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연인들도 사랑을 얻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포함한 전략을 구사한다는데, 부모도 아이들을 상대로 작전을 펼칠 필요가 있을까? 한 젊은 아빠의 사례를 들어보시기 바란다.
이 아빠는 여덟 살 딸아이에게 욕실에서 젖은 수건을 정리하라고 잔소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깨끗한 마른 수건을 정리해 두는 장소가 빨래통 바로 옆이기 때문에, 아이가 새 수건을 가져오려면 자연스럽게 젖은 수건을 갖다 두게 동선을 설계했더니 문제가 해결된다는 거다. 이 집은 그 밖에도 아이들이 좋은 습관을 들이게 하는 작전(?)성 제도가 곳곳에 있었다. 예를 들면 현관에서는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두지 않으면 그 신발은 일부러 바깥문 쪽으로 제일 멀리 던져 둔단다. 신고 나갈 때 매우 불편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다. 그런 일을 겪고 몇 번 규칙을 알려주고 나면 애들이 신발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들어오는 습관이 생기고, 무엇보다 신발 정리는 내 책임이라는 의식이 서너 살 때부터 형성되더라는 얘기다.
생활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매우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는 공학도 출신 이 아빠, 참 재미있지 않은가? 전자공학 분야 연구원인 이분의 사고방식은 원하는 산출물(아웃풋)을 나오게 하려면 어떤 투입물(인풋)을 넣어서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도록 설계해야 하는지를 규명하고 실험하는 것이다.
이번엔 말썽꾸러기 두 아들을 어려서부터 참 재미있게 키워온 중년의 아빠 얘기다. 한 예로, 집에 들어갈 때 초인종을 누르는 건 심심한 것 같아서 식구마다 고유의 문 두드리는 암호를 정했단다. 아빠는 딱딱따악딱이면, 큰아들은 따악따악딱딱 하는 식이다. 어릴 적부터 암호 같은 약속, 우리 집에서만 통하는 각종 규칙과 별명들을 만들고 써왔으니 가족의 추억과 문화가 독특할 수밖에. 사실 이분은 정보통신 분야 글로벌 기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잔뼈가 굵은 분이고 수학을 전공했다. 두 아들이 동네 친구들을 때려서 이웃들에게 항의를 받는 일도 잦았단다. 성적? 보통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이분에게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어떤 문제든 프로젝트 관리 기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프로젝트란 ‘언제까지, 무엇을 만들어내어야 하는가?’라는 목표 설정을 분명히 하고 난 뒤 사실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을 쪼개는 과정과 다름없다. 목표를 몇 가지 과제로 쪼개고, 과제를 작은 할 일로 또 나눈다. 그리고 일정에 쪼개 넣어서 하나씩 일정대로 해나가면 큰 목표도 이루어지는 거다. 이분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한 가지만 주문했단다. ‘지난번 시험보다 1점이라도 높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50점에서 51점만 맞아도 칭찬해주고, 상도 주면서 자신감을 북돋아줬단다. 이 프로젝트 전문가는 그런 과정이 누적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여유 있게, 일관되게 이걸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결국 두 아들은 모두 최고 명문대학에 입학했고 부모와 대화를 잘하는 듬직한 청년들로 성장했다.
전략적 사고란 결국, y=f(x)라는 함수 같은 것이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y에 영향을 미치는 x가 무엇인지를 알고 거기에 노력함으로써, y로 다가가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부모들에게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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