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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맥락있는 독서’가 꿈으로 가는 지름길

등록 2010-12-27 10:27수정 2010-12-27 11:34

3인의 멘토는 정재욱군한테 “사교육 입학설명회에서 들은 이야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말고 진학을 원하는 고교에 직접 입학상담을 해봐도 좋다”고 권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멘토 유성룡씨, 어머니 김금수씨, 정재욱군, 멘토 고정민, 이지은씨.
3인의 멘토는 정재욱군한테 “사교육 입학설명회에서 들은 이야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말고 진학을 원하는 고교에 직접 입학상담을 해봐도 좋다”고 권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멘토 유성룡씨, 어머니 김금수씨, 정재욱군, 멘토 고정민, 이지은씨.
[기획|3인의 멘토를 만나다]
명지중 1학년 정재욱군

“인터뷰 때 뭘 입고 가야 하나요?” 지난 12월13일, 정재욱(명지중1년)군의 어머니 김금수 씨가 이렇게 물었다. <3인의 멘토를 만나다> 사전 취재차 전화통화를 하던 때였다. “본인이 느낄 때 가장 편한 옷 입고 오세요.” 이틀 뒤, 강남 이투스 회의실에서 만난 정군은 교복 차림이었다. 어머니 김씨가 말한 아들의 반듯한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제 아들은 교복이 제일 편하다고 해요.(웃음)”

12월에 멘토 상담을 받은 정군은 두드러지는 모범생이었다.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다. 김씨는 “선생님 말씀을 정말 잘 듣는다”며 “오죽하면 내가 ‘가끔 사고 좀 쳐도 된다’는 소리까지 한다”고 했다. 이런 모범생한테 무슨 고민이 있는 걸까? 모자가 멘토 신청을 왜 하게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신청서의 긴 글과 사전 전화통화를 통해 풀 수 있었다.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초교 때 정군은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해 늘 만점을 받아왔다. 김씨는 아들을 ‘입시형 아이’로 기르고 싶지 않았다. 여러 분야를 몸으로 경험하는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예·체능 분야 학원만 보냈다. 그래도 성적은 늘 잘 나왔다. 문제는 중학교 진학 뒤에 터졌다. 과목수와 공부량은 많아졌고, 학교는 6시까지 자율학습을 시켰다. 잠이 많고,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정군한테 중학교 생활은 고단했다. 요즘 모자는 “초교 때 사교육을 안 받은 게 실수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12월15일, 정군과 김씨는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 유성룡 입시분석가)를 만나 속내를 털어놨다.

프로듀서 잘 맞나요
관습·진취형…잘 어울려
동호회·독서 통해 경험을

바른생활 사나이 정군의 현재 희망은 프로듀서다. 얼마 전,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교육방송> 다큐를 보며 품게 된 꿈이다. 김 씨는 “얼마나 좋아했는지 다시 돌려보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흥미검사 결과, 정군한테는 관습형과 진취형이 두드러졌다. 관습형은 흔히 조직 안에서 뭔가를 관리하는 데 익숙한 유형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고정민씨는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등의 성격이 여기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에서 사무 관련 일을 하거나 기업체에서 경영 관리 쪽 일을 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이런 성향은 적절한 권위가 있을 경우에 그 권위를 따르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죠.”

얼핏 자유분방해 보이는 프로듀서라는 직업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관습형은 여러 스태프를 관리해야 하는 프로듀서한테도 필요한 성향이었다. 고씨는 “이런 성향과 함께 좀 반대 느낌이 드는 진취형도 나와서 좋다”고 했다. “그런데 재욱이가 외향적인가요?” 고씨가 묻자 김씨는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룹끼리 있으면 여러 의견을 잘 정리해서 앞장서서 뭔가를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인권 관련 동영상을 만들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대표 역할을 하면서 정말 잘 만들어 갔더라구요.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자신감도 얻었고, 이 분야로 진출해봐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것 같습니다.”

사실상 정군은 자신의 흥미와 어느 정도 연관성 있는 장래희망을 품고 있었다. 다만, 더 면밀한 직업 정보 탐색이 필요했다. 고씨는 “다른 분야 직업도 찾아보면서 제일 관심을 갖는 방송 분야에 대한 직업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라”고 했다. “카페 동호회를 가입해보거나 프로듀서 관련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죠. 한 가지 알려드리고 싶은 건 관습형의 경우에는 누군가 끌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지시를 하고, 틀을 잡아주는 거죠. 그런 점에서 멘토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네요.”

공부를 좋아하고 열심히 한다. 하지만 초교 때와 비교해 지금 성적을 보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영어 성적 외에 국, 수, 사, 과는 중위권과 상위권의 경계선을 오고 가는 모양새다. 정군의 진학 고민은 “지금 성적으로 외고를 갈 수 있는지, 어떤 외고가 있는지, 외고를 못 간다면 어떤 학교를 가는 게 좋을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외고 진학 가능한가요
영어성적 좋아 희망있어
자기주도학습전형 대비


정재욱군 프로필
정재욱군 프로필
일단, 외고 진학에 대한 답은 희망적이었다. “보통 아이들은 외고가 안 맞거나 성적도 안 되면서 간다고 하지만 재욱이의 경우는 외고에 도전해 볼 만한 친구죠.” 유 실장은 “영어 성적도 좋고, 앞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언론 분야는 언어 능력과도 관계가 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얼마 전 학원설명회에 다녀온 뒤로 진학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고 그거 대비하려면 빨리 다녀야 한다고 하던데요. 대체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불안해하는 모자한테 유 실장은 최근의 외고 입시 변화를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2, 3학년 내신 영어성적과 출결로 1차를 뽑고, 다음은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치르는 게 맞긴 맞습니다. 하지만 사교육으로 이 전형을 준비하기는 어려워요. 지원동기, 앞으로의 진로, 학업계획 등이 분명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재욱이의 경우는 그냥 프로듀서가 아니라 교육 쪽 전문 다큐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는 식으로 진로 설정을 할 수 있겠죠. 학원에서는 고객 유치를 하려고 온갖 이야기를 하지만 이 전형은 스스로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 실장은 “외고가 아니면 차선책으로 자율고나 인문계를 가도 무방하다”고 했다. “요새는 인문계고도 수학, 영어, 과학 등 각 과목과 연관지어 특성화된 학교들이 있어요. 일반계고를 간다면 영어 특성화 학교에 가면 좋겠죠. 하지만 대학 갈 때 국, 영, 수 등 주요과목이 중요하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시험 기간에 공부하다 잠이 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잠이 많고, 피곤함을 잘 느끼는 정군이 학습법과 관련해 궁금해했던 부분이다. 사실상 답은 없었다. 이씨는 “사람마다 필요한 잠이 다르고, 언제 수면을 취하는 게 좋은지도 다르다”고 했다. “실험을 해 보세요. 수면 시간은 7~8시간 정도로 하고, 주말에는 낮잠을 자는 걸로 하구요. 나만의 수면 시간과 리듬을 알아봐야지 절대적인 기준만 대입해서는 안 됩니다.”

학원 등록 잘한 건가요
학원공부도 한계 보일
것내 공부 기준부터 세워야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시험 때 적지 않은 양을 공부해두지만 성적이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씨는 “‘평소공부’와 ‘시험공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적이 나쁘지 않으면서 늘 불안해하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내가 이 성적을 왜 냈는지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평소공부를 하면서 안정감을 길러보세요. 평소공부란, 바로 예습, 복습이죠. 전교 1, 2등 하는 아이들은 평소공부를 해두고, 시험 때 문제집을 2, 3권 풀어요. 시험 때 교과서 여러 번 보는 것을 평소 예습, 복습으로 돌려보세요. 시험 2주 전에는 내가 시험 전날 그간 해둔 것 가운데 어떤 걸 집중적으로 더 봐야 하는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합시다.”

정군은 최근 태어나 처음으로 수학학원을 다니고 있는 중이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학원이라 재밌기도 하고, 불안감도 덜어졌다. 이씨는 “학원에서 공부에 대한 안정감도 얻고, 시험 대비도 충분히 하겠지만 그곳에서 한계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재욱이가 꽤 똘똘한 친구라서 더 그럴 겁니다. 한계가 올 것을 알고, 내 공부의 기준을 정하는 법을 익혔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하는 거 보고 스스로 정해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따라해 보세요. 내가 세운 공부 기준 안에서 성적을 내보면 뿌듯함이 느껴질 겁니다.”

초교 때 열심히 하다가 지금은 손을 놓은 독서는 정군이 외고 진학을 할 때 반드시 해둬야 할 사항이었다. 이씨는 정군 앞에 <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이라는 책을 펼쳐놨다. “아마 재욱이가 다큐 보면서 제일 관심 가졌던 부분일 거예요. 외고 전형에서 원하는 게 바로 이런 맥락성 있는 독서죠. 진로와 관련해 인상 깊은 책 2권 정도를 골라서 제대로 읽어보세요. 이 내용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떤지, 내 진로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질적인 독서가 필요한 거죠.” 이씨는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정군한테 딱 맞는 독서 방법도 추천해줬다. ‘읽기’가 아니라 ‘듣기’로 독서를 해보는 것이다. “정 피곤하면 엄마가 재욱이가 자기 전에 책을 소리 내 읽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동생이 있으면 같이 들어도 좋겠구요.(웃음)”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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