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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끊임없는 창조의 산물 ‘전통문화’

등록 2009-08-30 15:07

우리말 논술 32.국어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점 2.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

교과서 읽기

우리는 대체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서양식(西洋式)으로 꾸미고 있다. “목은 잘라도 머리털은 못 자른다.”고 하던 구한말의 비분강개(悲憤慷慨)를 잊은 지 오래다. 외양뿐 아니라, 우리가 신봉(信奉)하는 종교, 우리가 따르는 사상, 우리가 즐기는 예술, 이 모든 것이 대체로 서양적인 것이다. 우리가 연구하는 학문 또한 예외가 아니다. 피와 뼈와 살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았을 뿐, 문화라고 일컬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서양에서 받아들인 것들인 듯싶다. 이러한 현실을 앞에 놓고서 민족 문화의 전통을 찾고 이를 계승하자고 한다면, 이것은 편협한 배타주의(排他主義)나 국수주의(國粹主義)로 오인(誤認)되기에 알맞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러면 민족 문화의 전통을 말하는 것은 반드시 보수적(保守的)이라는 멍에를 메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전통이란 어떤 것이며, 또 그것은 어떻게 계승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중략)


한편, 우리가 계승해야 할 민족 문화의 전통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연암의 예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과거의 인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노력의 결정(結晶)이었다는 것은 지극히 중대한 사실이다. 세종 대왕의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 과정에서 이 점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만일 세종이 고루(固陋)한 보수주의적 유학자들에게 한글 창제의 뜻을 굽혔던들, 우리 민족 문화의 최대 걸작품이 햇빛을 못 보고 말았을 것이 아니겠는가? (중략)

요컨대, 우리 민족 문화의 전통은 부단한 창조 활동 속에서 이어 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계승해야 할 민족 문화의 전통은 형상화(形象化)된 물건에서 받은 것도 있지만, 한편 창조적 정신 그 자체에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족 문화의 전통을 무시한다는 것은 지나친 자기 학대에서 나오는 편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첫머리에서 제기한 것과 같이, 민족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자는 것이 국수주의나 배타주의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왕성한 창조적 정신은 선진 문화 섭취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민족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 단순히 과거를 묵수(墨守)하는 것이 아님과 마찬가지로, 또 단순히 외래문화를 모방하는 것도 아님은 스스로 명백한 일이다. 외래문화도 새로운 문화의 창조에 이바지함으로써 뜻이 있는 것이고, 그러함으로써 비로소 민족 문화의 전통을 더욱 빛낼 수가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국어(하)>

어떻게 읽을까

이 글에서는 서양적인 것을 기반으로 형성된 오늘날의 문화에서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접근한다.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글쓴이의 핵심 주장을 파악하고, 이런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주로 쓴 방법을 분석해야 한다.

먼저 글쓴이가 말하는 ‘전통의 본질’, ‘전통문화의 계승’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글쓴이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과 외래문화의 주체적 수용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 독해가 이뤄지면 전통과 인습의 개념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예를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는 활동과 글쓴이가 창조적으로 전통문화를 계승한 예로 든 박지원, 원효, 세종 대왕 외에 다른 예를 찾아보는 활동이 가능하다. 이외에 글의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할 수 있다.


논제 해결

외래문화와 어떻게 접목해야 하나

제시문 (가)와 (나)에서 각기 언급하는 전통문화의 계승에 있어 유의할 점이 무엇인지 요약·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의 사례를 분석하시오. (2008년도 명지대 기출 변형, 500~600자 안팎)

(가) 연암 박지원은 너무도 유명한 영조·정조 시대 북학파의 대표적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지은 ‘열하일기’나 ‘방경각외전’에 실려 있는 소설이, 몰락하는 양반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문장이 또한 기발하여, 그는 당대의 허다한 문사들 중에서도 최고봉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앙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문학은 패관기서(稗官奇書)를 따르고 고문(古文)을 본받지 않았다 하여, 하마터면 ‘열하일기’가 촛불의 재로 화할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이 있었다. 말하자면, 연암은 고문파에 대한 반항을 통하여 그의 문학을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민족 문화의 전통을 연암에게서 찾으려고는 할지언정, 고문파에서 찾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민족 문화의 전통에 관한 해명의 열쇠를 제시하여 주는 것은 아닐까? (후략) - 고등학교 <국어 하>

(나) 우리 주변에는 외국 문화들이 무수히 많다. 자동차, 음식, 전자 제품 등 물질 문화에 국한되지 않고 불교, 크리스트교 등 정신문화 형성에서도 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석굴암과 팔만 대장경은 불교 문화로 인도에서 전파되었다. 그러나 탁월한 우리 민족의 정신과 고도의 기술 그리고 독창성을 반영하여 우리 민족 문화로 승화 발전시켰다. 그 결과, 오늘날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우리의 민족 문화도 한국을 초월하여 세계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문화의 가치와 본질을 알고, 숨겨진 전통문화를 재창조하여 세계 문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략)

- 고등학교 <사회 문화>

(다) 2004년 11월 한국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슈퍼사이즈 미>는 모건 스펄록 감독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되어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감독은 촬영 한 달 내내 맥도널드 제품만 먹으면서 자신의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보여줬고, 미국 사회가 패스트푸드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여러 인터뷰에서 보여줬다. 이 다큐멘터리가 개봉된 후 패스트푸드의 대안으로 떠오른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략)

우리의 전통 음식은 대부분이 슬로푸드다. 메주로 담근 된장과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이 대표적인 음식. 대부분 발효식품으로 콩을 쑤어서 메주를 만들고 다시 이것으로 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역시 슬로푸드를 이용한 음식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얼마 전에는 떡 급식전문업체인 오병이어는 ‘G Food show 2008’에 청국장과 떡을 결합한 ‘청국장 쿠키떡’을 만들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중략)

하지만 슬로푸드 운동도 몇 가지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많이 비판을 받는 점은 슬로푸드가 비싸다는 것.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슬로푸드 운동이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슬로푸드 운동이 청소년의 호응이 낮고, 다른 운동과의 연대가 약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후략)

- <위클리 경향> 803호, 2008년 12월6일치

◎ 해결 방향

논제를 해결하려면 두 제시문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 (가)에서는 ‘전통의 계승’을 주제로 삼고 있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계승해야 할 전통문화는 단지 박지원의 여러 작품과 같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물건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창조적 정신임을 강조한다. 이 창조 정신은 민족 문화 전통을 계승하자는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아울러 외래문화를 수용하는 데 단순한 모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정당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다양한 사례로 전통문화의 창조적인 계승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외래문화의 주체적 수용을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를 분석하면 된다. ‘슬로푸드’는 현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전통의 것을 다시 살린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과거의 것을 있는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청국장 쿠키떡’처럼 전통의 것을 현대의 실정에 맞게 재창조한 것이다. 즉, 전통적인 것과 외래의 것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결합함으로써 좀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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