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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상온 세라믹 코팅’ 인공치아 시술의 새 장을 열다

등록 2009-10-11 19:08수정 2009-10-11 19:09

토끼의 대퇴골에 시술한 임플란트의 4주 후 뼈 성장 상태 비교. 그림 ①은 티타늄 임플란트, 그림 ②는 박동수 박사 팀이 개발한 수산화인회석 코팅 티타늄 임플란트다. 그림 ②가 그림 ①보다 뼈(적색) 성장이 촉진됐음을 알 수 있다.  박동수 박사 팀 제공
토끼의 대퇴골에 시술한 임플란트의 4주 후 뼈 성장 상태 비교. 그림 ①은 티타늄 임플란트, 그림 ②는 박동수 박사 팀이 개발한 수산화인회석 코팅 티타늄 임플란트다. 그림 ②가 그림 ①보다 뼈(적색) 성장이 촉진됐음을 알 수 있다. 박동수 박사 팀 제공
박동수 박사팀, 임플란트 착근 돕는 코팅 기술 개발
기존 결합력의 3배…잇몸뼈 약한 어르신께 ‘희소식’

16. 수자원지속적확보기술개발사업단
17. 차세대소재성형기술개발사업단
18. 차세대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 (마지막회)

현재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약 78.5살이다. 30년 전보다 15살이 늘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일부 신체기관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삶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치아다. 노화로 영구치가 빠져버리면 ‘씹는 맛’을 누릴 수 없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금이나 상아 등으로 인공치아를 심으려 했지만 널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1960년대 말 인체 거부반응이 거의 없는 티타늄으로 인공치근을 심고 거기에 인공치아를 고정시키는 골유착 임플란트 기술이 개발되면서, 치과 임플란트(인공치아 이식)가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인공치아 이식에서 중요한 건 잇몸 뼈와 금속 나사 사이의 궁합이다. 잇몸 뼈가 약하거나 그 성장이 느린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금속 나사 표면에 우리 몸 뼈 성분과 유사한 세라믹 재료, ‘수산화인회석’을 코팅한다. 수산화인회석은 생체적합성이 뛰어나, 이를 코팅한 티타늄 인공치근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잇몸 뼈에 잘 붙는다.(그림 참조)

박동수 박사
박동수 박사

지난 9월22일 창원 재료연구소에서 만난 박동수(49) 박사는 최근 지식경제부의 지원 아래 치과 임플란트용 티타늄 인공치근에 효과적으로 수산화인회석을 코팅하는 ‘상온진공분말분사’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임플란트 표면에 수산화인회석을 코팅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한 기술입니다. 그러나 기존 수산화인회석 코팅은 티타늄과 결합력이 낮아 쉽게 벗겨지고, 코팅 표면에 균열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코팅 기술은 기존보다 티타늄과의 결합력이 3배 이상 높고, 생체적합성도 우수해 잇몸 뼈가 약해 임플란트 시술이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박동수 박사가 오랜 시간 세라믹 연구에 몰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미국 유학 중이던 1985년 지도교수의 조언으로 세라믹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재료공학 분야에서 ‘세라믹 엔진’이 큰 화두였습니다. 세라믹은 높은 온도와 부식이 잘 되는 환경에서 금속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재료입니다. 만약 세라믹 엔진이 개발된다면 냉각장치가 필요 없어 자동차 등 동력장치를 가벼우면서도 열효율이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라믹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깨지기 쉬운 성질입니다. 저는 이 단점을 최소화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2004년 그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가 몸담고 있던 재료연구소에 ‘미래연구부’가 생긴 것이다. 미래연구부는 실패 위험이 크지만(high risk), 성공하면 파급효과도 큰(high return) 새로운 재료기술 연구를 전담하는 부서다. 이 부서의 책임을 맡은 그는 어떤 도전적인 연구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5년 전 미국에서 열린 학회에서 우연하게 들은 연구 성과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일본 과학자들이 열을 가하지 않고도 세라믹을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했죠. 세라믹 가루를 금속 표면 등에 코팅하려면 열을 가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도자기 굽는 걸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런데 ‘상온’에서 세라믹을 코팅한다고 하니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만일 상온 세라믹 코팅이 가능하다면, 그 파급효과가 클 거라 생각했습니다. 미래연구부에 적절한 주제였던 셈이죠. 그래서 도전하기로 맘먹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팀을 꾸려 연구를 시작하니 앞이 까마득했다. 제대로 된 코팅 장비도 갖추지 못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3년간 연구비와 인력 등에 대해 연구소의 전폭적 지원이 약속돼 있었지만, 그만큼 실패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동료들과 상온 세라믹 코팅 실험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암담했습니다. 코팅을 했는데도 처음 넣었을 때와 색이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연구소 동료가 코팅 두께 측정 장치에 이를 넣어보더니 아주 얇게 코팅됐다고 알려주는 거예요. 투명하게 코팅돼서 몰랐던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박동수 박사 팀은 ‘상온’에서 세라믹 가루를 코팅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그렇다면 ‘상온 세라믹’ 코팅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코팅 속도가 빨라집니다. 저희가 개발한 기술로 현재 1시간에 약 300개의 임플란트를 코팅할 수 있습니다. 이식 효과가 탁월한 임플란트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 거죠. 더 나아가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 등과 수산화인회석을 온도에 민감한 생체활성물질에 복합코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은 우연한 계기로 연구·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구자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열정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창원/글·사진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 자세히 알기

● 세라믹(ceramics)

도자기, 유리, 시멘트 등 고온에서 구워 만든 비금속 무기질 고체 재료를 가리킨다. 금속보다 열에 강하고 공기나 물, 화학약품 등에 부식이 잘 생기지 않는다. 또 마모도 잘 되지 않아 연마재로도 널리 쓰인다. 그러나 금속처럼 늘어나거나 펴지는 성질이 없어 외부 압력이 강하면 깨져 버린다. 또 금속보다 비싸다는 게 흠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금속 표면에 세라믹을 코팅해 제품의 효율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실례가 고온형 연료전지다. 기존 세라믹을 소재로 만들어진 연료전지를 가격이 싼 금속으로 바꾸려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박동수 박사 팀이 개발한 상온 세라믹 코팅 기술은 향후 고온형 연료전지를 저렴하게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 수산화인회석(hydroxylapatite)

우리 몸의 뼈나 치아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무기질이다. 화학식은 Ca5(PO₄)₃OH이다. 칼슘과 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경금속에 가까울 정도로 단단하다. 자연에선 순수하게 산출되는 경우가 없어 대부분 인위적으로 합성해 만든다. 치아의 가장 바깥쪽을 이루는 법랑질은 사람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데 이 조직의 96%를 차지하는 게 수산화인회석이다. 치과 임플란트 주재료인 티타늄을 수산화인회석으로 코팅하면 생체적합성이 뛰어나, 임플란트가 잇몸 뼈에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다. 박동수 박사 팀은 수산화인회석 복합재료를 개발해 생체적합성뿐만 아니라 세균감염 억제 기능을 지닌 임플란트 코팅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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