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시업체가 연 2010학년도 정시모집 입시설명회에서 학생들이 배치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자료사진
1단계 자기 점수 ‘상대적으로’ 이해하라
수험생들은 우선 성적표에 나온 성적을 재해석해야 한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점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며 “백분위나 표준점수 누계인원표를 통해 자기 위치를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특히 각 영역을 비교해 성적의 강약구조를 분석할 때는 백분위나 누계인원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점수는 높아도 백분위가 낮거나 누계인원이 많으면 불리할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낸 ‘표준점수 누적도수분포표’를 보면 언어영역 125점을 받은 학생은 5만7635명 안에 들지만 수리영역은 129점을 받아야 5만8896명 안에 든다. 언어영역이 점수는 낮지만 석차 경쟁에서 유리하다. 입시기관이 내는 배치표 점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채용석 배명고 교사는 “최초 합격 점수를 기준으로 한 배치표는 점수가 좀 높고 추가 합격 점수를 반영한 것은 좀 낮을 수 있다”며 “들쭉날쭉한 배치표보다 지난해 학교 선배들의 진학 결과가 더 믿을 만하다”고 했다. 유성룡 실장은 “배치표 총점은 대학의 다양한 전형방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일부 언론에서 배치표 총점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믿으면 실전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치표는 대학이나 학과들의 상대적인 위치를 비교해 보는 정도로만 활용하는 게 맞다고 유 실장은 덧붙였다.
2단계 경쟁률 상승 요인 파악하라 지난해와 달라진 입시 환경을 따져보는 일은 그다음이다. 입시 환경이 변하면 경쟁률이 변하고 커트라인 점수도 변한다. 강병재 서울 보인고 교사는 “대개 경쟁률이 높아지면 합격 점수가 높아진다고 보는데 학과제 전환, 모집인원 변경 등은 경쟁률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올해는 수능 응시생 수(63만8216명)가 지난해(55만9475명)에 견줘 7만8741명이나 늘었다는 점이 경쟁률 상승 요인이다. 수능 1등급(상위 4%)을 받는 학생 수도 지난해보다 올해 3100여명 정도 는다. 반면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모집정원은 올해 겨우 23명 늘었다.(2009년 1만1121명, 2010년 1만1144명) 게다가 올해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서 만점자가 대거 배출된 점도 상위권 대학이나 학과 경쟁률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언어영역 만점자는 643명이었지만 올해는 1558명이다. 상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합격점수도 지난해보다 오를 수 있다. 올해 학부제를 폐지하고 학과제로 전환한 모집단위에 지원할 때에도 유의해야 한다. 강병재 교사는 “지난해와 올해 수시 모집 경쟁률을 비교하면 상위권 대학은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 모두 경쟁률이 올랐지만 그 밖의 대학은 모두 내렸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인문대학은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79.7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제일 높은 학과가 30.5 대 1이었다. 연세대 인문학부는 지난해 30.39 대 1이었지만 올해 제일 높은 학과가 74.25 대 1로 올랐다.
3단계 상향, 적정, 하향 지원하라 성적 안팎의 조건을 살핀 다음에는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이때는 자기 성적을 기준으로 상향(소신), 적정, 하향(안정) 지원을 적절히 배치하면 재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상향 지원은 자기 점수보다 3~5점 높은 곳, 적정 지원은 자기 점수에서 1점 낮거나 높은 곳, 하향 지원은 합격 커트라인이 그보다 낮은 곳에 지원하는 것을 일컫는다. 상담자마다 쓰는 용어가 조금씩 다르므로 의미를 확인하는 게 좋다. 세 곳을 배치할 때는 적정 지원이 되는 대학을 먼저 골라 기준으로 삼는다. 이치우 비상에듀 입시평가실장은 “가, 나, 다군 가운데 적정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먼저 고르고 그 뒤에 상향이나 하향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배치하면 될 것”이라며 “이런 조정에 실패하면 점수를 잘 받고도 재수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향, 적정, 하향으로 이뤄진 모집군 조합은 세 곳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어느 한 곳을 바꾸면 반드시 전체 조합을 다시 짜야 한다. 채용석 교사는 “학생들이 접수할 때 친구들이 넣는 것을 보면서 어느 군의 대학을 확 올려버릴 때가 있는데 이러면 다 꼬인다”며 “하향 지원한 군에서 갑자기 적정 지원을 하게 되면 그만큼 합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수험생들은 상향 지원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능 성적 인플레가 심각한 탓이다. 채용석 교사는 “배치표를 보면 1, 2점만 높여도 대학 수준이 확 올라갈 텐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점수 차가 크지 않으니 쉽게 상향 지원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 1, 2점에 무수한 동점자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4단계 모집군의 변화 읽어라 올해는 모집군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강병재 교사는 “주요 대학이 모집군을 변경하면서 올해는 지금까지의 지원 조합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 역시 경쟁률과 합격 커트라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군의 변동이 크다. 서울시립대, 한국외대가 다군 모집을 폐지했고 중앙대는 축소했다. 강병재 교사는 “다군은 대학도 별로 없고 모집인원도 적기 때문에 자기 점수를 살려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다군에는 아무리 점수를 맞춰 넣어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중상위권 학생들은 가, 나군에서 승부를 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다군 모집인원은 3만8759명으로 가군(6만432명)에 견줘 1.5배 이상 적다. 가군보다는 나군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있다. 채용석 교사는 “중상위권 대학이 가군에 많고 나군에는 좀 적은데다 모집인원도 조금 적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군에서 대학을 선택할 때는 합격선을 좀더 높게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도움말: 강병재 보인고(서울) 교사/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이치우 비상에듀 입시평가실장/채용석 배명고(서울) 교사
2단계 경쟁률 상승 요인 파악하라 지난해와 달라진 입시 환경을 따져보는 일은 그다음이다. 입시 환경이 변하면 경쟁률이 변하고 커트라인 점수도 변한다. 강병재 서울 보인고 교사는 “대개 경쟁률이 높아지면 합격 점수가 높아진다고 보는데 학과제 전환, 모집인원 변경 등은 경쟁률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올해는 수능 응시생 수(63만8216명)가 지난해(55만9475명)에 견줘 7만8741명이나 늘었다는 점이 경쟁률 상승 요인이다. 수능 1등급(상위 4%)을 받는 학생 수도 지난해보다 올해 3100여명 정도 는다. 반면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모집정원은 올해 겨우 23명 늘었다.(2009년 1만1121명, 2010년 1만1144명) 게다가 올해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서 만점자가 대거 배출된 점도 상위권 대학이나 학과 경쟁률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언어영역 만점자는 643명이었지만 올해는 1558명이다. 상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합격점수도 지난해보다 오를 수 있다. 올해 학부제를 폐지하고 학과제로 전환한 모집단위에 지원할 때에도 유의해야 한다. 강병재 교사는 “지난해와 올해 수시 모집 경쟁률을 비교하면 상위권 대학은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 모두 경쟁률이 올랐지만 그 밖의 대학은 모두 내렸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인문대학은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79.7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제일 높은 학과가 30.5 대 1이었다. 연세대 인문학부는 지난해 30.39 대 1이었지만 올해 제일 높은 학과가 74.25 대 1로 올랐다.
3단계 상향, 적정, 하향 지원하라 성적 안팎의 조건을 살핀 다음에는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이때는 자기 성적을 기준으로 상향(소신), 적정, 하향(안정) 지원을 적절히 배치하면 재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상향 지원은 자기 점수보다 3~5점 높은 곳, 적정 지원은 자기 점수에서 1점 낮거나 높은 곳, 하향 지원은 합격 커트라인이 그보다 낮은 곳에 지원하는 것을 일컫는다. 상담자마다 쓰는 용어가 조금씩 다르므로 의미를 확인하는 게 좋다. 세 곳을 배치할 때는 적정 지원이 되는 대학을 먼저 골라 기준으로 삼는다. 이치우 비상에듀 입시평가실장은 “가, 나, 다군 가운데 적정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먼저 고르고 그 뒤에 상향이나 하향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배치하면 될 것”이라며 “이런 조정에 실패하면 점수를 잘 받고도 재수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향, 적정, 하향으로 이뤄진 모집군 조합은 세 곳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어느 한 곳을 바꾸면 반드시 전체 조합을 다시 짜야 한다. 채용석 교사는 “학생들이 접수할 때 친구들이 넣는 것을 보면서 어느 군의 대학을 확 올려버릴 때가 있는데 이러면 다 꼬인다”며 “하향 지원한 군에서 갑자기 적정 지원을 하게 되면 그만큼 합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수험생들은 상향 지원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능 성적 인플레가 심각한 탓이다. 채용석 교사는 “배치표를 보면 1, 2점만 높여도 대학 수준이 확 올라갈 텐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점수 차가 크지 않으니 쉽게 상향 지원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 1, 2점에 무수한 동점자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4단계 모집군의 변화 읽어라 올해는 모집군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강병재 교사는 “주요 대학이 모집군을 변경하면서 올해는 지금까지의 지원 조합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 역시 경쟁률과 합격 커트라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군의 변동이 크다. 서울시립대, 한국외대가 다군 모집을 폐지했고 중앙대는 축소했다. 강병재 교사는 “다군은 대학도 별로 없고 모집인원도 적기 때문에 자기 점수를 살려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다군에는 아무리 점수를 맞춰 넣어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중상위권 학생들은 가, 나군에서 승부를 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다군 모집인원은 3만8759명으로 가군(6만432명)에 견줘 1.5배 이상 적다. 가군보다는 나군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있다. 채용석 교사는 “중상위권 대학이 가군에 많고 나군에는 좀 적은데다 모집인원도 조금 적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군에서 대학을 선택할 때는 합격선을 좀더 높게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도움말: 강병재 보인고(서울) 교사/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이치우 비상에듀 입시평가실장/채용석 배명고(서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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