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공모 650개교 중 59%가 ‘같은 교육청 소속’
전임 교장 뽑은 학교도 34곳…서울·제주 등 초빙형만 운영
“다양한 인재임용 취지 무색”
전임 교장 뽑은 학교도 34곳…서울·제주 등 초빙형만 운영
“다양한 인재임용 취지 무색”
최근 1년 동안 전국에서 교장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초·중·고교 교장 650명 가운데 60%가량이 같은 지역 교육지원청 소속 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 교장이 공모제를 통해 다시 교장으로 뽑힌 경우도 34곳(5%)이었다. 이 때문에 교육청의 일방적인 임명이 아니라 각 학교가 원하는 인재를 교장으로 임용하자는 교장공모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4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2009년 2학기~2010년 2학기 전국 초·중·고교 교장공모제 지원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공모제로 교장을 뽑은 초·중·고교 650곳 가운데, 같은 지역 교육지원청에 속한 학교 출신이 교장에 뽑힌 곳이 381곳(59%)이나 됐다. 임명 방식만 바꿔 같은 교육지원청 관내 학교에서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이 가운데는 지원자가 한 명밖에 없어 경쟁률이 1 대 1인 학교도 76곳(12%)이었다.
공모제로 교장을 뽑은 전체 학교 650곳 가운데 경쟁률이 1 대 1인 학교는 158곳(24%)에 이르렀다. 이들 학교 가운데 이전 교장을 다시 뽑은 곳도 34곳(5%)이나 됐다.
또 지난 1년간 서울(110곳)과 제주(11곳)는 교장공모제를 모두 초빙형으로만 운영해, 내부형과 개방형 교장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초빙형 교장은 교장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는데다, 현재 교장 자격증을 가진 교원이 교장 결원 학교 수와 거의 맞먹어 ‘껍데기뿐인 공모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내부형은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일정한 교직경력만 쌓으면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고, 개방형은 교직경력이 없는 외부 전문가에게도 교장 문호를 개방하는 방식이다.
김영진 의원은 “공모교장의 임기는 교장 임기 8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초빙형은 임기 연장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같은 지역 교육지원청 소속 교장들을 공모교장으로 뽑는 관행도 여전해, 다양한 사람들을 교장으로 임용해서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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