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와 소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올바른 방법을 알고 꾸준히 실천해야 가능하다. 사진은 지난 8월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지역사회교육회관에서 열린 ‘부모·자녀 간 대화법Ⅰ’ 수업 모습이다.
‘부모교육’ 현장 가보니
“8살 아들과 성향이 너무 달라요. 저는 분석적인데 아이는 감성적이죠. 감성적 돌봄을 잘 못하는 거 같아 오게 됐어요. 사춘기가 찾아오기 전에, 아이와 더 멀어지기 전에 양육법이나 대화법을 바꿔보고 싶어요.”
당부·충고·비교 등 말투 아이에게 역효과
자녀와 대화 위해선 신뢰·공감이 우선 “둘째인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때문에 왔어요. 아이가 초3 때부터 학교생활을 힘들어했어요.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 가길 싫어하는 거예요. 처음엔 큰 병이다 싶어 뇌파나 심전도 검사도 해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어요. 그때까지 저는 지극히 정상적인 엄마라 생각했고, 아이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주변 엄마들의 소개로 아이가 심리검사를 받게 됐어요. 그때 상담하신 분이 ‘자녀와 신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아이가 뭘 하든 공감해주라’는 거예요. 이후 여러모로 아이를 위해 애쓰는데 쉽지 않네요. 대화할 때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느낌을 알고 싶어 왔어요.”
지난 8월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지역사회교육회관에선 부모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부모·자녀 간 대화법Ⅰ’ 강좌가 열렸다. 총 6회 과정인 이 프로그램엔 9명의 부모가 참여했다. 4살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였지만 목적은 모두 같았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 좀더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앞의 두 사진은 원석과 다이아몬드입니다. 부모로서 공부를 많이 할수록 ‘원석’ 같은 자녀 안에 감춰진 ‘다이아몬드’ 같은 잠재력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깁니다.” 부모들 소개가 끝나자 강의를 맡은 김종미 부모교육 책임지도자는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비유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어 김 책임지도자는 앞으로 6주 동안 배우게 될 ‘부모·자녀 간 대화법’ 강좌를 차례로 소개했다. “오늘은 일상대화의 분석에 대해 배웁니다. 그리고 남은 5주 동안 대화의 기본태도, 어떻게 들을까?, 어떻게 말할까?, 문제해결의 대화 등을 배우게 됩니다.”
본격적인 일상대화 분석 활동을 하기 전 김 책임지도자는 지난해 한글날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실험 다큐-말의 힘’ 영상을 보여줬다. 막 지은 쌀밥을 ‘고맙습니다’란 병과 ‘짜증 나’란 병에 각각 나눠 담은 뒤 한 달 동안 ‘고맙습니다’ 병엔 좋은 말만, ‘짜증 나’ 병엔 나쁜 말만 들려주는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한달 후 ‘고맙습니다’ 병의 밥은 노릇해진 반면, ‘짜증 나’ 병의 밥은 시커먼 곰팡이가 생겼다. 부모들은 한마디 말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가 하는 말 한마디가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를 분석해 보면 부모들이 자녀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자녀의 감정을 크게 해치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김 책임지도자는 부모들이 자녀와의 일상대화에서 잘못 사용하는 말투 8가지(표 참조)를 제시했다. “앞의 4가지-명령, 경고, 당부, 충고는 자녀에게 일방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말투들입니다.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말투는 자녀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당부나 설득, 충고나 제안의 말투도 좋지 못하다는 강사의 지적에 부모들이 의아해하자 김 책임지도자는 “‘착한 아이는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야’ 식의 설교투는 자녀의 욕구가 무시되어 심리적 불만을 일으키고,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오락은 숙제를 해 놓고 하는 것이 어때’ 식의 제안투는 자칫 아이의 의견이 언제나 부모의 의견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뒤의 4가지-평가, 탐색, 둘러대기, 비교하기는 자녀에게 정신적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말투들입니다. 이런 말투를 들은 자녀들은 부모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십상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부모들은 다양한 일상생활 대화 사례들을 8가지 말투로 분석해 보았다.
수업이 끝날 때쯤 김 책임지도자가 부모들에게 일상대화를 분석한 느낌을 물어봤다. 부모들은 “답답하다”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거 같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김 책임지도자는 “오늘 강의를 잘한 거 같다”며 “오늘 강의에선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이 수업을 통해 자녀의 마음 문을 여는 대화가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자녀와 대화 위해선 신뢰·공감이 우선 “둘째인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때문에 왔어요. 아이가 초3 때부터 학교생활을 힘들어했어요.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 가길 싫어하는 거예요. 처음엔 큰 병이다 싶어 뇌파나 심전도 검사도 해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어요. 그때까지 저는 지극히 정상적인 엄마라 생각했고, 아이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주변 엄마들의 소개로 아이가 심리검사를 받게 됐어요. 그때 상담하신 분이 ‘자녀와 신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아이가 뭘 하든 공감해주라’는 거예요. 이후 여러모로 아이를 위해 애쓰는데 쉽지 않네요. 대화할 때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느낌을 알고 싶어 왔어요.”
영화 ‘빅대디’ 한 장면.
본격적인 일상대화 분석 활동을 하기 전 김 책임지도자는 지난해 한글날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실험 다큐-말의 힘’ 영상을 보여줬다. 막 지은 쌀밥을 ‘고맙습니다’란 병과 ‘짜증 나’란 병에 각각 나눠 담은 뒤 한 달 동안 ‘고맙습니다’ 병엔 좋은 말만, ‘짜증 나’ 병엔 나쁜 말만 들려주는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한달 후 ‘고맙습니다’ 병의 밥은 노릇해진 반면, ‘짜증 나’ 병의 밥은 시커먼 곰팡이가 생겼다. 부모들은 한마디 말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다.
부모·자녀 간 일상대화 분석의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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