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반계고교 유형별 분류
자율형사립고 개교 한달 ‘우려가 현실로’
자사고 지정지역 희망고교 배정비율 크게 떨어져
자사고 지정지역 희망고교 배정비율 크게 떨어져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은아무개(16)군은 집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 ㅇ고를 놔두고 통학시간만 50분이 넘게 걸리는 ㄱ고에 다닌다. ㅇ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로 지정되는 바람에 지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군은 “학교 오가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자사고가 도입됐지만, 자사고로 인해 오히려 학교 선택권을 제한받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특히 올해 개교한 전국 20곳의 자사고 가운데 13곳이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 자사고가 지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선택권을 침해당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같은 재단의 고교가 자사고로 전환된 서울 구로구 ㅇ중에선 본인이 학교 선택제에 따라 지망한 4개 고교에 배정된 비율은 50%밖에 안 됐다. 근처의 다른 ㅇ중의 희망 학교 배정률 역시 64%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월 후기고 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밝힌 서울시 전체 희망 고교 배정률 84.6%에 견주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양천구 ㅁ중의 한 교사는 “이 지역 ㅎ고가 자사고로 지정되는 바람에 목동 지역의 학생들이 집에서 먼 ㅂ고나 ㅇ고로 밀려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는 찬성하지만,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서민들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북구에 사는 학부모 박아무개씨는 “ㅇ고가 대학 진학률은 그리 높지 않아도 교풍이 좋아서 중3 아들이 ㅇ고로 진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내년에 자사고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하니 막막하다”며 “등록금이 3배나 비싼 학교를 자꾸 늘리면 서민들은 어떤 학교에 보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선 내년에 최대 13곳의 자사고가 신설될 예정이다. 이미 개교가 결정된 곳은 5군데이고, 지난 2월 추가 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8곳도 지정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올해 문을 연 13곳을 포함해 내년에 모두 26곳이 자사고로 운영될 경우, 자사고와 외국어고, 과학고 등 학생을 미리 뽑는 전기 모집 학교가 40곳(서울 지역 일반계고 230개의 17%)에 이르러, 추첨으로 후기 일반계고에 가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은 그만큼 더 줄어들게 된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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