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수기
[함께하는 교육] 고등학교 진학수기 /
전북 완주 세인고 1학년 이성준군
1년여 전 서울의 한 중학교를 졸업하고, 전라북도 완주군에 있는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세인고에 진학했다. 중3 친구들과 부모님들은 보통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일반고 등을 놓고 고민을 했다. 나는 당시 학교생활에 지쳐 있어서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중학생 시절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에 가고 늦은 밤 집에 오는 생활로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친구들 간의 대화나 여가 활동은 이루어질 수 없었고, 시험 끝난 날 하루 정도가 친구들과의 유일한 시간이었다.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위주의 지식 쌓기에만 바빠서 중요한 뭔가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항상 들었다.
외고나 자율고, 일반고에 진학해서는 이런 내 고민을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고교 진학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누구에게 들으셨는지 세인고를 설명해주며 내 생각을 물었다. 세인고는 기독교 계통의 학교로,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라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지 않으며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 인간관계 개발로 이루어진 5차원 전면교육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었다. 내게 딱 맞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과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고민됐다. 하지만 세인고의 5차원적인 능력을 충분히 습득하면 대학 입시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내 지친 심신에도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와 달라졌지만 당시 세인고의 입학 전형은 내신, 필기시험, 면접시험 등 세 가지가 종합적으로 심사되어 이뤄졌다. 필기시험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되었고 경쟁률은 평균 4.4 : 1이었다. 면접은 지원동기, 장래계획 등 지원서에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 중학교 내신도 학기 초부터 관리해 와서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다.(앞으로는 내신 반영 비율이 매우 높아지므로, 지원 희망자는 이에 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처음 세인고에 입학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숙사 생활이었다. 부모님 곁을 떠나 청소, 빨래 등을 혼자서 다 해결해야 했고,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역시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공동체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생활하고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것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양훈련, 지리산 등반, 중국여행 등 체험 활동 중심의 여러 프로그램들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도 한결 좋아졌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선생님들과의 대화, 인생상담까지 가능한 세인고의 분위기는 일반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세인고는 많은 것을 깨닫고 경험할 수 있는 학교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찾고 꿈과 진로를 스스로 발견해 나갈 수 있다. 3년 뒤 내적으로 성숙되고 변화된 내 모습을 그려본다.
전북 완주 세인고 1학년 이성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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