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진의 알찬 국어교실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강혜진의 알찬 국어교실 /
4. 소설과 친해지기
학생들은 소설의 정의, 특성, 구성요소, 갈등 전개 과정을 열심히 외운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시험에선 고전하기 일쑤다. 왜 그럴까?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학습도구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제대로 읽지도 않고, 이론만 필기한 채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수업 시작 전에 부담 없이 한 번만 읽어보자. 그리고 이야기에 몰입해 보자. 국어공부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런데 부담 없이 읽더라도 몇 가지만 신경 쓰자. 먼저 이야기의 뼈대를 파악한 뒤 자신이 등장인물이 돼 상상하며 읽어 보도록 노력하자. 인물, 배경을 먼저 찾고 사건에 따라 전개되는 갈등 상황에 주목하면 된다. 글쓴이는 인물, 배경과 같은 요소들을 소설 앞부분에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소설 ‘소나기’의 첫 줄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에서 중심인물이 소년과 소녀란 것을 금세 알 수 있고,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에서 공간적 배경이 서울이 아닌 시골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이란 문장을 통해 ‘가을’이란 시간적 배경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야기의 뼈대 구실을 하는 ‘인물’과 ‘때와 장소’를 찾았다면 소설 속의 인물이 돼 갈등 상황에 감정을 넣어 상상하며 읽자. ‘소나기’에서 며칠째 물장난을 하던 소녀가 어느 날 한가운데 앉아서 물장난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소년은 건너가지 못하고 개울둑에 앉는다. 소년이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또 소녀는 자기 옆에 앉는 소년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자신이 소년 또는 소녀 쪽이 돼서 묻고 답해 보자.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자신이 소설 속의 인물이 돼 생각하고, 궁금해하며 답을 찾아보자. 예전엔 어렵게만 느껴졌던 소설 읽기가 흥미로워질 것이다.
미리 읽기를 통해 작품에 대한 흥미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설명을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견줘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질문을 해결하고 싶어진다. 당연히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고, 이해력도 높아지게 된다.
강혜진 1318 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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