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인천 연수구 연화중 음악실에서 학부모들이 최순규 교사(맨 오른쪽)와 함께 오카리나로 노르웨이 민요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연주하고 있다.
인천 연화중 최순규 교사의 실험
중학교 음악교사가 학부모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 대상 ‘오카리나’ 무료 강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0일 인천 연수구 연화중학교(교장 윤화영)를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어수선한 가운데 4층 음악실에선 아름다운 오카리나 소리가 흘러나왔다. ‘학부모들이 벌써 오셨나?’ 생각하고 문을 연 순간, 50명 가까운 학생들이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었다. “놀라셨죠? 지난해 학부모 대상 오카리나 강좌가 정착된 이후 올해 3월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처음엔 16명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50명을 넘어섰네요.”
오카리나로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들과도 소통하고 싶어하는 최순규(55) 교사가 반가운 얼굴로 기자를 맞이하며 말했다. 학생들은 컴퓨터 반주에 맞춰 ‘개똥벌레’, ‘바위섬’,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등을 능숙히 연주했다.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20분이 지나자 학생들은 오카리나와 악보파일을 정리한 뒤 밥 먹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총히 문을 나서는 한 남학생에게 “재밌니?”라고 짧게 물었다. 학생은 밝게 웃으며 “너무 재밌어요”라고 답했다. 최 교사는 “2만원 상당의 오카리나만 들고 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점심시간을 이용하니 참여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등 이용 학생·학부모 대상 무료강좌
연주 배우며 마음 ‘활짝’…연습뒤 음악감상도 오후 1시30분쯤 되자 학부모 몇 명이 음악실에 들어왔다. 최 교사는 “매주 화요일 2시부터 4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는데, 기초가 부족한 분들은 30분 정도 일찍 오셔서 연습한다”며 “가락이 어렵지 않은 ‘가을길’, ‘꼬마벌’, ‘기뻐하며 경배하세’ 등을 연주하며 오카리나 운지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연습 중간 쉬는 시간에 짬을 내 한 학부모에게 ‘어떻게 이 강좌를 알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역 신문 보고 알게 됐다”며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재미있다”고 말했다. 2시쯤 되자 10여명의 학부모들이 들어와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오늘 새로이 연습할 곡은 노르웨이 민요인 ‘당신의 소중한 사람’입니다. 제가 반주할 테니 여기에 맞춰서 연주해 보세요.” 최 교사가 피아노를 치자 학부모들은 리듬을 타며 능숙하게 연주해 냈다. 1시간 넘게 오카리나를 연습하는데도 학부모들은 지칠 줄 몰랐다. 최 교사가 학부모들을 위해 음료수를 준비해 놓았지만, 연습에 몰두하느라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오카리나 연습이 끝나자 음악 감상이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요한 슈트라우스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를 널찍한 화면과 5.1 채널 스피커로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여러분들이 ‘왈츠의 왕’으로 알고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는 사실 ‘왈츠의 아버지’로 알려진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장남입니다. 그에겐 세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빈 신년 음악회는 1920년대 초반부터 빈 필하모닉이 왈츠와 폴카 등 빈 춤곡을 연주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1940년 이후엔 새해 첫날에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 작품들로 꾸며진 신년 음악회가 자리를 잡아 지금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매년 열리는 이 음악회는 1년 전에 표가 동날 정도로 인기 있습니다.”
최 교사의 친절한 설명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포츠 폴카’, ‘전화’ 등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재미나게 꾸며진 작품들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었다. “저는 음악교사로서 학생들이 음악을 잘하기보다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인천시향 단원이 되는 것보다, 인천시향의 연주를 돈 내고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신년 음악회 감상이 끝날 무렵, 최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자신의 교육철학을 짧지만 굵게 내보였다. 최 교사는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걸까. “10여년 전만 해도 학교 교사에겐 ‘권위’가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배울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졌습니다. 또 학생과 학부모가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더 신뢰하게 됐습니다. 공교육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자꾸 떨어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학부모와 소통이 부족한 것도 그 원인 가운데 하나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악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본 것입니다.” 최 교사와 함께 오카리나를 배우는 10여명의 학부모와 50여명의 학생들은 연말에 가까운 보육원을 찾아 오카리나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인천/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연주 배우며 마음 ‘활짝’…연습뒤 음악감상도 오후 1시30분쯤 되자 학부모 몇 명이 음악실에 들어왔다. 최 교사는 “매주 화요일 2시부터 4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는데, 기초가 부족한 분들은 30분 정도 일찍 오셔서 연습한다”며 “가락이 어렵지 않은 ‘가을길’, ‘꼬마벌’, ‘기뻐하며 경배하세’ 등을 연주하며 오카리나 운지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연습 중간 쉬는 시간에 짬을 내 한 학부모에게 ‘어떻게 이 강좌를 알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역 신문 보고 알게 됐다”며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재미있다”고 말했다. 2시쯤 되자 10여명의 학부모들이 들어와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오늘 새로이 연습할 곡은 노르웨이 민요인 ‘당신의 소중한 사람’입니다. 제가 반주할 테니 여기에 맞춰서 연주해 보세요.” 최 교사가 피아노를 치자 학부모들은 리듬을 타며 능숙하게 연주해 냈다. 1시간 넘게 오카리나를 연습하는데도 학부모들은 지칠 줄 몰랐다. 최 교사가 학부모들을 위해 음료수를 준비해 놓았지만, 연습에 몰두하느라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오카리나 연습이 끝나자 음악 감상이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요한 슈트라우스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를 널찍한 화면과 5.1 채널 스피커로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여러분들이 ‘왈츠의 왕’으로 알고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는 사실 ‘왈츠의 아버지’로 알려진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장남입니다. 그에겐 세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빈 신년 음악회는 1920년대 초반부터 빈 필하모닉이 왈츠와 폴카 등 빈 춤곡을 연주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1940년 이후엔 새해 첫날에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 작품들로 꾸며진 신년 음악회가 자리를 잡아 지금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매년 열리는 이 음악회는 1년 전에 표가 동날 정도로 인기 있습니다.”
최 교사의 친절한 설명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포츠 폴카’, ‘전화’ 등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재미나게 꾸며진 작품들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었다. “저는 음악교사로서 학생들이 음악을 잘하기보다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인천시향 단원이 되는 것보다, 인천시향의 연주를 돈 내고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신년 음악회 감상이 끝날 무렵, 최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자신의 교육철학을 짧지만 굵게 내보였다. 최 교사는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걸까. “10여년 전만 해도 학교 교사에겐 ‘권위’가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배울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졌습니다. 또 학생과 학부모가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더 신뢰하게 됐습니다. 공교육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자꾸 떨어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학부모와 소통이 부족한 것도 그 원인 가운데 하나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악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본 것입니다.” 최 교사와 함께 오카리나를 배우는 10여명의 학부모와 50여명의 학생들은 연말에 가까운 보육원을 찾아 오카리나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인천/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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