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학교는 사교육의 공포 속에 살고 있는 학부모들의 고민과 토론의 장이다. 사진은 사교육 현장인 강남 특목고 입시학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이주의 교육테마] ‘교육문제 고민’ 나누는 등대지기 학교
4기 학생 500명 모집…온라인서 수강 가능
‘사교육 걱정 없는 미래 교육’ 등 주제로 강연
4기 학생 500명 모집…온라인서 수강 가능
‘사교육 걱정 없는 미래 교육’ 등 주제로 강연
“고등학교 영어교사입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위로도 얻고 학교에서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의를 통해서 새벽부터 밤늦도록 공부만 하는 우리 아이들. 도대체 뭣이 문제이길래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못한 걸까? 늘 고민했었는데 희미하게나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기에 혈안이 되어 편하게 즐겁게 공부해도 되는 시간들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악몽의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장본인들이 아닌가 합니다.”
“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어요. 학벌과 돈과 명예가 가져다주는 외적 기쁨을 위해 수많은 내적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인생살이를 위해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성숙을 위한 고통이 아닌 자기파괴적 고통을 치르는 그야말로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먼저 변하는 게 곧 아들에게 막연한 질문 던지고, 설득하고, 애쓰고 벙거지 떠는 것보다 훨씬 인간적이란 양심의 소리가 들립니다.”
“강연들을 통해 나는, 나 역시도 얼마나 강한 우월주의와 비교의식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내 아이들을, 그런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하길 원하지만 나 스스로가 그것을 끊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아이들이 남들 앞에서 부족할 때 여지없이 내 신념이 힘을 잃고 마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적인 결과물이 나로 하여금 내 아이들을 부끄럽다고 느끼게 한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noworry.or.kr)이 지난해 12월 펴낸 제3기 등대지기 학교 졸업문집에 실린 글들이다. 입시교육과 사교육의 공포 속에서 “옆집 아줌마의 허망한 이야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처지와 등대지기 학교 강의를 통해 느낀 점들이 진솔하게 녹아 있다. ‘등대지기 학교’는 2008년 9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시작한 시민 대상 강의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말까지 3기에 걸쳐 졸업생을 배출해냈다. 자식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경계에 선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강의와 토론을 통해 풀어보는 내용이 주축을 이뤄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제4기 등대지기 학교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강의는 4월6일부터 5월18일까지 매주 화요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세미나실에서 진행된다. 모두 7회의 강의로 구성되는데 현장 강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으로 시청하거나 녹화방송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쪽은 “온라인 강의라고 하지만, 수강자 한 분 한 분을 세밀하게 돌보고, 시청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출석·결석 관리와 졸업 행사, 졸업장 제공, 졸업문집 제작, 졸업여행 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00명으로 입학생 수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졸업 요건은 7회 강의 가운데 5회 이상 강의에 출석(온라인 수강의 경우에는 소감문을 카페 게시판에 올려야 출석으로 인정)해야 한다. 등록을 원하는 이들은 프로그램(http://j.mp/2010school_info)과 강의 일정(표 참조)을 확인한 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누리집에서 하면 된다. 등록비는 회원일 때는 6만원, 비회원일 때는 8만원이다.
‘대한민국은 사교육에 속고 있다’는 주제로 첫 강의를 맡게 된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은 “잉글랜드 축구 열심히 본다고 박지성 되느냐”고 반문한다. “자신이 직접 공부하지 않고 학교에서 구경하고 학원에서 또 여러 번 구경하는 ‘구경하는 공부’로는 결코 공부가 자기 것이 될 수 없어요.” ‘사교육 걱정 없는 미래형 교육제도를 상상한다’는 주제를 맡은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천재의 정의는 복습을 안 해도 되는 인간”이라고 못박는다. 반어적인 표현인 셈이다. “학원 의존적 학생은 복습을 하지 않고, 또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데 사실 이것이 가장 해로운 공부습관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거죠.” 졸업생들은 추억의 졸업여행도 떠날 예정이다. 졸업 후 5월 말, 1박2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참석할 수 있다. 문의 (02)797-4044~6.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강의 일정
‘대한민국은 사교육에 속고 있다’는 주제로 첫 강의를 맡게 된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은 “잉글랜드 축구 열심히 본다고 박지성 되느냐”고 반문한다. “자신이 직접 공부하지 않고 학교에서 구경하고 학원에서 또 여러 번 구경하는 ‘구경하는 공부’로는 결코 공부가 자기 것이 될 수 없어요.” ‘사교육 걱정 없는 미래형 교육제도를 상상한다’는 주제를 맡은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천재의 정의는 복습을 안 해도 되는 인간”이라고 못박는다. 반어적인 표현인 셈이다. “학원 의존적 학생은 복습을 하지 않고, 또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데 사실 이것이 가장 해로운 공부습관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거죠.” 졸업생들은 추억의 졸업여행도 떠날 예정이다. 졸업 후 5월 말, 1박2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참석할 수 있다. 문의 (02)797-4044~6.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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