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신설비 4천억원 유용…내년 예산 삭감” 주장
서울교육청 등 “개교 지연탓…한푼도 다른 곳 안써”
서울교육청 등 “개교 지연탓…한푼도 다른 곳 안써”
교육과학기술부가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학교 신설비 예산 수천억원을 무상급식 재원으로 유용했다며 관련 예산을 감액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등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은 “교과부가 무상급식을 막기 위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발했다.
교과부는 24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일부 시·도교육청들이 무상급식 등을 추진하려고 학교 신설비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서울·인천·경기 등 일부 교육청에서 교과부가 교부한 63개 학교 신설비 9734억원 가운데 4463억원을 다른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8조 1항에 따라 내년 2월 각 시·도교육청으로 내려보내는 보통교부금을 확정할 때 유용한 액수만큼 감액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학교 신설비 유용 주장의 근거로, 지난 9월 각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내년 학교 신설 재정수요와 시·도교육청들이 실제 편성한 내년도 주요사업 예산내역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교과부가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교육청은 7개 학교를 신설할 목적으로 모두 1453억원을 교부받았지만 내년 예산에서 2곳이 줄어든 5개 학교 신설에 416억원을 편성했다. 가장 많은 예산을 신청한 경기도교육청은 27개 학교 신설에 3627억원을 교부받았지만 2206억원만을 편성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학교 신설비를 무상급식 예산으로 전용한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감액 편성액의 규모가 각 시·도교육청이 추진중인 무상급식 예산과 비슷하다”고만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교부받은 예산은 단 한 푼도 빠짐없이 학교 신설에 들어간다”고 반박했다. 시교육청은 “원래 학교 신설 예산은 교과부가 관행적으로 3년치 예산을 한꺼번에 교부해왔고, 우리는 이를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 등으로 나눠 연도별로 집행해왔다”며 “내년도 교부금 1453억원은 2011년도 학교 신설 예산으로 631억원을 배정했고, 나머지 822억원은 이전에 이미 신설이 결정돼 건물을 짓고 있는 학교 건축비 등에 쓰게 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는 우리가 내년도 학교 신설비로 416억원을 편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편성액은 631억원이 맞다”며 “교과부의 주장은 신설 학교 부지를 매입한 이후에야 학교용지 매입비를 지급하는 광역단체의 행정 특성에 따라 예산을 미리 편성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무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설 학교가 2곳 줄어든 것은 학교가 들어설 마곡지구 분양 일정이 늦어져 학교 신설이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감액된 예산 가운데 1200억원은 경기도가 교육청에 주기로 한 학교용지 매입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아 미납된 학교용지 대금으로 들어가며, 나머지는 설립이 지연된 신설학교 시설비로 쓰인다”며 “무상급식 예산으로 유용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유진 이재훈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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