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광보의 뻔뻔 사회
심광보의 뻔뻔 사회 /
5. 용어 이해하면 문맥이 술술
중학생들에게 “사회를 공부하면서 힘든 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용어가 너무 어려워요”란 대답이 빠지지 않는다. 낯설고 새로운 용어는 학생들에게 넘을 수 없는 커다란 산이다. 문맥을 이해할 때 방해가 되고, 새롭게 외워야 할 과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겁이 나면서 머리가 멍해진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용어는 대개 한자어거나 준말인 경우가 많다. 또는 외국어를 그대로 우리말로 표기한 탓에 낯선 발음에 겁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특성들이 거꾸로 용어를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줄이기 전의 본딧말, 한자의 뜻, 영어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자.
중학교 2학년 사회책에 ‘도편추방법’(陶片追放法)이란 용어가 나온다. 이 법은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치가 확립되는 과정에서 큰 구실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용어가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외운다. ‘도편추방법=독재의 우려가 있는 통치자의 이름을 시민들이 도자기 파편에 기록해 6000표 이상 나오면 국외로 10년간 추방하는 제도’라고. 하지만 이 법의 명칭과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으니 외워도 금방 잊어먹거나 필요할 때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도편추방법’을 ‘도편’과 ‘추방’으로 나눈 뒤 ‘도편’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자. ‘도편’은 ‘질그릇 도’자와 ‘조각 편’자를 쓴다는 것을 알아냈다면, 도자기 파편에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투표를 했다는 것도 유추할 수 있다. 또다른 예로 ‘뗀석기’와 ‘간석기’가 있다. ‘뗀석기’는 돌을 떼어낸 상태로, ‘간석기’는 돌을 갈아서 만든 도구란 것을 용어에서 알 수 있다면, 떼서 만든 석기보다 갈아서 만든 석기의 가공 단계가 높기 때문에 나중에 출현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사회에 나오는 ‘높새바람’은 ‘푄현상’에 의해 일어나는데, ‘푄’이라고 하는 알프스 산들 사이에서 부는 바람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또 ‘높새바람’이 ‘동풍=샛바람’, ‘북풍=높바람’을 합친 ‘북동풍’의 순우리말이란 것도 찾아냈다면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특징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심광보 1318 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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