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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인간성 위협하는 물질문명

등록 2009-11-01 15:29수정 2009-11-01 15:30

우리말 논술 40. 문학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점 2. <가을에>와 휴머니즘

■ 교과서 읽기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微笑)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낸 전설(傳說)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眞理)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病席)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速力)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恐怖)의 기억(記憶)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 정한모

- 고등학교 <문학>

어떻게 읽을까

이 시는 시적 화자가 느끼는 공포스러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기를 ‘당신’으로 표현된 절대자에게 간구하는 내용을 기도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시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어를 통하여 시적 화자가 인식하는 현실과 추구하는 이상을 파악하고, 이것이 기도 형식과 어떤 관련을 맺는지를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시적 의미와 실제 현실과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하여 시의 주제를 폭넓게 확장할 수 있다.

시와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로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위협하는 전쟁, 산업화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생각해 봄으로써 시의 주제를 다양하게 심화·확장할 수 있다.

함께 읽어볼 만한 작품으로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드러나 있는 박남수의 <새>,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등을 꼽을 수 있다.


■ 교과 심화

<가을에> 심화 감상

이 시는 비인간적 물질문명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생명에의 신뢰와 사랑을 지키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경건한 기도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점차 삭막해져 가는 세상일지언정 따스한 인간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화자는 어린아이가 올리는 순수한 기도 같은 성스런 생활을 소망하며 옛이야기같이 순수한 인간성 회복을 기대한다. 그러므로 ‘당신’을 향한 화자의 기도는 우주의 합일에 의한 ‘영원한 아름다운 진리’를 간직하게 함으로써 한 차원 더 높아진 차원에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다는 간절한 소망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화자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병상 체험처럼 ‘아득한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공포’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무서운 진리’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기계 문명으로 인해 비인간적인 것이 범람하는 1950년대의 현실, 즉 전쟁이나 폭력 등을 암시한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절대자를 향해 올리는 화자의 간절한 기도는 아름다움과 참된 인간 세상을 향한 열망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 준다. 이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순수의 본질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시인의 정신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양승준·양승국, <한국 현대시 500선>


■ 논제 해결

시 속 휴머니즘 이해를

제시문 (가)와 (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시적 화자의 현실인식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극복방안을 제시문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서술하시오. (500자 안팎)

(가) 위의 시 ‘가을에’

(나) 새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박 남 수

- 고등학교 <문학>


◎ 해결 방향

이 논제를 해결하려면 제시문 (가)와 (나)의 시적 화자가 인식하는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제시문에서 시적 화자는 모두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인식을 표출하는 과정과 부정적 현실과 대비되는 이상 세계를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부분적인 차이를 보인다.

제시문 (가)에서는 ‘아득한 추락’, ‘공포의 기억’, ‘무서운 진리’ 등으로 현실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시 초반부에서 묘사한 ‘반짝이는 미소’, ‘아기의 작은 손아귀’, ‘할머니의 말씀’ 등으로 묘사되는 순수한 사랑과 신뢰가 파괴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전쟁이나 인간 사이의 신뢰를 파괴하는 산업화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새’로 표상되는 사랑과 순수함을 위협하는 ‘포수의 납’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의 ‘납’은 차가운 금속성과 무거움을 상징하는데, 이것은 자연의 순수한 삶을 파괴하는 이기적인 문명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 사이의 현실 인식에 대한 비교·분석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각 제시문에서 부정적 현실과 대비되는 시어를 중심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시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노래’, ‘체온’ 등과 같이 추상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므로,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실제 현실과 관련지어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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