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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제’보다 큰 게 아이의 ‘존재’랍니다

등록 2010-05-02 15:07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칼럼을 연재하다 보니 독자들의 전자우편을 가끔 받는다. 글이 참 좋고 유익하다거나 힘이 된다는 내용이 많다. 그런데 대다수의 분들은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자신의 자녀에 대한 고민을 덧붙인다. 내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는 건 참 어렵다는 내용들이다. 자녀가 자신을 얼마나, 어떻게 어렵게 하는지, 그로 인한 좌절감이 얼마나 큰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글을 읽으면 그 좌절감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내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답답하고 안타깝다. 사실 내가 답답하고 안타까운 것은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뿐만 아니라,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이와의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문제 덩어리이거나 골칫덩어리라는 시각이 어려움의 출발점이다.

시각을 조금만 바꿔 보면 어떨까. 아이의 존재의 크기와 문제의 크기를 비교해 보자. 존재의 크기가 학교운동회 공굴리기 게임할 때 쓰는 지름 1미터쯤의 공만하다고 하자. 우리 아이의 문제의 크기는 얼마나 클까. 구슬치기 할 때 쓰는 구슬만할까. 아니면 주먹만하기는 할까.

아이는 문제 덩어리가 아니다. 아이는 조그만 문제점을 지닌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관계가 멀어지지만, 존재에 초점을 맞추면 친해질 수 있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를 째려보게 되지만, 존재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를 놔둘 수 있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비난하게 되지만, 존재에 초점을 맞추면 인정할 수 있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조급해지지만, 존재에 초점을 맞추면 느긋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문제 행동은 있지만, 문제인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얼마 전에 일본인 코치인 우메하라 유키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외국에서는 ‘문제 행동’(Problem Behavior)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도전적 행동’(Challenging Behavior)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도전적 행동이라는 표현을 하는 데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아이가 문제 행동을 일으킬 때 그 행동을 한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주변에 ‘도전’을 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런 도전 행동을 하면서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부모가 아이의 행동에 대해 어떤 ‘도전’이 가능한지 생각한다는 뜻이다. 즉, ‘문제 행동’을 ‘도전해 볼 만한 행동’으로 바꿔 생각한다는 얘기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탐색이며 도전이다. 욕구는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며, 완전해지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열망이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자신의 완전성을 찾아가는 도전인 셈이다. 그 도전 행동에 부모는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 도전 행동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완전성을 찾아가는 존재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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