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싫어요, 안 돼요’ 교육의 함정
“어른들은 성폭력 상황에 놓였을 때, ‘싫어요! 안 돼요!’ 저항할 수 있을까요?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당시의 신체적, 정신적 무기력감 때문에 저항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어른들도 못하는 것을 왜 아이들한테 강요하나요?”
이현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평등교육부 교수의 말이다.
진짜 문제는 ‘싫어요, 안 돼요’ 교육이 2차 피해를 낳는다는 점이다. 김영애 여성민우회 전문강사는 “피해 사실을 안 부모는 아이한테 ‘싫어요, 안 돼요’라고 했는지 안 했는지를 따져 묻고 결국 아이는 자기가 제대로 저항을 못해서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죄책감을 느낀다”며 “피해의 후유증은 피해 자체보다 이런 잘못된 반응에서 생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싫어요, 안 돼요’ 교육은 법정에서 가해자한테 유리한 쪽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정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아동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는 “법정 지원을 나가보면 가해자 쪽 변호사나 판사들이 피해 어린이한테 ‘싫어요, 안 돼요를 했느냐’를 확인하는 일이 많다”며 “아동 성폭력 예방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뭣보다 아이들한테 강한 저항을 가르치는 일이 위험한 것은 실제 상황에서 아이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호규 사과나무상담센터 소장은 “물론 처음 10~20초 사이의 강한 저항은 필요하지만 가해자와 일대일 상황에서는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가해자와 일대일 상황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울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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