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랑의 명랑 과학
이명랑의 명랑 과학 / 8. 줄임말의 원래 뜻을 찾아라 과학 공부를 하다 보면 줄임말이 많이 나온다. 아이들은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에도 버거운데, 낯선 줄임말이 자꾸 사고의 흐름을 끊는 바람에 과학이 어렵다고 말한다. 줄임말은 원리, 개념, 단위 따위를 간단하고 보기 쉽게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줄임말만 쓰다 보니 개념과 용어가 연결되지 않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줄임말의 본래 뜻을 찾아 익히면 ‘개념이해’와 ‘기억유지’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공기의 압력을 나타내는 단위 가운데 ‘hPa’(헥토파스칼)이란 게 있다. 1hPa은 1㎡(제곱미터)의 넓이에 100N(뉴턴)의 힘이 작용할 때의 압력을 뜻하는데, 그리스어 ‘hecto’(영어의 hundred. 100을 뜻함)와 프랑스 수학자 ‘Pascal’(파스칼)의 이름을 합쳐 만들었다. ‘hecto’가 100을 뜻하는 것을 알면 1hPa이 1Pa(파스칼)의 100배란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매번 ‘1hectopascal’이라고 쓰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수식도 길어져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hPa로 줄여 쓰고, 헥토파스칼이라 읽는다. 이런 예는 수없이 많다. 흔히 쓰는 ㎏(킬로그램)도 kilogram의 줄임말이고, 위치에너지(EP)는 ‘Potential(잠재적인) Energy’, 운동에너지(EK)는 ‘Kinetic(운동의, 운동에 의한) Energy’를 간단하게 표현한 말이다. 줄이기 전의 말 속에 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있다. 또 본딧말을 알면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일의 법칙’은 ‘P×V=C’라 쓰는데, ‘P’는 ‘Pressure’(압력), ‘V’는 ‘Volume’(부피), ‘C’는 ‘Constant’(상수, 변하지 않는 양)의 앞 글자를 따서 쓴다. 자연스럽게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관계로 곱이 항상 일정하다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교과서에는 개념이 처음 나올 때 줄임말의 원래 뜻과 유래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 부분에 표시만 하라. 용어가 낯설거나 잘 외워지지 않아 사고의 흐름이 막힌다면 표시한 부분을 다시 읽고 그 용어의 근원을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과학 공부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이명랑 1318 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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