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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아의 내적 성장 돕는 소설

등록 2009-11-08 14:35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수준-중2~고1]

72. 문학과 현실 인식
73. 성숙의 과정으로서 문학 읽기
74. 문학작품의 아름다움과 가치

※ 다음 글에 나타난 인물들에 관하여 잘못 이해한 것은?

그때도 여름이었다. 방학한 지 며칠 안 되는 어느 날 아버지는 느닷없이 나를 데리고 출근하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 금빛 찬란한 옷을 입고 수행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남자다운 훌륭한 일의 현장에 있을 수 있다는 흥분으로 몸도 마음도 마구 뛰었다.

뜻밖에도 엄마가 그건 안 된다고 내 몸을 꽉 붙들었다. 아버지는 ‘왜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야?’ 하면서 나를 빼앗았다. 워낙 힘의 대결에 있어서 엄마는 아버지의 적수가 못 되는데다 아버지에게로 가겠다는 내 힘까지 작용하고 보니 엄마는 검부락지처럼 무력하게 나를 아버지에게 빼앗겼다. (중략)

“여기가 아빠 직장이란다.”

큰 집이었지만 그 근처엔 십 층도 넘는 집이 수두룩해서 나는 가볍게 실망했다. 아버지와 내가 문 앞에 서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나는 아버지를 위해 문을 열어 준 시중꾼을 찾아내려고 두리번거렸으나 아무도 찾지를 못했다.

저절로 열리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있는 방으로 아버지가 들어섰다. 그 방은 드나드는 사람을 빤히 살펴볼 수 있는 유리창이 달려 있고 딱딱한 비닐의자가 서너 개, 회색빛 호마이카 테이블과 전화가 있을 뿐인 좁고 살벌한 방이었다. (중략)

자동문 앞에 새까만 차가 멎더니 대머리가 까진 키가 작고 넥타이를 맨 쪼오다 티가 더럭더럭 나는 남자가 나타났다. 아버지는 질겁을 해서 뛰어내려 나갔다. 그러더니 꼿꼿이 서서 우리 삼형제가 매일 아침 아버지한테 하는 것 같은 ‘경례’를 그 쪼오다한테 엄숙하게 올려붙이는 것이었다. (하략)

- 박완서, ‘배반의 여름’ 중에서

① 아버지 : 자신이 하는 일을 어린 화자에게 사실대로 알려 주고자 한다.

② 엄마 : 아버지가 하는 일을 화자가 알게 됨으로써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③ 시중꾼 : 화자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위대함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인물이다.

④ 쪼오다 : 아버지의 상사로 아버지를 멸시하는 인물이다.

⑤ 나 : 아버지가 하는 일을 사실대로 알게 됨으로써 내적인 성숙을 이룰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렸을 때 위대해 보이기만 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점차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내면적인 성장을 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작품 속의 아버지는 회사의 수위로 회사 정문에서 윗사람들을 위해 경례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엄마는 이러한 사실을 앎으로써 아이가 겪을 실망감을 염려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화자를 데리고 출근하는 것을 막고자 하였다. 화자가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과정에서 ④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쪼오다’라는 명칭은 아버지와 대립적인 위치에 있는 상사에 대해 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나타낸 지칭일 뿐이다.

※ 다음 글에서 아이는 ‘별’을 보며 무엇을 깨닫게 되었을지 간략하게 쓰시오.

▶풀이는 7면에

(어머니에 대한 환상으로 누이를 미워하던 소년은, 자신을 사랑하던 누이가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한 지 얼마 뒤에 누이의 부고를 받는다.) 아이는 달구지 채에 올라서지도 않고 전보다 쉽사리 당나귀 등에 올라탔다. 당나귀가 전처럼 제 꼬리를 물려는 듯이 돌다가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는 당나귀에게나처럼, 우리 뉠 왜 쥑엔! 왜 쥑엔! 하고 소리 질렀다. 당나귀가 더 날뛸수록 아이의, 왜 쥑엔! 왜 쥑엔! 하는 지름 소리가 더 커 갔다. 그러다가 아이는 문득 골목 밖에서 누이의, 데런! 하는 부르짖음을 들은 거로 착각하면서, 부러 당나귀 등에서 떨어져 굴렀다. 이번에는 어느 쪽 다리도 삐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눈에는 그제야 눈물이 괴었다.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고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아이는 지금 자기의 오른쪽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쪽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을 감아 눈 속의 별을 내몰았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답안

이 소설에서 아이는 어머니에 대한 환상으로 누이를 미워한다. 작품 속의 갈등은 아이가 겪는 내면적인 것으로, 현실과 환상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이의 죽음을 통하여 아름다움과 추함, 죽음,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허재영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hjy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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