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심청가는 슬픔 속에서도 해학을 추구한 우리 민족의 특성을 잘 보여주며, 전통 윤리인 효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37. 문학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점 1. 판소리 <심청가>의 해학성
■ 교과서 읽기
(…)[아니리]
“여보소 뺑덕이네 삼복성염(三伏盛炎)에 낮에는 더워서 갈 수 없고 새벽길을 사오십 리 처야 될띠, 어서 일어나, 어서. 아 어디 갔어.”
또 장관이지,
“그 방구석에서 멋허고 섰어. 허허 내가 보듬고 와야지.”
방 네 구석을 더듬어도 없제. “여보 주인 우리 마누라 혹 안에 들어갔오.” “아니요 간밤에 어느 봉사와 밤길 친다고 발서 떠났오.” “아니 그러면 주인 녀석이 되어가지고 인제 그말히여.” “아 그분과 내외간인지 알었지, 심 봉사님과 내외간인지 알았소.” “그는 그럴 것이오, 아이고 이년이 갔구나.” [진양조]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그려 예이 천하 의리 없고 사정 없는 이년아 당초에 늬가 버릴 테면 있던 데서 마다허지 수백 리 타향에다 날 버리고 네가 무엇 잘 될소냐. 이년아.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이년아. 오라 오라 현철한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出天大孝) 내 딸 청이 생죽엄도 당했는디 네까짓 년을 생각허는 내가 미친놈이로구나. [아니리] 주인과 작별허고. [중모리] 주막 밖을 나서드니 그래도 생각이 나서 그 자리 펏석 주저앉더니 뺑덕이네 뺑덕이네 예끼 천하에 무정한 년. 황성 천리 먼먼 길을 어이 찾어가잔 말이냐.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성염(三伏盛炎)이라. 태양은 불빛 같고 더운 땀을 흘리면서 한 곳을 점점 나려갈제, (…) - 고등학교 <문학> <줄거리> 심청은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고 장님인 심 봉사의 손에서 동냥젖을 얻어먹고 자란다. 심성이 곱고 효심이 깊은 심청은 15살 때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면 아버지가 눈을 뜨게 된다는 말을 듣고 남경 선인들에게 팔려 인당수의 제물이 되어 바다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하늘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하여 수중궁에서 지내다가 연꽃 안에 싸인 채 뜨게 되어 인당수에서 뱃사람들에게 발견된다. 이후 그 연꽃이 왕에게 진상되는 과정에서 심청은 환생하여 왕후가 되고, 맹인 잔치를 베풀어 아버지를 만나, 심 봉사는 그 자리에서 눈을 뜨게 된다. 어떻게 읽을까 이 작품은 그동안 구전되던 여러 설화를 바탕으로 유교 이념인 효를 주제로 하여 창작된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은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작품의 형성 과정과 주제, 판소리라는 장르의 특성 등에 주목해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거타지(居陀知)설화, 인신공희(人身供犧)설화, 맹인득안(盲人得眼)설화, 효녀지은(孝女知恩)’ 등 다수의 설화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판소리 사설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다양한 설화들과 <심청가>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어떤 내용이 탈락되고 추가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주제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작품의 주제는 유교의 대표 이념 가운데 하나인 ‘효’이다. 심청은 자신의 몸을 희생해 효를 실천한 것이다. 하지만 심청이 환생하지 못했다면, 심청의 행동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부모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은 효라고 할 수 있지만, 부모에 앞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불효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해 토론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뺑덕 어멈이 심 봉사와의 부부 관계를 저버린 것을 두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활동이 가능하며, 자신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과연 공양미 삼백 석을 꼭 얻어야만 했는지를 가지고 심 봉사의 행동을 비판해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 교과 심화 판소리란? 부채를 든 한 사람의 창자(소리꾼)가 한 사람의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너름새(몸짓)를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가는 극적인 음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소리꾼(倡優: 판소리를 전문으로 하는 가수)이 부르는 서사적인 노래를 한문으로는 잡가(雜歌)·본사가·창가·극가 등으로 치고 있으나 본디 우리말로는 판소리라 일러 왔다. 판소리란 판놀음으로 연행되는 소리라는 뜻이다. 판놀음은 넓은 마당을 놀이판으로 삼고 ‘판을 벌인다’ 하여 놀이의 구색을 갖추고, ‘판을 짠다’ 하여 놀이 순서를 제대로 짜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연행하는 놀음을 가리키는바, 판놀음으로 타는 줄타기는 판줄이라 하고, 판놀음으로 치는 농악은 판굿이라 한다. 그렇듯이 판놀음으로 벌이는 소리를 판소리라 하는 것이니 판소리란 이름이 본디부터 있었던 이름이라 하겠다. 판소리는 우리 전통예술의 특질인 자유분방함과 임의성(任意性), 즉흥성이 잘 나타나 있는데 예를 들면 송흥록대까지는 정확한 대본 없이 스승으로부터 익힌 사설에다 구전가요나 재담 등을 즉흥적으로 삽입하여 구연(口演)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엄청난 사설의 양으로 보아 사설이나 창법(唱法)의 정확한 전승이 어려웠다기보다도 청중의 감흥을 중요시한 방법으로서 소리꾼(唱者)의 가변성과 즉흥적 윤색을 용인하는 것으로, 이것이 판소리의 특성이자 묘미이다. - 민속음악연구회 누리집(www.pansori7.net)에서 발췌 판소리의 문학적 특질 판소리 사설의 기본 골격은 거의 대부분이 전승설화 등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사의 전 과정을 통해 창자들은 전승적 이야기의 골격을 근간으로 하여 그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을 확장·부연하는 방식으로 사설을 발전시켜 나아갔다. 이렇게 기존 전승에 첨가된 문학적·음악적 새로움을 가진 창작 부분을 ‘더늠’이라고 한다. 현전하는 판소리는 이들 더늠이 무수히 집적된 결과이다. 따라서 판소리는 이야기 전체의 흥미나 구성의 긴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각 대목·장면을 확장하면서 부분적인 흥미와 감동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판소리에서 앞뒤의 내용이 잘 맞지 않거나 때로는 뚜렷이 모순되기까지 하는 일이 흔히 있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그러면서도 판소리는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서사적 구성원리를 가지고 있다. 비장한 대목과 골계적(滑稽的: 익살스러운)인 장면, 재담을 교체적으로 배치하여 청중들을 작중 현실에 몰입시켰다가 해방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방식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정서적 긴장과 이완이 반복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매우 특이한 심리적·미학적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다채로울 뿐 아니라 각별히 생생한 입체감과 현실성을 띠고 있다. 판소리에서 설정되는 사건 공간은 대개 당대의 생활현실이거나 그 우화적(寓話的)인 투영이며, 이 속에 움직이는 인물들 역시 허구화된 재자가인(才子佳人)이 아니라 당대의 현실상을 반영하는 범인적(凡人的)인 존재들로 나타난다. (중략) 판소리의 사회적 성격 및 판소리에 투영된 사회의식은 판소리사의 전개 과정에 따라 일정하지만은 않으나, 창자들 자신이 천민이며 19세기 초 이전까지 평민 청중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으므로 평민적 세계관과 미의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판소리에서 중세적 윤리의식과 가치질서는 대체로 희극적 조롱의 대상이며, 평민적 경험에 기반한 세속적 현실주의가 삶의 근본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와 같은 성격은 그 자체가 아직 중세적 세계관을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성숙에 도달하지 못했던데다가 19세기 초기 이래의 판소리가 양반층의 청중을 주요 고객으로 의식하면서 일부 약화 또는 수정되었다. 그 결과 판소리에는 표면적 주제와 이면적 주제 사이의 갈등이라는 양면성 내지 이원성이 나타나는 예가 많으며, 특히 19세기를 살아남은 전승 5가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실전된 일곱마당까지를 포함하여 해석할 때 판소리 전반의 사회의식과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탈중세적 현실주의의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후략)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논제 해결 웃음 유발 내용·형식 찾아야 다음 제시문이 비극적인 내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을 찾아보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500자 안팎) [아니리] 밤이면 집에 돌아와 울고 낮이면 강두에 가서 울고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제 그 마을 사는 묘한 여자가 하나 있으되 호가 뺑파것다. 심 봉사 딸 덕분에 전곡(錢穀)간에 있단 말을 듣고 동리 사람들 모르게 자원 출가(自願出嫁)하여 심 봉사 그 불상헌 가산을 꼭 먹성질로 망하는디, [잦은모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쌀 퍼주고 고기 사 먹고 벼 퍼주고 술 사 먹고 이웃집 밥부치기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초군(樵軍)들과 싸움허기 잠자며 이갈기와 배 끓고 발 털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 가는 행인다려 담배 달라 실낭허기 술 잔뜩 먹고 정자 밑에 낮잠 자기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죽허고 남의 혼인허랴 허고 단단히 믿었난디 해담(害談)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가만 문 앞에 들어서며 불이야 이 놈의 행실이 이러허여도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뺑파한테 빠져서 나무칼로 귀를 외어 가도 모르게 되었것다. [아니리] 심 봉사 하루난 돈궤를 만져 보니 엽전 한 푼이 없것다. “여 뺑파 돈궤에 엽전 한 푼이 없으니 이게 웬일이여.” “아이고 그러니 외정(外丁)은 살림 속을 저렇게 몰라. 영감 드린다고 술 사오고 고기 사오고 떡 사오고 하는 돈이 모도 그 돈 아니요.” “나 술 고기 떡 많이 잘 사 주더라. 여편네 먹은 것 쥐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나.” “영감아 지난 달부터 밥 구미는 둑 떨어지고 신것만 구미가 당기니 어째서 그런가 모르겄오.” “파아하하 거 그러면 태기가 있을란가부네 어쩌튼 하나만 낳라. 그런디 신것이 구미가 당기면 무엇을 먹는가.” “아 살구 먹었지요.” “아 씨 되어 보니 닷말 서 되입니다.” “거 신 것을 그리 많이 먹어. 그 놈은 낳드라도 안 시건방질가 몰라. 이것 농담이요.” 하로난 관가에서 부름이 있어 들어가니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허였는디 만일 잔치 불참허면 이 골 수령이 봉고 파직(封庫罷職)을 당할 것이니 어서 급히 올라가라 노비(路費)까지 내어 주것다. 그 노비 받어가지고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하였는디 잔치에 불참허면 이 골 수령이 봉고 파직을 당한대여. 그러니 어서 급히 올라가세.” “아이고 여필종부(女必從夫)라고 영감 따러가지 누구 따러갈 사람 있소.” “아닌게 아니라 우리 뺑파가 열녀도 더 되고 백녀다 백녀. 자 그럼 어서 올라가세. 의복 챙겨 있는 것 자네는 맡아서 이고 가고 나는 괘나리 띳빵해서 질머지고 가세.” 막상 떠날라고 허니 도화동이 섭섭하든가 보드라. [중모리] 도화동아 잘 있거나 무릉촌(武陵村)도 잘 있거라 내가 인제 떠나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오랴느냐. 어이 가리 너 어이 갈고 황성 천리를 어이 갈고 조자룡(趙子龍)의 월강(越江)허든 청총마나 있거드면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이 내 다리로 몇 날을 걸어서 황성(皇城)을 갈그나 어이 가리 너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길소리를 좀 맞어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겄네. 뺑덕어미가 길소리를 맞는디 어디서 메나리조를 들었는지 메나리조로 먹이것다. 어이 가리 너 어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날개 돋힌 학이나 되면 수루루 펄펄 날어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봉사 가장 다리고 몇 날을 걸어서 황성을 갈거나. 이리 한참 올라가다 일모(日暮)가 되니 주막에 들어 잠자는디 그 때으 뺑덕이네는 황 봉사와 등이 맞어 주인과 약속을 허고 밤중 도망을 허였는디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첫 새벽으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 -정권진 창(唱), 고등학교 <문학>
◎ 해결 방향 제시문은 판소리 <심청가>의 일부로, 맹인 잔치를 가기 위해 길을 떠난 심 봉사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뺑덕 어멈을 찾아 헤매는 대목이다. 논제를 해결하려면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를 내용 면과 형식 면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에 나타난 내용은 비극적이다. 경제적으로 하층민인 심 봉사가 맹인 잔치를 가려 길을 떠났는데, 주막에서 하루 묵는 사이 부인인 뺑덕 어미가 바람이 나서 도망간 것이다.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심 봉사는 그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독자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심 봉사의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일부 재미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극중 인물들의 과장된 행동과 대사 때문이다. 먼저 극중에서 악인으로 등장하는 뺑덕 어미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쌀 퍼주고”)이나, 의성어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재미있게 형상화한 부분(“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죽허고”) 등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은 내용적 요소인 동시에 형식적 요소다. 그것은 인용한 대목에서 느껴지는 음악성에서 비롯한다. 자진모리는 3분박 보통 빠르거나 조금 빠른 4박자인데, 이 장단을 써 경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글자 수가 3·4, 4·4 등으로 반복됨으로써 읽는 과정에서 일정한 운율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심 봉사가 순진하게 뺑덕 어멈의 거짓말에 속는 장면과 뺑덕 어멈과 농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도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 즉 해학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문학에서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가 발견되는 것은 어떤 절망적인 국면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 민족 고유의 성품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방 네 구석을 더듬어도 없제. “여보 주인 우리 마누라 혹 안에 들어갔오.” “아니요 간밤에 어느 봉사와 밤길 친다고 발서 떠났오.” “아니 그러면 주인 녀석이 되어가지고 인제 그말히여.” “아 그분과 내외간인지 알었지, 심 봉사님과 내외간인지 알았소.” “그는 그럴 것이오, 아이고 이년이 갔구나.” [진양조]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그려 예이 천하 의리 없고 사정 없는 이년아 당초에 늬가 버릴 테면 있던 데서 마다허지 수백 리 타향에다 날 버리고 네가 무엇 잘 될소냐. 이년아.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이년아. 오라 오라 현철한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出天大孝) 내 딸 청이 생죽엄도 당했는디 네까짓 년을 생각허는 내가 미친놈이로구나. [아니리] 주인과 작별허고. [중모리] 주막 밖을 나서드니 그래도 생각이 나서 그 자리 펏석 주저앉더니 뺑덕이네 뺑덕이네 예끼 천하에 무정한 년. 황성 천리 먼먼 길을 어이 찾어가잔 말이냐.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성염(三伏盛炎)이라. 태양은 불빛 같고 더운 땀을 흘리면서 한 곳을 점점 나려갈제, (…) - 고등학교 <문학> <줄거리> 심청은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고 장님인 심 봉사의 손에서 동냥젖을 얻어먹고 자란다. 심성이 곱고 효심이 깊은 심청은 15살 때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면 아버지가 눈을 뜨게 된다는 말을 듣고 남경 선인들에게 팔려 인당수의 제물이 되어 바다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하늘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하여 수중궁에서 지내다가 연꽃 안에 싸인 채 뜨게 되어 인당수에서 뱃사람들에게 발견된다. 이후 그 연꽃이 왕에게 진상되는 과정에서 심청은 환생하여 왕후가 되고, 맹인 잔치를 베풀어 아버지를 만나, 심 봉사는 그 자리에서 눈을 뜨게 된다. 어떻게 읽을까 이 작품은 그동안 구전되던 여러 설화를 바탕으로 유교 이념인 효를 주제로 하여 창작된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은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작품의 형성 과정과 주제, 판소리라는 장르의 특성 등에 주목해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거타지(居陀知)설화, 인신공희(人身供犧)설화, 맹인득안(盲人得眼)설화, 효녀지은(孝女知恩)’ 등 다수의 설화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판소리 사설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다양한 설화들과 <심청가>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어떤 내용이 탈락되고 추가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주제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작품의 주제는 유교의 대표 이념 가운데 하나인 ‘효’이다. 심청은 자신의 몸을 희생해 효를 실천한 것이다. 하지만 심청이 환생하지 못했다면, 심청의 행동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부모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은 효라고 할 수 있지만, 부모에 앞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불효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해 토론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뺑덕 어멈이 심 봉사와의 부부 관계를 저버린 것을 두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활동이 가능하며, 자신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과연 공양미 삼백 석을 꼭 얻어야만 했는지를 가지고 심 봉사의 행동을 비판해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 교과 심화 판소리란? 부채를 든 한 사람의 창자(소리꾼)가 한 사람의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너름새(몸짓)를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가는 극적인 음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소리꾼(倡優: 판소리를 전문으로 하는 가수)이 부르는 서사적인 노래를 한문으로는 잡가(雜歌)·본사가·창가·극가 등으로 치고 있으나 본디 우리말로는 판소리라 일러 왔다. 판소리란 판놀음으로 연행되는 소리라는 뜻이다. 판놀음은 넓은 마당을 놀이판으로 삼고 ‘판을 벌인다’ 하여 놀이의 구색을 갖추고, ‘판을 짠다’ 하여 놀이 순서를 제대로 짜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연행하는 놀음을 가리키는바, 판놀음으로 타는 줄타기는 판줄이라 하고, 판놀음으로 치는 농악은 판굿이라 한다. 그렇듯이 판놀음으로 벌이는 소리를 판소리라 하는 것이니 판소리란 이름이 본디부터 있었던 이름이라 하겠다. 판소리는 우리 전통예술의 특질인 자유분방함과 임의성(任意性), 즉흥성이 잘 나타나 있는데 예를 들면 송흥록대까지는 정확한 대본 없이 스승으로부터 익힌 사설에다 구전가요나 재담 등을 즉흥적으로 삽입하여 구연(口演)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엄청난 사설의 양으로 보아 사설이나 창법(唱法)의 정확한 전승이 어려웠다기보다도 청중의 감흥을 중요시한 방법으로서 소리꾼(唱者)의 가변성과 즉흥적 윤색을 용인하는 것으로, 이것이 판소리의 특성이자 묘미이다. - 민속음악연구회 누리집(www.pansori7.net)에서 발췌 판소리의 문학적 특질 판소리 사설의 기본 골격은 거의 대부분이 전승설화 등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사의 전 과정을 통해 창자들은 전승적 이야기의 골격을 근간으로 하여 그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을 확장·부연하는 방식으로 사설을 발전시켜 나아갔다. 이렇게 기존 전승에 첨가된 문학적·음악적 새로움을 가진 창작 부분을 ‘더늠’이라고 한다. 현전하는 판소리는 이들 더늠이 무수히 집적된 결과이다. 따라서 판소리는 이야기 전체의 흥미나 구성의 긴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각 대목·장면을 확장하면서 부분적인 흥미와 감동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판소리에서 앞뒤의 내용이 잘 맞지 않거나 때로는 뚜렷이 모순되기까지 하는 일이 흔히 있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그러면서도 판소리는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서사적 구성원리를 가지고 있다. 비장한 대목과 골계적(滑稽的: 익살스러운)인 장면, 재담을 교체적으로 배치하여 청중들을 작중 현실에 몰입시켰다가 해방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방식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정서적 긴장과 이완이 반복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매우 특이한 심리적·미학적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다채로울 뿐 아니라 각별히 생생한 입체감과 현실성을 띠고 있다. 판소리에서 설정되는 사건 공간은 대개 당대의 생활현실이거나 그 우화적(寓話的)인 투영이며, 이 속에 움직이는 인물들 역시 허구화된 재자가인(才子佳人)이 아니라 당대의 현실상을 반영하는 범인적(凡人的)인 존재들로 나타난다. (중략) 판소리의 사회적 성격 및 판소리에 투영된 사회의식은 판소리사의 전개 과정에 따라 일정하지만은 않으나, 창자들 자신이 천민이며 19세기 초 이전까지 평민 청중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으므로 평민적 세계관과 미의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판소리에서 중세적 윤리의식과 가치질서는 대체로 희극적 조롱의 대상이며, 평민적 경험에 기반한 세속적 현실주의가 삶의 근본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와 같은 성격은 그 자체가 아직 중세적 세계관을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성숙에 도달하지 못했던데다가 19세기 초기 이래의 판소리가 양반층의 청중을 주요 고객으로 의식하면서 일부 약화 또는 수정되었다. 그 결과 판소리에는 표면적 주제와 이면적 주제 사이의 갈등이라는 양면성 내지 이원성이 나타나는 예가 많으며, 특히 19세기를 살아남은 전승 5가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실전된 일곱마당까지를 포함하여 해석할 때 판소리 전반의 사회의식과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탈중세적 현실주의의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후략)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논제 해결 웃음 유발 내용·형식 찾아야 다음 제시문이 비극적인 내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을 찾아보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500자 안팎) [아니리] 밤이면 집에 돌아와 울고 낮이면 강두에 가서 울고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제 그 마을 사는 묘한 여자가 하나 있으되 호가 뺑파것다. 심 봉사 딸 덕분에 전곡(錢穀)간에 있단 말을 듣고 동리 사람들 모르게 자원 출가(自願出嫁)하여 심 봉사 그 불상헌 가산을 꼭 먹성질로 망하는디, [잦은모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쌀 퍼주고 고기 사 먹고 벼 퍼주고 술 사 먹고 이웃집 밥부치기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초군(樵軍)들과 싸움허기 잠자며 이갈기와 배 끓고 발 털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 가는 행인다려 담배 달라 실낭허기 술 잔뜩 먹고 정자 밑에 낮잠 자기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죽허고 남의 혼인허랴 허고 단단히 믿었난디 해담(害談)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가만 문 앞에 들어서며 불이야 이 놈의 행실이 이러허여도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뺑파한테 빠져서 나무칼로 귀를 외어 가도 모르게 되었것다. [아니리] 심 봉사 하루난 돈궤를 만져 보니 엽전 한 푼이 없것다. “여 뺑파 돈궤에 엽전 한 푼이 없으니 이게 웬일이여.” “아이고 그러니 외정(外丁)은 살림 속을 저렇게 몰라. 영감 드린다고 술 사오고 고기 사오고 떡 사오고 하는 돈이 모도 그 돈 아니요.” “나 술 고기 떡 많이 잘 사 주더라. 여편네 먹은 것 쥐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나.” “영감아 지난 달부터 밥 구미는 둑 떨어지고 신것만 구미가 당기니 어째서 그런가 모르겄오.” “파아하하 거 그러면 태기가 있을란가부네 어쩌튼 하나만 낳라. 그런디 신것이 구미가 당기면 무엇을 먹는가.” “아 살구 먹었지요.” “아 씨 되어 보니 닷말 서 되입니다.” “거 신 것을 그리 많이 먹어. 그 놈은 낳드라도 안 시건방질가 몰라. 이것 농담이요.” 하로난 관가에서 부름이 있어 들어가니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허였는디 만일 잔치 불참허면 이 골 수령이 봉고 파직(封庫罷職)을 당할 것이니 어서 급히 올라가라 노비(路費)까지 내어 주것다. 그 노비 받어가지고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하였는디 잔치에 불참허면 이 골 수령이 봉고 파직을 당한대여. 그러니 어서 급히 올라가세.” “아이고 여필종부(女必從夫)라고 영감 따러가지 누구 따러갈 사람 있소.” “아닌게 아니라 우리 뺑파가 열녀도 더 되고 백녀다 백녀. 자 그럼 어서 올라가세. 의복 챙겨 있는 것 자네는 맡아서 이고 가고 나는 괘나리 띳빵해서 질머지고 가세.” 막상 떠날라고 허니 도화동이 섭섭하든가 보드라. [중모리] 도화동아 잘 있거나 무릉촌(武陵村)도 잘 있거라 내가 인제 떠나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오랴느냐. 어이 가리 너 어이 갈고 황성 천리를 어이 갈고 조자룡(趙子龍)의 월강(越江)허든 청총마나 있거드면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이 내 다리로 몇 날을 걸어서 황성(皇城)을 갈그나 어이 가리 너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길소리를 좀 맞어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겄네. 뺑덕어미가 길소리를 맞는디 어디서 메나리조를 들었는지 메나리조로 먹이것다. 어이 가리 너 어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날개 돋힌 학이나 되면 수루루 펄펄 날어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봉사 가장 다리고 몇 날을 걸어서 황성을 갈거나. 이리 한참 올라가다 일모(日暮)가 되니 주막에 들어 잠자는디 그 때으 뺑덕이네는 황 봉사와 등이 맞어 주인과 약속을 허고 밤중 도망을 허였는디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첫 새벽으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 -정권진 창(唱), 고등학교 <문학>
◎ 해결 방향 제시문은 판소리 <심청가>의 일부로, 맹인 잔치를 가기 위해 길을 떠난 심 봉사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뺑덕 어멈을 찾아 헤매는 대목이다. 논제를 해결하려면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를 내용 면과 형식 면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에 나타난 내용은 비극적이다. 경제적으로 하층민인 심 봉사가 맹인 잔치를 가려 길을 떠났는데, 주막에서 하루 묵는 사이 부인인 뺑덕 어미가 바람이 나서 도망간 것이다.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심 봉사는 그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독자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심 봉사의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일부 재미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극중 인물들의 과장된 행동과 대사 때문이다. 먼저 극중에서 악인으로 등장하는 뺑덕 어미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쌀 퍼주고”)이나, 의성어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재미있게 형상화한 부분(“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죽허고”) 등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은 내용적 요소인 동시에 형식적 요소다. 그것은 인용한 대목에서 느껴지는 음악성에서 비롯한다. 자진모리는 3분박 보통 빠르거나 조금 빠른 4박자인데, 이 장단을 써 경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글자 수가 3·4, 4·4 등으로 반복됨으로써 읽는 과정에서 일정한 운율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심 봉사가 순진하게 뺑덕 어멈의 거짓말에 속는 장면과 뺑덕 어멈과 농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도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 즉 해학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문학에서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가 발견되는 것은 어떤 절망적인 국면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 민족 고유의 성품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