이 강하고 상호 유대관계가 형성된 사회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치료 효과를 유발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이러한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소외된다. (중략) 이타적 자살은 개인이 특정한 사회집단에 지나치게 참여하여 의무감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인들의 영웅적 자살이나 일본인들의 할복, 전우를 위한 희생은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뒤르켐은 이러한 자살은 사회적 압력 때문에 생겨나는 것으로 자살자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최고 규범을 따랐기 때문에 타인의 칭송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중략)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가 병적으로 혼란스럽거나 무질서하여 개인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뒤르켐은 종교적 권위와 같은 강한 권위의 상실이 사회의 아노미 현상을 촉진하며 이와 같은 현상은 자살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경고하였다. 자살의 증가는 사회의 아노미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뒤르켐의 이론에 의하면 한 집단 내에서의 자살은 그 사회의 아노미성을 보여주는 척도이다. 청소년 집단의 높은 자살률은 이들이 학교생활에서 사회적 유대를 갖고 있지 못하고 결속력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들의 자살은 학교와 사회의 아노미성, 즉 병폐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박상칠·조용범, <자살, 예방할 수 있다>
◎관점 넓히기 2005~2007년 대한민국 ‘자살사망률’ 보고서 대한민국에선 한 해 1만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그 추세는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속 시원한 풀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자살이 늘어난다는 설명 정도가 고작이다. 정확한 분석과 해석이 부족해 자살 문제에 대한 변변한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겨레>는 국내 언론 최초로 보건복지가족부와 통계청의 2005~2007년 3년 248개 시·군·구별 자살 통계를 비교가능하게 연령별·성별 편차를 2005년 기준으로 맞춘 ‘연령표준화 자살 사망률’로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전국 시·군·구별 자살 사망률 통계가 무려 최고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경기 과천과 성남 분당구, 울산 동구, 경북 울릉 지역은 자살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두드러지게 낮았다. 울릉을 뺀 나머지 지역은 소득 수준이 월등히 높은 곳이다. 반면 충청, 강원 등 농어촌 지역의 자살 사망률은 도시 지역보다 더 높았다.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들이다. 또 자살자의 학력과 직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저학력층과 무직·주부·학생들의 비중이 높았다. 문제는 이들의 자살 사망률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자살자의 70%가 무직·주부·학생들이었다. 이번 연령표준화 자살률 분석은 자살이 개인적 문제보다 소득 격차, 사회안전망 미비 등 사회적 문제와 더 연관이 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결국 세계 최고의 자살국가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적 차원의 접근이 최우선적임을 알 수 있다. (하략) -권은중 기자, <한겨레> 2009년 6월26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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