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 박사 팀이 개발한 ‘건식 흡수제 이용 이산화탄소 회수 유동층 공정’(왼쪽)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내에 설치된 파일럿 플랜트. 반응기 ①에선 0.1mm 크기의 미세한 흡수제를 유동화시켜 배출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이는 반응기 ②로 보내져 이산화탄소와 흡수제로 분리·추출된다. 흡수제는 다시 반응기 ①로 가 재활용된다. 이 기술은 기존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친환경적이란 장점이 있다.
이창근 박사 팀 제공
[미래 과학기술 현장]
이창근 박사 ‘건식흡수 방식’ CO₂ 매년 25% 저감 가능
하동 화력발전소 적용 ‘첫발’…15년간 3조6천억 효과
이창근 박사 ‘건식흡수 방식’ CO₂ 매년 25% 저감 가능
하동 화력발전소 적용 ‘첫발’…15년간 3조6천억 효과
12. 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
13.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개발사업단
14. 고효율수소에너지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 2007년 노벨위원회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세계적 의제로 확산시킨 공로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인류의 평화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1990년부터 5~6년 간격으로 만들어진 IPCC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5년 IPCC 2차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인간’임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뿜어져나온 대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고 있단 것이다. 보고서는 지금 추세대로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2100년엔 지구 평균 기온은 0.8~3.5℃ 오르고, 해수면은 15~59㎝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런 급격한 기후 변동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놀란 선진국들은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 모여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5.2% 넘게 줄이기로 합의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이행국에 들지 않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자,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24일 대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만난 이창근(49) 박사는 최근 건식 흡수제를 이용해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싸고 깨끗하게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의 기술이 ‘모든’ 화력발전소에 적용된다면,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25% 가량 줄일 수 있다. 화력발전소는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2%를 차지하는데, 이 박사의 기술은 이 가운데 85%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대표적 기술은 화학 용액을 사용하는 습식법이다.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화학 용액에 통과시키면 이산화탄소만 녹아 분리된다. 이 방법은 아직 가격이 비싸고 폐수가 나오는 문제가 있다. “화력발전소에 쓰이는 유연탄 가격은 최근 t당 7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기존 기술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회수 기술은 이산화탄소 1t당 약 45달러의 포집 비용이 듭니다. 유연탄 1t에 약 1.7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니 포집 비용만 77달러에 이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죠. 저희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흡수·재생 과정을 연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건식 유동층 회수공정을, 공동 연구에 참여한 전력연구원 팀은 용액 대신 재활용 가능한 고체 흡수제를 개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회수 비용을 50%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됐습니다.”
학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석사 과정에서 흐를 수 없는 고체 입자를 흐르게 하는 유동화 공학을 연구했다. 예를 들면 석탄 입자가 유동성을 띠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잘 탄다.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박사는 1985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들어가서 이 연구를 이어갔다. 이후 1990년 국비유학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리하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 이때 연구 주제는 공정제어(process control)였다. 온도, 압력 등 화학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자동제어하는 장치 개발을 연구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1994년에 연구원으로 다시 복귀했죠. 이때 맡게 된 연구과제는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Inter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을 ‘친환경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죠.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은 먼저 유동화된 석탄 입자를 고온에서 산소와 물을 넣고 가스화시킵니다. 이때 일산화탄소(CO) 50%와 수소( H₂) 30%로 이뤄진 합성가스가 만들어집니다. 이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해 냅니다. 기존 화력발전보다 열효율이 높을뿐더러 대기오염물질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화수소(H₂S) 등 불순물이 생깁니다. 이 불순물들은 대기를 오염시킬뿐더러, 발전소 장치를 부식시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 황화합물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죠.” 이 박사가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한 유동층 공정과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에서 황화합물 제거 기술은 이번 건식 흡수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회수기술 개발에 밑바탕이 됐다.
이창근 박사 팀의 기술은 올해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에 시범적으로 적용된다. 매년 3천t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성능 시범화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매년 300만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 박사 팀의 기술은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손꼽힌다. “저희 기술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순조롭게 적용된다면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총 1억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약 3조6천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를 내는 셈이죠.”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가까운 미래에 이창근 박사 팀은 지구 온난화를 뛰어난 과학기술로 막아냈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지 않을까?
잡아낸 CO₂ ‘저장’ 기술 개발이 숙제 박상도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개발사업단장 인터뷰
1997년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 의정서가 채택되자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처리하는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2002년 7월, 기후변화협약 대응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하나로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개발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지난 8월24일 대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박상도(53·사진) 단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출범 당시 사업단의 목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①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 ②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 ③ 태양광·풍력·수소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개발 ④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개발 등이다. 사업단은 이 가운데 청정에너지 개발을 제외한 기술들을 개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로 900만 탄소톤(TC)을 줄이고, 혁신적 저비용(탄소톤당 60달러 이하) 포집·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3단계 사업 2년차다. 그동안 성과는?
“1단계와 2단계엔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포집·저장 기술에 비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2008년 3월 2단계 사업 종료 시점에서 900만 탄소톤 줄이려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유동층 촉매반응을 이용한 고효율 올레핀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 열분해 기술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20% 이상 줄일 수 있다. 2단계 이후 포집·저장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창근 박사팀의 연구 성과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중장기 전략을 가지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이면 적지 않은 수의 석탄화력발전소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사업단 종료 이후 새로운 과제는?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건 뚜렷한 한계가 있다. 또 청정에너지가 기존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와 경쟁력을 가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포집·저장 기술로 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어디에 ‘저장’할 것인가이다. 국내에 저장할 자리가 있든 없든 저장 기술은 갖고 있어야 한다.”
대전/글·사진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13.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개발사업단
14. 고효율수소에너지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 2007년 노벨위원회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세계적 의제로 확산시킨 공로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인류의 평화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1990년부터 5~6년 간격으로 만들어진 IPCC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5년 IPCC 2차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인간’임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뿜어져나온 대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고 있단 것이다. 보고서는 지금 추세대로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2100년엔 지구 평균 기온은 0.8~3.5℃ 오르고, 해수면은 15~59㎝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런 급격한 기후 변동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놀란 선진국들은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 모여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5.2% 넘게 줄이기로 합의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이행국에 들지 않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자,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기 때문이다.
이창근 박사
이창근 박사 팀의 기술은 올해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에 시범적으로 적용된다. 매년 3천t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성능 시범화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매년 300만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 박사 팀의 기술은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손꼽힌다. “저희 기술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순조롭게 적용된다면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총 1억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약 3조6천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를 내는 셈이죠.”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가까운 미래에 이창근 박사 팀은 지구 온난화를 뛰어난 과학기술로 막아냈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지 않을까?
잡아낸 CO₂ ‘저장’ 기술 개발이 숙제 박상도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개발사업단장 인터뷰
박상도(53) 단장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