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 독서토론반 학생들이 방과후 보충수업 시간에 독서토론 수업을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올바른 독서지도법은
다독보다 정독…독서토론 활용케
체험활동종합지원시스템과 연계를
다독보다 정독…독서토론 활용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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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이력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독후활동을 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은 여유를 갖고 책 한 권 읽는 것조차 버겁게 한다. 하지만 입시에 닥쳐서 한꺼번에 독후활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어차피 독후활동을 한 날짜가 기록에 남기 때문에 몰아서 했다는 사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일단 자신의 독서수준과 독서량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독서계획을 짜고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부산사대부고 문창민 교사는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지속적으로 읽는 게 중요하다”며 “특정 시기에 몰아서 독후활동을 하기보다는 학년별, 학기별로 꾸준히 감상문을 작성해 독서의 흐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의 경향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문 교사는 “감상문을 쓸 때에는 줄거리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안 되고 3분의 2 이상은 책을 통해 느낀 점 또는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알 수 있게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상문쓰기가 힘든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동시쓰기나 편지쓰기 등을 통해 책에 다가가는 것이 좋다. 부산 항도중학교 최지영 교사는 “주인공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거나 편지를 통해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것도 좋은 훈련”이라며 “일단 책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사나 학부모도 감상문쓰기만을 중요시하기보다는 편지쓰기, 생각키우기, 일기쓰기 등 다양한 독후활동을 격려해야 한다. 또 어렸을 때부터 미리 진로를 정해놓고 독서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하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창작 동화와 같이 감성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책을 읽게 하거나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책을 우선적으로 골라야 한다. 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는 “아이가 책과 친해질 수 있게 부모가 옆에서 함께 소리내어 읽어줘야 한다”며 “질문도 던져보면서 아이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독서교육과 함께 말하기 훈련도 할 수 있다.
중학생의 경우 과목별, 영역별로 두루 책을 읽어야 한다. 혼자만의 독서가 되지 않게 독서토론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다독(多讀)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꼼꼼히 읽는 정독(精讀)을 해야 한다. 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는 “중학생 수준에서 <홍길동전>을 읽었다면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시대적 배경은 물론 작품의 한계까지 짚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독서토론을 통해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들으면 책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힐 수 있고 감상문의 내용도 풍부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연계독서를 활용해 교과서에 언급된 책을 읽고 독서활동을 하면 학교 수업을 받을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진로와 연관된 독서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1학년 때부터 미리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게 좋다. 대학별로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양식에 독서이력을 요구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지난해 입시에서 서울대, 포항공대,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은 감명 깊게 읽은 책 3~5권을 적거나 가장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책 1권을 골라서 쓰게 하고 있다. 기억하는 문구, 문장, 대목을 적거나 이 책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평소에 독후활동을 할 때 자신의 관점을 담은 새로운 제목을 달아보거나 자기 나름의 해석이 실린 글쓰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은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www.edupot.go.kr, 이하 창의활동 시스템)과도 연계되어 있다. 그동안의 독후활동을 가지고 중학생은 독서 포트폴리오를, 고등학생은 대입전형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입력할 수 있다. 중·고교 학생이라면 창의활동 시스템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지 접속해 학교 안팎의 비교과 활동을 스스로 기록해 관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독서체험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서경 한우리 독서토론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이 혼자 하는 활동이라면 독서 동아리 활동은 여럿이 함께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될 수 있다”며 “독서를 통해 동아리 활동은 물론 고아원에 가서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 연구원은 “10권의 책을 읽었다고 10편의 독서감상문을 쓰라고 하면 또다른 학업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교사나 부모님이 독후활동과 독서체험활동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생의 형편에 맞게 독후활동을 해야 하고, 바로 온라인상에 글을 올리는 게 부담된다면 연습장이나 공책에 써 보고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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