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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부모-자녀간 갈등 해결‘응징’보다 ‘응원’ 필요해요

등록 2010-11-08 10:23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학업·진로 지나친 간섭·강요는
가출·자살 등 극단적 선택 야기
학습동기 유발 방법 고민해야
청소년기 부모와 자녀의 갈등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자녀의 가출, 자살, 친족 살인 등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한 중학생이 예고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악감정으로 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있었다. 잠자던 가족들이 모두 사망할 정도로 결과는 참혹했다. 평소 아버지의 욕설과 폭력에 시달려 왔던 이아무개(14)군은 아버지만 사라지면 다른 가족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청소년 자살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부모님의 꾸지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잦아졌다.

청소년 상담소에는 비슷한 사연이 끊이지 않는다. 춘천에 사는 고등학생 김아무개(17)양은 지난달 아버지와 갈등을 겪다가 집을 나갔다. 귀가시간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화가 난 아버지가 김양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린 것이다. 보기 흉하게 잘린 머리 모양 탓에 김양은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고 학교에 가길 거부했다. 보다못한 어머니가 김양을 위해 가발을 샀다. 하지만 가발을 산 게 또다른 불씨가 됐다. 부부싸움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버지는 왜 가발을 샀냐며 아내를 다그쳤고 부모의 다툼이 심해지자 결국 김양은 가출을 택했다. 김양의 아버지는 끝까지 딸아이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찾으면 또 나간다’며 이번에 확실히 딸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자녀에게 ‘응징’을 한다.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자녀를 억누르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아이들은 부모한테서 인격적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할 때 모멸감을 느낀다. 평소에 부모가 자녀를 무시한다거나 폭력을 휘두르면 아이들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분노’를 쌓아두었다가 다른 사람이나 가족에게 충동적으로 해를 가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강태신 부연구위원은 “청소년은 자아강도가 약하고 작은 자극에도 부적절한 행동을 표출한다”며 “주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하나에만 집중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자살이나 살인 같은 위험행동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지만 청소년들은 미래 상황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코칭하우스센터 김지영 소장은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지 못해 자존감이 낮을 경우 이런 갈등이 빚어진다”며 “가정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상처가 극단적 분노로 치달아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기는 스트레스에도 취약하지만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쌓아두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리면 분노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가출이나 자살 등의 방법 말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윤조 상담팀장은 “가출이나 자살 시도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해치거나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이 청소년기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다른 무엇보다 가족이 ‘완충망’ 구실을 해야 하지만, 부모-자녀의 상호작용이 잘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욕심도 문제이다. 자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 관심 안에 부모의 강요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추세이다 보니 많은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자신이 결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가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자녀의 삶을 재단하려고 한다. 자녀는 부모가 살던 시대와는 다른 꿈을 꾼다. 하지만 부모는 자녀가 ‘연예인’이 되기보단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자녀의 갈등이 주로 학업과 진로 문제로 불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녀의 미래까지 책임지려고 하면 부모와 자녀 모두 힘들어진다. 자녀가 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부모의 말을 잘 따르지 않으면 쉽게 윽박지르고 화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모님이 자녀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마음속으로는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죠. 하지만 부모의 학습요구가 너무 과하거나 시험 성적으로만 평가를 받는 것에 아이들이 상처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공부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니까 무리할 정도로 자식을 위해 투자를 하죠. 하지만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으면 배신감을 느끼고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추궁하게 돼요. 이런 게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거죠.”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결과만을 놓고 자녀를 몰아붙여서는 안 되고 어떻게 학습 동기를 북돋워 줄 것인지를 부모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정 부모교육 전문 강사는 자녀가 문제 행동을 보일 때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의 욕구도 무시받아서는 안 돼요. 부모님이 정해놓은 틀이나 규칙을 깼다고 응징을 하면 아이는 집에서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하죠. 부모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어야 하는데, 많은 부모들이 조건을 걸고 자녀를 대해요. 조건 없는 사랑을 전제한 뒤 부모가 바라는 점들을 자녀에게 전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이 분노 조절도 잘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부모를 찾게 돼요.” 바로 지적하고 평가를 내려 자녀의 행동을 바꾸는 게 부모의 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행동에 찬성하면 부모가 자녀에게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청소년기에는 멋도 부릴 수 있는 거고 부모가 아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더 재미있을 수 있어요. 부모가 폭넓게 수용하면서 공감하는 태도가 중요하죠.”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대화를 단절해서는 안 된다. 이윤조 팀장은 “부모가 무조건 반대를 하면 자녀는 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며 “자녀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도록 부모는 안내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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