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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책이 빚은 남북 언어의 차이

등록 2009-10-11 16:45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난이도 수준-중2~고1]


68. 전통 예술과 말놀이
69. 남북한의 언어 통합
70. 우리말과 문학어

※ 아래 글에서 ( )에 들어갈 다듬은 말로 볼 수 없는 것은?

북한의 말다듬기는 우리말의 우수성을 살리고 부족한 점을 보충해 나간다는 명분으로 실시하는 일종의 언어 혁명이다. 이러한 작업은 한자 사용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한글 전용을 실시한 1949년 초부터 이미 그 싹이 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낱말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여 말다듬기의 대상으로 선정되면 새로운 말, 곧 다듬은 말로 바뀌게 된다. 이때에 다듬은 말이 지녀야 할 속성은 무엇인가? 여기에는 네 가지 항목을 손꼽는다. 1) 실머리(실마리)가 잘 잡힐 것, 2) 의미가 뚜렷하고 알기 쉬울 것, 3) 고유어의 단어 만들기 규칙에 맞을 것, 4) 말소리의 배합이 순탄할 것.


낱말 만들기에서 ‘실머리’란 이름 지어 부르려는 사물 현상의 여러 특성 가운데서 그 이름을 짓는 계기가 되는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검어’라는 물고기는 주둥이가 칼모양으로 생겼으므로 ‘칼고기’라 하였다. 물론 본래말과 일치시키지 않고 다른 실머리로 새 낱말을 만든 예도 얼마든지 있다. ‘포충망’을 ‘후리채’, ‘도한(盜汗)’을 ‘( ㉠ )’, ‘락화생’을 ‘땅콩’이라고 바꾸었으며, ‘픽숀(fiction)’을 ‘꾸밈수’, ‘핀트’를 ‘맞춤점’으로 바꾸었다. 의미가 뚜렷하고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는 본래말의 뜻과 일치시키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계란’을 ‘( ㉡ )’, ‘영아’를 ‘( ㉢ )’로 다듬은 것은 본래말과 뜻이 일치한 경우이고, 한자말 ‘음성, 어성, 언성, 어음’은 모두 ‘( ㉣ )’로, 한자말 ‘발로되다, 탄로되다, 로출되다’는 모두 ‘( ㉤ )’로 바꾸었는데 이것은 본래말의 뜻 폭이 다르지만 다듬은 말이 그 뜻을 모두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바꿀 수도 있었다고 한다.

-심재기, ‘문화어 다듬기’,

<국어생활> 제15호, 국어연구소

① ㉠ : 식은땀 ② ㉡ : 닭알 ③ ㉢ : 간난애기 ④ ㉣ : 말소리 ⑤ ㉤ : 들고나다

언어의 차이는 시간과 공간, 사회와 연령, 계층 등의 여러 요인으로 생겨나지만, 언어 정책의 결과로도 생긴다. 남한의 표준어 정책과 북한의 문화어 정책이 지향하는 바가 다른 점도 그 요인의 하나가 됐다. 제시 자료에서는 북한의 문화어 다듬기에 나타나는 새말 만들기의 원리에 해당하는데, 말을 다듬는 기본 원칙으로 사물의 특성을 반영하는 ‘실머리(남한말의 실마리)’를 중시한 예를 보여준다. 실마리를 중심으로 새 말을 만들었기 때문에 다듬은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이를 고려할 때 ㉤은 ‘드러나다’가 정확한 말이다. ‘한글 맞춤법’에서도 두 개의 용언이 어울려 한 개의 용언이 될 적에 앞말의 본뜻이 유지되지 않을 때는 소리나는 대로 적는 규정(제14항)에 따라 ‘노출’을 ‘드러나다’로 적고 있다.

※ 다음 글을 읽고 남북한 사람들의 언어 통합을 위한 바람직한 자세를 주제로 짧은 글을 써 보자.

‘동무’라는 단어는 원래 특별히 가깝고 친근한 사이를 일컬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호칭으로는 쓰이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에 한 마을에서 자란 아주 친한 동무였다.’, ‘저 총각 말입니다. 저 총각은 우리 오빠 동무예요.’ 이렇게 쓰이었다. ‘동무’가 호칭으로 되기는 아마도 ‘토지개혁’ 때부터라 하겠다.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보고 ‘시아버님 동지’라 하면,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보고 ‘며느리 동무’라 했다 한다. 무산계급혁명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직위에 관계없이, 남녀에 관계없이 다 평등하게 혁명을 위해 사업하는 사이이기에 ‘동지’, ‘동무’라 해야 한다고 강요했던 것이다. (…) 선생의 ‘학생 동무들’도 따져보면 역시 우스꽝스러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선생은 선생이고 학생은 학생이지 선생이 학생을 보고 ‘동무’라 호칭할 수는 없다.

허재영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hjy435@hanmail.net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답안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는 남북한 사회나 언어 정책의 이질화에 따라 발생한 것들이 많다. ‘동무’라는 말의 의미나 쓰임이 사회를 배경으로 달라진 것처럼, 남북한 언어 통합을 위해서는 남북한 사회 및 언어 사용 실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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