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가상공간에서의 놀이 규칙

등록 2009-08-23 16:30수정 2009-08-23 16:39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난이도 수준-중2~고1]
43. 인터넷 읽기
44. 게임 읽기
45. 진로를 위한 책읽기

게임 하면 게임중독을 먼저 떠올릴 만큼 게임은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매체로 인식되어 왔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잔혹한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접하곤 한다. 무엇이 수많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 것일까? 게임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재미있으니까요”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인터넷 게임은 가상공간에서 벌이는 놀이다. 놀이처럼 확고한 규칙이 있고, 규칙에 의해 경쟁을 하여 ‘이긴다’와 ‘진다’로 나뉜다. 소설이나 영화, 만화는 등장인물이나 연기자라는 중간 인물을 매개로 하여 감정이입을 하지만, 게임은 자신이 직접 게임 세계에 참여하여 레벨을 올려가며 목표 지점에 이른다. 자신이 1인칭 소설의 주인공인 셈이다. 비록 가상이지만 게임 속에서 자신이 총을 쏘면 상대방이 피를 흘리며 죽기 때문에 그 순간 강렬한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놀이치고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자발성’과 ‘상호작용’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게임의 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는 짧은 오프닝 동영상이 있다. 다음으로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은 정해져 있지만 플레이어(player)가 퀘스트(quest)를 풀어나가는 게임이 있다. 플레이어들은 퀘스트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게임의 규칙과 이야기, 구성을 파악하게 되고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몰입의 효과를 지속시키려고 20분 정도의 에피소드식 이야기로 엔딩을 연장하는데, 어떤 것은 3년 동안 계속되기도 한다. 일종의 시트콤 드라마 형식이다.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있다. 완성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기 힘든 우발적 스토리를 다양하게 만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이 구조는 개인 대 개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생성할 수도 있고, 10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참여하여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다. 초반에는 혼자서 사냥을 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지만 일정 단계가 되면 다른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하거나 ‘혈맹’이라는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 때로는 커뮤니티 간에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옆의 전우가 쓰러지는 모습에 복수심을 불태우고 마침내 성을 차지하여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강렬한 1인칭 체험을 한다. 또한 게임이 종료되어도 게임에서 이탈하지 않고 계속 그들만의 이야기를 끝없이 이어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소설이나 영화는 시작과 끝이 있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2>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게임은 이렇게 가상 세계에서 더 현실감을 느끼고 소통하며 재미를 만끽하는 매체이다. 게임을 제10의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게임은 소설, 영화 등 기존 서사물이 진화한 매체이며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형식의 언어 형식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게임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분위기에서 탈피하여 게임이라는 매체를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살피고 제대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도 게임이라는 매체를 탓하기 전에 청소년들이 처한 사회 문화적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앞에서 알아본 것처럼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알아야 하며, 게임을 비평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게임 제작자가 게임의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또 게임을 하는 자신은 게임을 하면서 어떤 욕구를 해소하고 있는지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영웅 캐릭터의 역할과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등도 찾아내어 비판해야 한다. 적극적인 독자는 소설을 게임스토리로 바꿔보거나, 게임을 통해 소설을 더 자세히 탐구해 보기도 하며, 게임스토리를 다양하게 바꿔보는 등 게임을 창작의 매개체로 활용하기도 한다. 매체를 즐기면서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유능한 리더(Reader)이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