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희 교사가 지난 6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동덕여중 1학년 7반 교실에서 실생활 사례를 활용해 ‘압력’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 적용 학교 현장에선…
교과서가 바뀌었다. 책도 두툼해지고, 종이질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가르치고 배워야 할 내용과 방법이 많이 바뀌었다. 영어·수학은 지난해부터, 다른 과목들은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2007 개정 교육과정’ 때문이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특히 새로워진 교과서는 학교 교실 수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2007 개정 교육과정의 첫 적용을 받는 중학교 1학년의 국어·사회·과학 수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검인정 23종…‘안도현 시’가 교과서로 들어왔네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지난해까지는 중학교 학생들이 쉬이 만나기 힘들었던 안도현 시인의 시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국정 교과서가 아닌 23종 검인정 교과서 가운데 1권을 배우게 돼 가능해진 일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보러 가기 전에 누가 만들었는지, 누가 등장하는지 궁금하죠? 또 새로운 노래를 들었을 땐 누가 불렀는지 궁금하죠? 마찬가지로 이 시를 쓴 시인이 누구인지 직접 만나봐요.” 지난 6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미성중학교 1학년 7반 국어 수업 시간, 윤현우 교사가 ‘똑똑샘’이라 불리는 스마트펜으로 해당 교수자료에 갖다대자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 안도현 시인이 등장했다. “제가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는…” 학생들은 시인으로부터 직접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 시를 ㅊ교과서 수록작품으로 선택한 춘천교대 김상욱 교수는 “시대도 다르고 경험도 달라 학생들이 공감하기 힘든 작품보다 학생들이 읽는 것만으로도 공감할 수 있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시를 감상한 뒤에는 목표활동, 적용활동, 통합활동 등이 이어졌다. 윤 교사는 “개정된 교과서로 수업한 이후 학생들의 참여도가 많이 높아졌다”며 “다음번 수업에선 학생들이 스스로 운율 있는 시나 노랫말을 지어보고 발표할 예정”이라 말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교실엔 이 시를 노랫말로 해 양희은씨가 부른 ‘제비꽃에 대하여’가 흘러나왔다.
그리스는 산불·우리는 홍수…뉴스로 사회 수업
“고온건조한 기후로 여름철 산불 발생이 잦은 그리스에서는 지난 2007년 에비아 섬과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이 일어나 열흘 이상 지속돼 수십개의 마을이 불타고 65명이 숨졌습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동덕여중 1학년 학생들은 사회교과실에서 ‘우리나라 기후는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가?’를 배우고 있었다. 박정은 교사는 한 포털사이트에 있는 지난해 8월 그리스 산불 뉴스를 소개했다. 이어서 같은 시기 우리나라 날씨 뉴스가 이어졌다. 비가 많이 와 곳곳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여러분, 그리스는 우리나라와 왜 이렇게 기후가 다를까요?”라고 물었다. 한 학생이 “위도가 달라요”라고 답하자, 박 교사는 “위도는 기후를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그런데 지도를 보세요. 우리나라와 그리스는 위도가 거의 비슷하죠? 우리나라 기후 특징들을 떠올려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다시 “사계절이 뚜렷해요!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요!”라고 말하자, 박 교사는 “그래요, 우리나라와 그리스는 계절에 따라 부는 바람의 성질이 달라요. 우리나라는 여름에 북태평양에서 고온다습한 바람이 불어오는 반면, 그리스는 아프리카 대륙의 고온건조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는 중학생들이 사회 교과, 이 가운데 지리 부분을 배울 때는 우리나라 중부 지방의 생활, 유럽의 생활 등 지역별로 그 특성을 살폈다. 반면 올해 개정된 교육과정부터는 위치, 기후, 지형 등 ‘지리를 보는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하이힐 압력 > 코끼리 발…과학이 머리에 ‘쏙쏙’ “몸무게가 500㎏인 코끼리 발에 밟히는 것과 하이힐을 신은 50㎏의 여성 발에 밟히는 것 중 어느 게 더 위험할까?” 대부분의 경우 당연스레 “코끼리”라고 말하겠지만, ‘스키와 스케이트’, ‘운동화와 하이힐’을 비교하며 ‘압력’의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한 학생들이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할 질문이다. 지난 6일 오후 동덕여중 1학년 7반 학생들 역시 백설희 교사의 이 질문에 쉽게 답을 내지 못했다. 백 교사는 차분히 ‘압력’에 미치는 요인들을 학생들과 함께 찾아봤다. ‘압력=누르는 힘’으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은, 앞선 사례들을 통해 ‘누르는 힘’ 이외의 또다른 요인이 압력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아냈다. 바로 ‘닿는 면적’이었다. 이 개념이 ‘500㎏ 코끼리의 발과 50㎏ 여성의 하이힐 가운데 어느 게 더 무서운지’ 밝혀낼 수 있는 핵심이었다. 백 교사는 실생활에서 이끌어낸 개념들을 토대로 식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이 식에 맞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얼추 따져보니 하이힐의 압력은 코끼리의 발보다 20배나 컸다. 하이힐의 위력이 이 정도일 거라곤 상상도 못한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백 교사는 “하이힐 신은 여성에게 밟혀 발등뼈가 부러진 사례도 있다”며, “하이힐 신은 여성 옆에 있을 땐 조심하라”고 덧붙였다. 개정된 과학 교과서엔 이렇게 학생들이 친근감을 가지고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실생활 사례들이 나와 있어 과학 개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 교실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험도구들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동덕여중 1학년 7반 학생들은 다음 과학 시간엔 ‘간이 공기펌프’를 이용해 기압에 따라 초코파이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검인정 23종…‘안도현 시’가 교과서로 들어왔네
그리스는 산불·우리는 홍수…뉴스로 사회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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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압력 > 코끼리 발…과학이 머리에 ‘쏙쏙’ “몸무게가 500㎏인 코끼리 발에 밟히는 것과 하이힐을 신은 50㎏의 여성 발에 밟히는 것 중 어느 게 더 위험할까?” 대부분의 경우 당연스레 “코끼리”라고 말하겠지만, ‘스키와 스케이트’, ‘운동화와 하이힐’을 비교하며 ‘압력’의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한 학생들이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할 질문이다. 지난 6일 오후 동덕여중 1학년 7반 학생들 역시 백설희 교사의 이 질문에 쉽게 답을 내지 못했다. 백 교사는 차분히 ‘압력’에 미치는 요인들을 학생들과 함께 찾아봤다. ‘압력=누르는 힘’으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은, 앞선 사례들을 통해 ‘누르는 힘’ 이외의 또다른 요인이 압력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아냈다. 바로 ‘닿는 면적’이었다. 이 개념이 ‘500㎏ 코끼리의 발과 50㎏ 여성의 하이힐 가운데 어느 게 더 무서운지’ 밝혀낼 수 있는 핵심이었다. 백 교사는 실생활에서 이끌어낸 개념들을 토대로 식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이 식에 맞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얼추 따져보니 하이힐의 압력은 코끼리의 발보다 20배나 컸다. 하이힐의 위력이 이 정도일 거라곤 상상도 못한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백 교사는 “하이힐 신은 여성에게 밟혀 발등뼈가 부러진 사례도 있다”며, “하이힐 신은 여성 옆에 있을 땐 조심하라”고 덧붙였다. 개정된 과학 교과서엔 이렇게 학생들이 친근감을 가지고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실생활 사례들이 나와 있어 과학 개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 교실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험도구들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동덕여중 1학년 7반 학생들은 다음 과학 시간엔 ‘간이 공기펌프’를 이용해 기압에 따라 초코파이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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