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수준-중2~고1]
79. 전통의 계승과 창조
80. 문학 작품 속의 진실
81. 문학적 상상력과 작품 감상
※ 다음 이야기를 읽고 독자가 보일 수 있는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옛적 속담에 이르기를 물새 하나가 큰 산 대천(大川)을 두루 다니다가 두레 샘에 들어가 개구리를 보고 하는 말이, “그대가 적막한 우물 밑에 있어 세상이 어떠함을 알지 못하니 실로 한심하고 민망하도다. 나를 좇아 우물 밖에 나가면 천지의 광활함과 일월의 명랑함과 산천의 수려함과 화초의 번성함을 역력히 구경할 것이요, 문견(聞見)의 고루함을 면할 것이니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개구리가 대답하되, “객의 말씀이 허황하고 우활(迂闊)하도다. 우리 조상으로부터 여러 세대를 이곳에서 살아 열력(閱歷)도 많이 하고 풍상도 겪었으니 일찍이 천지가 광활함을 듣지 못하였으며, 당장에도 보거니와 하늘이 저렇듯이 적거늘, 객은 어찌하여 허탄한 말씀으로 인심을 요동케 하느뇨. 나는 자자손손이 이곳에서 성장하여 선조의 기업과 명현의 율법을 지켜 문견도 넉넉하고 행락이 스스로 족하니 객의 말을 들을 리도 없고 믿을 것도 없노라.” 물새가 개구리를 불쌍히 여겨 같이 가기를 두세 번 간청한대, 개구리가 대로하여 물새를 꾸짖어 하는 말이, “너는 이방에 무지한 오랑캐로 남의 지방에 공연히 들어와 허탄한 말과 괴이한 술법으로 사람을 유인하여 조상의 세전하던 법을 고치게 하고 백성의 어리석은 마음을 고혹하게 하니 진실로 내 집의 원수요 사문의 죄인이라.” 두 눈을 부릅뜨고 이리 뛰며 저리 뛰며 어서 바삐 가라 하니 물새가 할 수 없어 다른 물로 날아가고 개구리는 여전히 고루하다 하였다. -윤승준(2009), <한국 우언의 실상>(월인)에 들어 있는 ‘됴와문답’을 현대어로 바꿈 ① 물새와 개구리를 빌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나타낸 우언 형식의 이야기이다. ② 물새와 개구리는 끝내 같은 입장이 되지 못하고 서로를 적대시하게 되었다. ③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물새를 ‘원수요, 사문의 죄인’으로 취급한 개구리는 이 시대의 어리석은 사람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④ 새로운 학문을 배워 문명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인 욕구가 반영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하고자 한 글이다. 문학 작품 속에는 작가가 말하려는 바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돼 있다. 어떤 때에는 선언적인 형식으로 표현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화나 이야기의 방식으로 표현된다. ‘됴와문답’이라는 이 작품은 1897년 5월26일치 <죠션크리스도인회보>에 실린 글이다. 장자 ‘추수’(秋水)편에 실려 있는 ‘정와’(井蛙)의 고사를 시대 상황과 관련해 부연한 것으로, 물새와 개구리의 문답 형식을 빌린 우언 소설이다. 새로운 학문을 배워 문명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인 욕구를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당시 시대가 고루한 옛 습관만을 고집하고 있음을 풍자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⑤는 독자의 반응과 거리가 있다. ※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유치환, ‘바위’)라는 시에서 시인이 ‘바위’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유를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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