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교과편성 자율 더불어 우수생 싹쓸이 노리는 자율형 사립고

등록 2010-02-21 21:12수정 2010-05-03 10:04

고등학교 체제 개편안에 따른 고등학교 분류와 학교별 입학 전형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교과부, 비평준화지역에 ‘자기주도 전형’ 적용 추진
특목고가 누리던 독점적 학생선발 지위 허용해줘

추첨제인 평준화 서울지역도 선발권 요구 가능성
100개 고교 생기는 2012년엔 ‘학교 서열화’ 불보듯

대원외고와 더불어 입시 명문고로 널리 알려진 한국외대 부속 용인외고(이하 ‘용인외고’)는 최근 전국 특목고 가운데 처음으로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신청했다. 학생 선발에서 기존 자율형 사립고처럼 지역 제한을 받지 않고, 자립형 사립고처럼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이다. 경기도교육청 학교설립과 이동열 주무관은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려면 자립형 사립고처럼 법인 전입금을 학생 납입금 총액의 25% 이상 내야 한다”며 “자율형 사립고이면서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선례가 있다. 충남에 있는 북일고의 경우가 그렇다”고 말했다. 용인외고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인 전입금 25%(약 14억원)를 투입해 자립형 사립고 수준의 자율권을 가지면 세계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외고가 비싼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탐내는 건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보다 전국 단위 ‘우수 학생 선발’의 자율권인 셈이다.

용인외고처럼 전국 단위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은 아니더라도, 시 또는 도 지역에서 우수 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자율권이 부여되는 자율형 사립고가 오는 3월이면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13개의 자율형 사립고가 운영중인 서울시는 지난 15일 8곳을 새로 선정했다. 자율형 사립고의 인기는 지난해 이미 검증됐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한가람고 일반전형 경쟁률이 9:1,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의 중동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5.27:1을 기록했다. 이른바 서울의 교육특구(강남구, 서초구, 양천구 등) 중학생과 그 부모들은 고교 입학전형 전기 모집에 한 번밖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중학교 성적에 따라 외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 순으로 학교를 선택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속엔 이미 ‘고등학교 줄세우기’가 끝난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1월26일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 후속 추진방안’에서 내놓은 고등학교 체제 개편안은 학생 선발권 남용으로 ‘서열화’된 한국 고등학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표 참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모집 시기다. 전기엔 다양한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반면, 후기엔 일반고만 진학이 가능하다. 모집 시기만 봐도 기존 일반고의 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전기에 탈락한 학생이 일반계로 진학해야 하는 불합리한 면을 개선하기 위해, 전·후기 학교 구분을 가·나·다 학교군으로 재편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송경원(38) 정책연구원은 이를 두고 “외고 등 입시 명문고에 3번 도전할 기회를 준다는 뜻”이라며 “그렇게 되면 외고나 자율형 사립고 등 학생 선발권을 가진 고교들의 입학 경쟁률은 더욱 치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고교 입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전기와 후기로 나눠서 학생을 선발하는 현 방식부터 손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의 도입으로 고질적인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될 거라 기대하지만, 이번 고교 체제 개편안은 오히려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치르는 학교=입시 명문고’임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있다(표 참조).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에 의한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외고, 국제고에 적용하고, 자립형 사립고,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형 사립고,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학교 등에 확대한다”며 “이들 학교가 이젠 ‘선발경쟁’이 아닌 ‘교육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김성천(37) 부소장은 “학생 선발권을 이미 선점한 입시 명문고들의 위상이 유지되는 한 ‘뽑기’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뽑기’ 경쟁이 계속되는 한 사교육비는 줄어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율형 사립고’는 현 고등학교 입시 지형에서 ‘뜨거운 감자’다. 기존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가 독점적으로 누리던 학생 선발 권한을 일반 사립고도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경기 안산 동산고, 충남 북일고, 경북 김천고 등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형 사립고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울 평준화 지역 자율형 사립고는 ‘전기 모집’이란 이점만 누릴 뿐, 학생 선발의 자유가 아직 완전히 보장되지 않았다. 송 연구원은 “자율형 사립고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라며 “2년 후 자율형 사립고가 외고와 유사한 대학 입시 성과를 낸다면 고교 입시 지형에 큰 변동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그때가 되면 평준화 지역 학부모들이 되레 자율형 사립고의 ‘선지원 후추첨’ 방식이 불공정하다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외고 존폐 논란에서 외고들이 한데 뭉쳐 대응했던 것처럼, 평준화 지역 자율형 사립고들도 학부모들의 요구를 지렛대 삼아 학생 선발권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이렇게 되면 최근 들어 시도 교육청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는 외고, 자립형 사립고에 이어 ‘제2의 귀족학교’가 될 소지가 크다. 현 정부의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 정책이 ‘다양화가 아닌 서열화’를 재촉하는 꼴이다.

2년 후는 2012년이다. 2012년이 되면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전국에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가 생긴다. 일반계 사립고 6.5개 가운데 1개가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입시 명문고’를 꿈꾸는 평준화 지역, 특히 서울의 자율형 사립고들은 ‘교육과정 자율’만으로 만족할까?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