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활용법을 제대로 익히기만 해도 공부의 절반은 완성하는 것이다. 사진은 2010학년도 중학교 수학 교과서.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인과관계로 엮여있어 체계적으로 지식 파악
시험준비땐 이해안된 부분 표시·메모가 도움
인과관계로 엮여있어 체계적으로 지식 파악
시험준비땐 이해안된 부분 표시·메모가 도움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란 말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까? 김지석(서울신서중1)군은 “아닌 거 같다”고 딱 잘라 말하며 “그(참고서) 내용이 그(교과서) 내용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학생들은 참고서나 문제집을 많이 쓴다”고 지적했다. 강예희(서울창일중1)양도 “아마 몰래 문제집 사서 공부했을 거다”라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김군을 포함해 김영찬(서울신남중1)군, 신윤주(서울고척중2)양은 “선생님들이 교과서에서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시험 전에만 집중적으로 본다”며 자신만의 ‘교과서 활용법’을 밝혔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공부의 기본교재로 여기기보단 ‘교과서=시험 대비용 교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현직 교사들은 이런 모습에 대해 “공부의 기본은 교과서다”라며 “평소에 교과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당부한다. 미래엔컬처그룹(구 대한교과서)에서 교과서 제작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정준걸 교육사업본부장은 “교과서는 연관성 있는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학생들이 공부하기 편리하도록 수준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라며 “많은 양의 단편적 지식을 제공하는 참고서와 달리 교과서는 지식을 인과관계에 의해 엮어놨기 때문에 그 관계에 기초해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훌륭한 교재”라고 강조했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현직 교사들은 ‘지식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읽기’를 최고의 ‘교과서 활용법’으로 꼽았다. 이희원(원묵중·사회) 교사는 “도식적이고, 개별적으로 정리된 참고서 내용을 무작정 암기하는 것보다 문맥을 파악해 앞뒤 내용을 연결해 읽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교과서는 서술형으로 돼 있어 핵심 내용을 찾기 어렵다. 이럴 때 학생들은 핵심 내용이 요약·정리돼 있는 참고서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신윤주양은 “사회 같은 경우엔 교과서는 잘 이해되는데, 외울 것과 중요 내용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며 “참고서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아이들이 서술 형식을 어려워하지만 결국엔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교과서엔 라틴아메리카라고 부르는 이유를 ‘유럽의 라틴족들의 침략에 의해 라틴문화가 이식됐기 때문이며, 대표적인 국가는 브라질’이라 소개하면서,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엔 예수상이 있다’는 예를 들어 ‘기독교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과관계에 의해 설명하지만, 참고서에는 ‘라틴문명: 브라질(가톨릭 문화)’라고만 돼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암기해야 하고,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는다”고 비교 설명했다.
수학·과학과 같이 수식을 이용한 풀이가 중심인 과목에도 위의 원칙이 적용될까? 김민정(장위중·수학) 교사는 뜻밖에 “당연히 수학도 교과서 읽기가 중요하다”며 “개념들이 순서대로 서술돼 있기 때문에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그 이유로 “교과서를 집필할 때 마치 선생님이 설명하듯이 문장, 단어 표현, 문장 사이의 연결 과정을 문맥에 맞게 최대한 매끄럽게 다듬었기 때문에 책만 읽어도 훌륭한 수업을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1학년2학기 수학 교과서의 ‘다각형의 성질’ 단원의 ‘대각선의 개수 구하는 법’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참고서에는 ‘대각선의 개수=n(n-3)/2’이란 공식을 제시하고, 암기한 뒤 바로 연습문제를 풀게 하는데, 교과서엔 ‘n각형의 한 꼭짓점에서 그을 수 있는 대각선은 (n-3)개이고, n개의 꼭짓점에서 그을 수 있는 대각선은 ‘n(n-3)’개이다. 그런데…’로 나온다”며 “일단 문제는 건너뛰더라도 소단원 위주로 보통 책을 읽듯이 읽는 게 수학 교과서를 활용하는 좋은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김 교사는 “교과서 개념 설명은 수식의 인과 관계를 우리말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기초가 없는 학생도 쉽게 원리를 찾아낼 수 있다”며 “개념이 약한 부분만이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내용을 통으로 읽는 것이 교과서 활용법의 핵심이지만, 학생 처지에선 여전히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핵심 내용을 요약·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험 직전에 현실적인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교과서를 참고서로 만들어라”라고 명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을 표시한 뒤 질문하고, 여백에 선생님이 강조한 내용을 메모하면 곁가지들은 떨어지고, 중심 문장과 핵심 내용만 남게 된다”며 “교과서를 어떤 참고서보다 훌륭한 ‘나만의 참고서’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결국 ‘공신’들이 말하는 “모든 과목의 기초는 ‘읽기’다”란 말은 지식을 습득할 때, 낱개의 지식으로 기억하지 말고, 앞뒤 맥락을 고려해서 지식을 연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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