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나는 공부여행-아이들의 감성을 가득 채워주는 여행은 평생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다.이동미 여행작가 제공
[함께하는 교육] 가족과 함께 떠나는 공부여행 /
슬로푸드 마을·자연풍경 좋은 곳 등 여행지 다양
사전조사·일기쓰기 등 가족 간 공감대 형성 중요 여행. 생각만 해도 즐거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일, 그로 인한 재충전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하여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홀로 가기도 하고 연인과 친구와 떠나기도 하며 가족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요즘에는 부쩍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프로그램과 여행 안내서가 인기를 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여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른처럼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가 있을까? 물론 아이들에게도 학교와 학원을 떠난 여행지는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다. 여기에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아이들이 채워갈 긴 인생의 행로에서 유년기의 기억은 한 아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남도의 여행지 중에 ‘벌교’가 있다. 드넓은 펄과 쫄깃쫄깃 꼬막이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 선생이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광주서중 입학 전인 6학년까지 2년여간 머물렀다. 당시 벌교상고 국어 선생이었던 아버지(조종현)가 채점한 시험지를 뒤집고 접어서 만들어 준 문집에 자작동시와 동화를 썼던 것도 이곳에서였다. 어린 조정래는 벌교의 골목을 누비고 펄에서 갯것들과 장난을 치고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귀동냥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것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으니 조정래 선생의 유년생활 2년이 10권의 대하소설로 승화된 것이다. 유년시절에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는 그만큼 중요하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과 감성이 평생 먹고살 감정의 창고가 된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유년시절의 추억과 꿈은 평생 가져갈 아이들의 소중한 보물창고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가서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까? 여행지는 연령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저학년의 경우 역사나 과학 등 지나치게 학습적인 장소보다는 자연 풍광이 좋은 곳을 선정하도록 한다. 고학년의 경우는 교과서와 연관이 있고 자신이 관심 있는 여행지를 택하면 좋은데 가능하면 설명해주는 사람(문화해설사, 박물관 큐레이터)이 있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장소가 좋다.
몸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곳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무난하다. 예를 들어 양평 보릿고개 마을은 경기도가 지정한 슬로푸드(Slow Food) 마을로 공부여행에 제격이다. 비만 클리닉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릿고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이지만 3분이면 뚝딱 나오는 패스드푸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터이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값진 가족 여행지다. 불린 콩을 맷돌에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가마솥에 끓이고 간수를 넣어 두부를 만들어 먹어보고, 보릿가루·단호박을 넣은 반죽으로 쑥개떡, 보리개떡을 만들어 먹는다. 주문만 하면 뚝딱 눈앞에 놓이는 패스트푸드와 달리 여러 가지 공정과 시간이 드는 슬로푸드는 그 과정 속에 숨어 있는 재미와 과학 그리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교육이다. 또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입으로 들어가는 결과물과 그 맛의 즐거움은 ‘성취감’이란 또다른 부수적 효과도 선사한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도 좋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강화도에는 나들길이 있는데 강화도 구석구석을 잇는 8개의 나들길 중 아이들과 걷기에는 1코스가 추천할 만하다. 1코스인 ‘심도 역사 문화길’은 조선 25대 왕인 철종이 살던 용흥궁(龍興宮), 1900년 세운 한국 최초의 성공회성당, 몽골의 침입을 피해 고려왕과 조정이 강화도로 피란 와 강화도를 수도로 삼고 몽골과 싸우던 고려궁지(高麗宮址) 등 천년을 넘나드는 역사의 흔적들이 자리하고 있다. 더불어 강화 산성길과 드넓게 펼쳐진 황금들녘, 갯벌과 어우러지는 돈대와 연미정 등 아름다운 강화의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온 가족이 도란도란 걷는 길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아이와 여행을 떠나게 되면 집에 있을 때보다 많은 말을 나누게 된다. 사실 이를 겁내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와 공부여행을 떠날 때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설명을 해주고 그 장소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데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부모가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을 아이들도 눈치채니 모른다고 당당히 말하고 ‘그럼 우리 같이 찾아볼까’ 하며 여행지에 대해 같이 조사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또한 여행지에 대한 지식을 일방적으로 아이의 머리에 넣으려고 하는데 이보다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가족이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찾아보는 등 가족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공부여행의 핵심이다. 어느 누가 주도하고 누구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 즐겁게 배려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요즘은 디지털카메라를 많이 가지고 다니니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사진 일기를 만들어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기행문처럼 일정별, 시간대별로 정리를 해도 좋고, 한 가지 주제나 장소를 테마로 해도 좋다. 물론 출발할 때부터 이것을 의논해 함께한다면 금상첨화일 터, 형식은 일기도 좋고 만화도 좋고 동화처럼 엮어도 좋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공부여행의 즐거움이다.
이동미 여행작가/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사전조사·일기쓰기 등 가족 간 공감대 형성 중요 여행. 생각만 해도 즐거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일, 그로 인한 재충전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하여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홀로 가기도 하고 연인과 친구와 떠나기도 하며 가족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요즘에는 부쩍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프로그램과 여행 안내서가 인기를 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여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른처럼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가 있을까? 물론 아이들에게도 학교와 학원을 떠난 여행지는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다. 여기에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아이들이 채워갈 긴 인생의 행로에서 유년기의 기억은 한 아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남도의 여행지 중에 ‘벌교’가 있다. 드넓은 펄과 쫄깃쫄깃 꼬막이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 선생이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광주서중 입학 전인 6학년까지 2년여간 머물렀다. 당시 벌교상고 국어 선생이었던 아버지(조종현)가 채점한 시험지를 뒤집고 접어서 만들어 준 문집에 자작동시와 동화를 썼던 것도 이곳에서였다. 어린 조정래는 벌교의 골목을 누비고 펄에서 갯것들과 장난을 치고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귀동냥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것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으니 조정래 선생의 유년생활 2년이 10권의 대하소설로 승화된 것이다. 유년시절에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는 그만큼 중요하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과 감성이 평생 먹고살 감정의 창고가 된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유년시절의 추억과 꿈은 평생 가져갈 아이들의 소중한 보물창고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가서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까? 여행지는 연령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저학년의 경우 역사나 과학 등 지나치게 학습적인 장소보다는 자연 풍광이 좋은 곳을 선정하도록 한다. 고학년의 경우는 교과서와 연관이 있고 자신이 관심 있는 여행지를 택하면 좋은데 가능하면 설명해주는 사람(문화해설사, 박물관 큐레이터)이 있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장소가 좋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공부여행-아이들의 감성을 가득 채워주는 여행은 평생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다.이동미 여행작가 제공
몸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곳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무난하다. 예를 들어 양평 보릿고개 마을은 경기도가 지정한 슬로푸드(Slow Food) 마을로 공부여행에 제격이다. 비만 클리닉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릿고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이지만 3분이면 뚝딱 나오는 패스드푸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터이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값진 가족 여행지다. 불린 콩을 맷돌에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가마솥에 끓이고 간수를 넣어 두부를 만들어 먹어보고, 보릿가루·단호박을 넣은 반죽으로 쑥개떡, 보리개떡을 만들어 먹는다. 주문만 하면 뚝딱 눈앞에 놓이는 패스트푸드와 달리 여러 가지 공정과 시간이 드는 슬로푸드는 그 과정 속에 숨어 있는 재미와 과학 그리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교육이다. 또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입으로 들어가는 결과물과 그 맛의 즐거움은 ‘성취감’이란 또다른 부수적 효과도 선사한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도 좋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강화도에는 나들길이 있는데 강화도 구석구석을 잇는 8개의 나들길 중 아이들과 걷기에는 1코스가 추천할 만하다. 1코스인 ‘심도 역사 문화길’은 조선 25대 왕인 철종이 살던 용흥궁(龍興宮), 1900년 세운 한국 최초의 성공회성당, 몽골의 침입을 피해 고려왕과 조정이 강화도로 피란 와 강화도를 수도로 삼고 몽골과 싸우던 고려궁지(高麗宮址) 등 천년을 넘나드는 역사의 흔적들이 자리하고 있다. 더불어 강화 산성길과 드넓게 펼쳐진 황금들녘, 갯벌과 어우러지는 돈대와 연미정 등 아름다운 강화의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온 가족이 도란도란 걷는 길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공부여행-아이들의 감성을 가득 채워주는 여행은 평생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다.이동미 여행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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