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19·건국대 연극영화과)
연예인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솔약국집 아들들>, <선덕여왕>, <지붕 뚫고 하이킥>…. 고경표(19·건국대 연극영화과·사진)씨가 오디션을 본 작품들이다.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들의 참전을 다룬 영화 <71>에는 김범, 승리, 유승호 등과 함께 캐스팅이 확정되기도 했다.
“오디션 때 대본을 받았는데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가 할머니를 죽였다고 독백을 하는 장면이었어요. 순간 청각장애가 있다면 듣지를 못하니까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것 같았죠. 혀를 말아서 발음을 굳게 만들었어요.” 촬영 일정이 잡히지 않아 영화는 크랭크인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지만 ‘배우’로서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고마운 계기였다.
처음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계기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스타들처럼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중3 때 처음 ‘길거리 캐스팅’의 행운을 만났지만, 돈을 요구하는 ‘학원형 기획사’였던 탓에 상처만 남았다. “이런 방식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데가 굉장히 많은데요, 결국 돈이 목적이에요. ‘내가 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나 보다’라는 희망을 미끼로 삼는 거죠.”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고등학교에 와 굳어졌다. ‘성적을 올리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연기학원에 등록했다. 우연히 학원을 찾은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따로 오디션을 치렀다. ‘연습생’이 됐다. 고3 봄이었다. “연기학원에서 기획사에 들어갔다고 하면 다들 연기학원에 갈 것 같은데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연기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만명 정도 된다는데 거기서 1~2명이 될까 말까죠. 연예인은 운, 능력, 외모 등 다양한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가능한 것 같아요. 진짜 어려운 일이죠.”
인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을 다니면서 연습생 생활을 하는 동안 부모님은 그의 재능보다 열정의 후원자가 됐다. “그렇게 고된 생활을 하는데 제가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기특해하셨어요. 부모님 걱정만 끼쳐 드렸었는데 그렇게 인정을 받으니까 정말 좋았죠.”
‘스타’가 아니라 ‘배우’를 꿈꾸는 그는 올해 기획사를 나왔다. 연기에는 기획사의 지원보다 스스로 쌓은 인생 경험이 보탬이 될 거란 판단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연예인이 되려고 준비를 하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대학 생활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남자는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스타는 스무살에 가능할지 몰라도 좋은 배우는 서른, 마흔에도 가능하니까요.”
글·사진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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