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고 김형태 교사 ‘복직투쟁 1년’
교육청에 고발…솜방망이 처벌, 신원만 노출
학교 “명예훼손” 주장 파면…“고양이에 생선”
교육청에 고발…솜방망이 처벌, 신원만 노출
학교 “명예훼손” 주장 파면…“고양이에 생선”
“요즘 시교육청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걸 보면, 이들을 믿고 교육비리를 제보했다는 게 어이가 없습니다.”
서울 양천고 김형태(45) 교사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고발했다 1년째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9일 파면됐고, 200일 넘게 서울시교육청 앞 등에서 1인시위도 벌였다. 검찰은 최근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목아무개(63) 전 교육정책국장을 구속하는 등 ‘인사비리’로 이제껏 모두 4명의 서울시교육청 전·현직 간부를 구속했다.
앞서 김 교사는 2008년 4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양천고(상록재단)의 비리를 시교육청에 알렸다. 시교육청 감사 결과, 양천고는 재학생들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동창회의 회비를 걷고, 재단 이사장과 교장 등은 학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간제 교사를 허위로 등록해 교육청에서 보조금도 챙겼다. 가히 ‘종합 비리 세트’ 수준이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학교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새로 벌여,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검찰 고발 조처 없이 교장에게 경고만 하는 등 경징계에 그쳤다. 재단 이사장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이 과정에서 ‘공익 고발자’로 신분을 감춰줘야 할 김 교사의 신원을 재단 쪽에 알렸고, 학교는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김 교사를 파면했다.
그는 교육계 비리의 뿌리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고 했다. “쫓겨난 예전 행정실장이 ‘교육청에 로비를 통해 예산을 따냈고, 따낸 예산의 일부를 시교육청 고위 당직자들에게 상납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시교육청이 과연 사학 비리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 교사는 지난 2월 지역 주민 등으로 꾸려진 ‘양천고 공대위’와 함께 서울남부지검에 재단을 상대로 한 고소장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에 복직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어떤 이들은 재단 비리를 계속 물고 늘어지면 복직이 더 어렵지 않으냐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복직으로 끝난다면 싸움의 의미가 없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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