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리틀 교장
하나고에서 강연한 이튼 칼리지 교장 토니 리틀
“매주 화·목·토요일에는 점심 이후에 학과 수업을 하지 않고 음악·운동 등 자유로운 활동을 합니다.” 영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이튼 칼리지의 토니 리틀(사진) 교장이 12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하나고등학교에서 이튼의 교육 방식을 소개했다. 리틀 교장은 하나고 전교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초청강연에서 “좋은 시험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학교는 생산력이 뛰어난 공장에 불과하다”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과 전통,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려면 학생들에게 많은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튼 칼리지는 헨리6세 때인 1440년 설립된 이래 18명의 총리를 배출하고, 졸업생 가운데 50~60%가 옥스퍼드대학이나 케임브리지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명문 사립고교로 꼽힌다. 리틀 교장은 이날 강연에서 이튼 칼리지가 학과수업보다는 전인교육과 인성교육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국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모든 학교가 이튼 칼리지처럼 엘리트 학교였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면 엘리트 학교는 소수의 부자나 학문이 뛰어난 학생뿐 아니라 가난하지만 여러 개성을 가진 학생들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도 “교원평가를 봉급이나 자리와 연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영국의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나쁜 점을 지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들의 장점을 드러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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