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교과서 선정의 날 정해개별분석 뒤 발표 토론
하루를 통째로 교과서 선정을 위한 날로 정한 학교가 있다. 교과서 선택을 위한 시간이 모자라 골치를 앓는 교사들을 위해서다.
경기 과천중은 오는 15일, 단축수업을 한 뒤 오후에 전 교과 교사들이 교과서 선정을 위한 교과협의회를 연다. 검정 교과서 선택을 위한 시간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권회정(47) 교사가 건의한 것을 교장과 교감이 흔쾌히 승낙했다. 권 교사는 “좀 일찍 도착한 교과서가 있어 독서하듯 살펴봤는데 한 권을 꼼꼼히 보는 데 3일이 걸리더라”며 “이제 교과서는 좋은 교과서, 나쁜 교과서를 고르는 것보다 우리 학교에 맞춤한 교과서를 고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검토의 시간이 넉넉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어 교과서를 선정하는 절차와 방식은 다른 학교의 국어 교과 교사나 다른 교과 교사들한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 교사는 교과서 전시에 앞서 교육과정의 변화에 대한 자료와 교과서 23종의 목차 및 유형별 특성에 대한 자료를 동료 교사들한테 제공한다. 교과서 선택을 위한 ‘교양’을 쌓는 차원이다.
교과서가 전시되는 동안 국어 교사 9명은 2~3종씩 교과서를 나눠 맡아 개별 분석에 들어간다. 권 교사는 “이때 디자인처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은 배제하고 바탕글과 학습활동을 기준으로 삼아 분석한다”며 “특히 학습활동의 질문이 중요한데 질문을 보면 집필진이 교과 교육의 목표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는지, 실제 학생을 가르쳐 봤는지,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다음에는 교과협의회에서 개별 분석의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권 교사는 “발표를 할 때는 어느 교과서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 교과서의 특징, 장점, 단점 등을 상세하게 분석해내는 게 관건”이라며 “자연스레 교과서에 구현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어느 한 교과서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 교과협의회에서는 23종 가운데 모두 7종을 고른다. 교과협의회가 끝난 뒤에는 각자 시간을 두고 7종을 다시 살핀 뒤 개별 채점을 한다. 마지막 토의를 거친 뒤 개별 채점표를 종합해 상위 2종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
권 교사는 “교과서는 교사 개인이 평가할 문제가 아니고 교육 공동체가 끊임없는 토의와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공동체의 성격에 맞는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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