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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암기하지 말고 핵심개념 글로 써봐야

등록 2009-12-06 16:36

서울 소재 중·고교 지필고사에 서술형이 50%까지 확대되면서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학교의 중간고사 시험지.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소재 중·고교 지필고사에 서술형이 50%까지 확대되면서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학교의 중간고사 시험지. <한겨레> 자료사진
단답식에 익숙한 아이들 풀이에 어려움 겪어
친구와 함께 문제풀이 과정 설명해보면 도움
서술형 문제 대처법

2007년 서울지역 중·고교 내신 시험에서 서술형 평가가 50%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서술형 문제에 대한 답은 단답형 주관식과는 달리 여러 개의 문장으로 서술해야 한다. 이전의 객관식·단답형 위주의 평가가 단편적 지식을 암기·재생하는 것에 그쳐 학생들의 고등정신능력을 기르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보완책으로 나온 것이다.

“다음 그림은 냉장고의 구조이다. 냉각기(증발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냉장실의 온도가 낮아지는 이유를 냉매의 상태변화에 따른 열에너지의 출입으로 설명하시오.(5점)” 중학교 과학 시험의 서술형 문제다. 냉장고의 구조, 냉매의 상태변화, 열에너지 출입에 관한 지식들을 종합해 완성된 문장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객관식과 단답형 문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런 문제는 생소하고 어렵기만 하다. 김영석(서울역삼중2)군은 “서술형 문제가 나오면 제일 먼저 (답안을 작성할) 시간이 (없어) 걱정되고, 모를 땐 막막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엔 김군처럼 서술형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많다. 서술형 문제 풀이법과 공부법을 묻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은 서술형 문제를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학원을 추천해달라는 요청글을 올리기도 한다.

한순미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서술형은 분석력, 종합력, 평가력, 적용력과 같은 고등정신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승훈(서울대명중2)군은 “그래도 제대로 쓰고 나면 배운 내용을 세부적인 것까지 전부 아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서술형 문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교과서를 여러 번 읽고 문장을 통째로 외워야 해서 힘들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객관식·단답형 문제를 위해 단어를 외우던 아이들이 서술형 문제를 풀기 위해 문장을 통째로 외운다. 이희원 교사(원묵중·사회)도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다시피 한 답안이 많다”며 서술형 문제 역시 암기식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서술형 문제,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교사들은 “단원의 핵심개념과 학습목표에 주목하라”며 “교사가 설명했던 내용을 교과서에 근거해 쓰라”고 주문한다. 이지노 교사(대치중·과학)는 “핵심어나 수업 중 배운 기본 내용을 진지하게 사고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며 “응용·파생되는 문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각 단원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교과서 중심으로 파악하라”고 당부했다. 이희원 교사는 자신의 출제 원칙 가운데 한 가지를 밝혔는데, “‘대단원명’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산업화에 따른 도시문제’란 단원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고 싶다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도시에서의 사례를 3개 들어 서술하시오’와 같이 변형해 출제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단원명 자체가 핵심어이고, 학습목표도 그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교과서와 교실의 수업이 서술형 문제 풀이의 해법인 셈이다.

그런데 공부를 열심히 한 아이들도 답안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서술형 문제의 특성상 완성된 문장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데, 평소에 연습이 안 된 아이들은 쉽게 쓰지 못한다. 오혜정(TMD교육그룹) 학습상담가는 “중심 개념을 파악했다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문제 풀이 과정을 친구에게 설명해보라”고 권유한다. 오씨는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개념 사이의 관계와 적용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부족한 내용을 보완해서 앞뒤 개념과 연결하라”고 했다. 결국 습득한 지식을 암기하는 데 그치지 말고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훌륭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씨는 지식을 구조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인드맵’을 추천했다. “배우는 단원명을 중심에 놓고 파생되는 개념들을 하나씩 적은 뒤에 흐름에 따라 연결하면 따로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체계화돼 서술형 답안 작성 때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서술형 문제집을 따로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지노 교사는 “교과서엔 기본개념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준비돼 있다”며 “교과서에 나와 있는 쓰기 문제만 연습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유군 역시 서술형 대비를 위해 문장을 외우는 것 외에도 핵심개념 학습과 쓰기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강조했던 것 위주로 풀고, 틀린 문제는 따로 오답노트에 정리해 시험 전에 반드시 처음부터 다시 써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술형 평가의 해법에 대해 공통적으로 “평소에 읽고 쓰는 연습을 하라”고 강조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짧은 글을 읽어도 요약하고, 고쳐 쓰는 연습을 하자. 이해한 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서술형 평가 대비와 함께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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