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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만 읽으면 끝? 말·글로 표현하게 하라

등록 2010-01-24 19:26수정 2010-01-24 21:58

박선우양은 자신이 읽은 책을 ‘보고나서 쓴다’ 게시판에 정리해 놨다. 사진은 박양이 <비밀의 화원>을 읽고 블로그에 정리한 글.
박선우양은 자신이 읽은 책을 ‘보고나서 쓴다’ 게시판에 정리해 놨다. 사진은 박양이 <비밀의 화원>을 읽고 블로그에 정리한 글.
다양한 독후활동은 사고력·글쓰기 실력 높여
“독후감 강요 말고 의견 얘기할 수 있게 해야”
“이순신 장군이 이 시대에 태어난다면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일본에 맞서는 활동을 하지 않았을까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박선우(서울 성재중2)양의 상상이다. 박양은 책을 읽고 나서 재미있거나 인상 깊었던 부분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줄거리를 정리한 뒤 기억에 남는 장면을 자기 식으로 풀어서 일기처럼 쓴다. 예를 들어 책 속의 주인공이 됐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주인공의 친구라면 주인공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상상해 쓰는 식이다.

박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스스로 독후활동을 시작했는데, 읽는 책이 두꺼워지면서 정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박양은 “형식과 분량에 얽매이지 않고 메모하듯이 짧게 쓰기도 하고, 블로그에 여러 번 고치면서 쓰기도 한다”며 “숙제로 하는 독후감에 비해 내 생각과 느낌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어 더 편하게 잘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독후활동이란 한 권의 책을 읽은 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 또는 그림이나 몸으로 표현하는 모든 활동을 가리킨다. 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는 “독후활동은 기억을 재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다양하게 독후활동을 배우고 경험한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이해력·창의력·사고력 면에서 높은 성취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독후활동은 주제, 저자의 의도, 갈등 관계를 논리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 고등사고력을 키워주는 중요한 활동이다. 노명완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읽은 내용을 다시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은 고등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글이나 말 속엔 자신의 의견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사고력이, 읽은 내용을 글이나 말로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박양은 자신이 읽은 양을 확인하고 생각을 정리할 요량으로 독후감을 썼는데,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서술형 문제에 자신이 생긴 것이다. 박양은 그 까닭을 “독후감을 쓰다 보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신경 써야 하고, 문장도 완성형으로 끝마쳐야 하기 때문에 여러 번 고치고 다듬는다”며 “이 과정에서 글쓰기 실력이 늘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박양은 “특히 서술형 문제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는데, “맞춤법·띄어쓰기에서 감점을 당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보다 점수도 오르고, 글자 수에 맞춰 쓰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됐다”고 했다.

박양은 어려워했던 과목도 쉽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는데,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회과목이나 수학·과학처럼 풀이 위주의 과목을 공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회에서 역사 부분은 사건과 사건이 이야기처럼 연결돼 있잖아요. 그게 소설책의 구조와 비슷해요.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소설책을 읽으며 요약·정리하듯이 교과서를 읽으니까 흐름이 금세 파악돼요. 평소에 글을 쓸 때 앞뒤 관계를 논리적으로 연결해 쓰는 연습을 해서 그런지 수학이나 과학의 내용도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아마도 앞뒤 내용이 논리적으로 잘 들어맞는지 평소에 고민을 많이 하고 고쳐쓰는 연습을 한 덕택인 것 같아요.” 신지현 1318클래스 사회과 대표강사는 “사회는 정확한 용어 이해와 흐름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읽기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어휘력이 높기 때문에 용어에 강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파악해 구조적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흐름도 정확히 짚어낸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독후감 숙제를 해야 할 때면 얇은 책을 선택해 대충 읽은 뒤 머리글이나 서평을 참고해 쓰는 경우가 많다. 이조차도 귀찮으면 인터넷 검색의 결과로 얻은 글들을 대충 짜깁기해서 내기도 한다. 책을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할 독후활동이 책을 싫어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독후감을 강요하면 할수록 책을 점점 더 멀리한다. 독서교육전문가나 국어교육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성과물을 내놓길 요구하기보단 책 읽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노 교수는 “독후감을 요구하지 말고, 같이 읽고, 읽은 내용을 함께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래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씨 역시 이 말에 뜻을 같이했는데, “억지로 글을 쓰게 하기보단 읽은 내용에 대해 부모가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오늘 나눈 이야기가 근사한데, 글로 옮겨보자’란 식으로 칭찬을 한 뒤 짧은 글이라도 쓸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얕은 어휘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지 못한다면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장기적으로 어휘력을 키울 수 있게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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