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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국인 정서, 책갈피마다 ‘어흥’

등록 2005-06-12 16:51수정 2005-06-12 16:51

호랑이
호랑이

우리 옛날이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뭘까? 호랑이다. 무섭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고 효성이 지극하기도 한 호랑이는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동물이지만, 지금은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호랑이는 멸종 위기요, 동화 속의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옛날이야기에만 서글프게 남아 있을 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호랑이〉(김기정/어린이작가정신)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랑이에서 시작해 호랑이로 끝나는 이상한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호랑이들은 우리 옛날이야기와 책, 속담에 등장하는 온갖 호랑이를 다 모아 놓은 100% 국산으로,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우리만의 이야기와 정서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메이드 인 대한민국’을 부르짖으며 지나치게 전통을 강조하거나 한국적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지구화 시대에 맞게 우리 역사와 우리 정서에 흐르는 이른바 호랑이 피를 세련되고 발랄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오늘날의 우리와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보다 훨씬 더 오랜 옛날의 우리를 다시 이어 준다. 이 만남은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옆집 할머니의 주름살에서 호랑이 줄무늬를 찾아내고, 환경 미화원 아저씨 엉덩이에서 호랑이 꼬리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옛날 호랑이의 자손들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이 수탉이라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은 예나 지금이나 호랑이인 것이다. 오늘날은 ‘세계는 하나’를 외치며 남의 문화, 남의 말 배우느라 정신없이 바쁜 시대이기도 하지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당연한 사실마저도 새삼스럽게 상기해야 하는 역설적인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에 앞서, 우리 문화와 우리 정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책을 보면 일단 눈이 즐겁다. 책장마다 온갖 호랑이 그림과 사진이 능청맞으면서도 도회적인 모습으로 어슬렁거린다. 글도 요즘 아이들 정서에 맞게 유머와 재치가 넘쳐난다. 형식도 옛날이야기도 아니고, 동물도감도 아니고, 정보서나 만화도 아닌 이른바 ‘잡종’ 스타일을 택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효과를 보여준다.

김태희/사계절출판사 아동청소년문학팀장

kth@sakyej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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