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철 교사(가운데)를 통해 체계적인 신문활용교육을 받고 고교에 진학한 우수진(왼쪽), 박영미(오른쪽)양은 “신문으로 공부하는 이유와 방법 등을 모두 알게 됐다”고 말한다.
[함께하는 교육]
NIE공모전 수상 강용철 교사의 ‘신문활용교육 4단계’
NIE공모전 수상 강용철 교사의 ‘신문활용교육 4단계’
①동기유발 ‘신문은 ○○○다’ 빈칸 채우기 등 놀이처럼
②이해 넓히기 기사종류·육하원칙부터 광고까지 조목조목
③스크랩 핵심어 찾기·모르는 낱말정리 등 효과만점
④자유활동 머리말 직접 쓰고 묶은 ‘신문책’ 스스로 뿌듯
“오리고 붙이는 거 시키는데 솔직히 스크랩하다가 시간 다 갑니다.” “매일 좋은 칼럼을 오려서 냉장고에 붙여두는데 잘 안 보네요.”
신문활용교육(NIE, Newspaper in Education)의 ‘나쁜 예’를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다. ‘신문을 활용한 교육’에서 ‘신문’에만 방점을 찍고, ‘활용법’을 고민하지 않은 탓에 나온 문제다.
지난 10월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0대한민국NIE대회에선 “신문활용교육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발표(‘NIE가 성적 향상에 미치는 영향’ 정문성 경인교대 교수)와 함께 신문활용교육의 ‘좋은 예’가 되는 올해 NIE 공모전 수상작도 발표됐다. 특히 NIE 교안/아이디어 부문에서 중학교 최우수상을 받은 강용철 교사(경희여중)의 ‘신문책 만들기’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결과물로 시선을 끌었다.
“성적이요? 연관이 있죠. 자기주도성이요? 자연스럽게 길러지던데요.” 약 6년 전부터 신문활용교육을 하고 있는 강 교사한테선 신문활용교육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신문으로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은 뭘까? 지난 4일, 중학교 시절 논술반 활동을 통해 강 교사한테 신문활용교육을 받았던 경희여고 1년 우수진·박영미양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스스로 좋아서 했던 일이요? 일단 이거죠!”
수진양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수첩 하나를 펼쳐보여줬다. ‘나만의 사전’이라고 적힌 수첩 에는 수진양이 신문을 보다가 알게 된 새로운 어휘들이 적혀 있었다. 어휘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 적은 것까진 여느 어휘 사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예문을 적은 데선 차별성이 보였다. “제가 별주부전을 좋아하거든요. 거기 나오는 주인공으로 예문을 만들어본 거예요.” 사전에는 ‘가기’(佳氣)라는 한자어의 사전적 의미(곱고 맑은 기운)와 함께 재미있는 예문(“토끼야. 가기가 서려 있는 용궁이 어떠하냐?” 하자, 토끼가 방귀를 뀌었다.)이 적혀 있었고, 토끼가 방귀를 뀌는 장난스러운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이 사전은 강 교사의 신문활용교육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동기 유발 활동, 신문 그리고 신문기사에 대한 이해 넓히기, 자기주도적 스크랩 활동, 그 밖의 자유 활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 교사는 “뒤로 갈수록 아이들 스스로 하는 경향이 짙어지는데 앞부분에서 동기 유발 등을 제대로 해주는 게 교사의 큰 몫”이라고 설명했다. “흥미와 동기는 다르잖아요. 그냥 재밌는 게 아니라 재밌어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죠. 일단, “신문은 ‘나’로 시작해서, ‘우리’를 통해서, ‘세상’을 만나는 공부”라고, 그리고 뉴스(News)라고 하면 ‘새로운’의 ‘복수’도 되지만 동서남북(e, w, n, s)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소식”이라고 알려줍니다. 사방의 것을 공부하면서 우리 그리고 세상을 만나는 거라고요. “신문은 ○○○다!” 등 빈칸채우기나 마인드맵 등으로 신문 하면 연상되는 것들을 펼쳐놓게도 합니다. 정의를 내리고, 그 이유를 말해보면서 논리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죠.” 학생들은 댓글을 주고받는 식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생각도 주고받는다. 수진양은 “‘나비효과로 신문의 필요성 깨닫기 활동’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오만원권 지폐가 나왔을 때 제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거였는데요. 물가가 거기에 맞춰 오를 거라는 기사를 많이 접했었거든요. 과자 값이 많이 들겠단 생각을 했어요.(웃음)”
신문 그리고 신문기사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하도록 돕는 데서도 교사의 몫은 크다. 강 교사는 “두 번째 단계에선 질의응답 방식으로 신문의 요소를 분석하는데 기사의 종류, 육하원칙 등에 대해서도 얘기하지만 신문사도 하나의 회사라는 사실, 신문 광고의 구실 등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대목은 관심 가는 기사 고르기, 핵심어와 핵심문장 찾기, 모르는 낱말 정리하기, 기사 정리하기, 자신의 생각 적기 등으로 이뤄진 자기주도적 스크랩 활동부터다. 이 가운데 ‘모르는 낱말 정리하기’는 어휘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강 교사는 “사전 속 어휘의 뜻을 그대로 적는 게 아이들의 언어가 될 순 없다”며 “자기 것으로 체화하도록 스스로 예문을 만들어보는 활동 등을 권한다”고 했다. 이렇게 신문활용교육을 할 때 신문 복사본은 사용하지 않는다. 복사본은 현장감을 떨어뜨리고, 복사본을 매번 나눠주면 수동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흥미에 맞게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나면 이 모든 것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다. 강 교사는 “제목, 머리말 등도 직접 짓고 쓰게 하는데 이 활동을 하나로 묶고 나면 그 뒤엔 혼자서도 잘 해보더라”고 했다. “사실 동기 유발 외에는 아이들 스스로 하는 건데 어느 날 수진이나 영미처럼 아이들이 자기만의 성과물을 스스로 갖고 오더라구요. 기분 좋았죠.”
학생들은 ‘재밌어서’ 시작한 이 활동을 통해 변화도 느끼고 있었다. 일단 두 학생 모두 “글을 읽고 쓰는 데서 오는 두려움은 일찍이 사라졌다”고 했다. 영미양은 “신문을 보면 연예면만 봤는데 요즘엔 여러 소식을 골고루, 깊이 있게 보게 된다”고 했다. 수진양은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3학년 겨울방학 땐 전교 95등에서 48등까지 올라갔어요.(웃음)” 강 교사는 “경희여고에서 전교 10등 안에 드는 학생 가운데 7명이 모두 경희여중 논술반 출신”이라며 “신문활용교육과 성적 관계를 추적조사 해보는 중”이라고 했다. “반 35명 중 30등 하던 제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문계고에 진학해 반장을 하고 있어요. 그 아이가 늘 했던 말이 자긴 신문활용교육 하면서 공부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고, 진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는 거였죠. 스스로 마음을 다지게 됐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저 개인적으로 신문의 중요성을 실감했던 계기도 있습니다. 군장교로 특공대에 있었거든요. 할 게 없으니까 신문을 보고 중요한 일들은 메모를 해뒀죠. 근데 사회에 나와 있는 애들과 정보 격차가 거의 없더라구요. 마침 새로운 교육과정부터 매체가 강조되면서 신문은 교과서에 아예 포함이 됐잖아요. 이젠 이런 수업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온 거죠.”
경희여중 논술반 학생들의 사례는 ‘좋은 예’ 가운데 하나이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신문활용교육에서 참고해야 할 점들은 분명히 있다. 강 교사는 “먼저 교사와 학습자가 옷감의 씨실과 날실처럼 잘 엮어서 수업을 완성할 수 있어야 하고, 프로그램이 연속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엔 100% 학습자 중심의 교수법을 강조하죠. 그러려면 교사의 역량이 정말 굉장해야 해요.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교사와 학습자가 씨실, 날실이 되어 함께 옷감을 짠다고 생각해야죠. 그리고 일회성 말고 일 년을 계획하는 넓은 눈으로 프로그램을 짜야 아이들도 흥미를 느낄 거고, 자기주도성도 보일 거예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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