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조례’ 맞춘다더니 교칙 더 엄격해져
내년 교육시행령 개정으로 교장 권한 더 커져
내년 교육시행령 개정으로 교장 권한 더 커져
경기지역 ㄱ초등학교 학부모 ㄴ씨는 이달 중순 학교 쪽으로부터 벌점제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에서 벌점제를 실시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 쪽은 지난 10월 공포된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에 맞춰 학교규칙을 바꾸면서 체벌을 금지하는 대신 벌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내용을 보니, 벌점 기준이 30여가지나 됐다. 복도에서 장난치면 1점, 담벼락에 낙서하면 2점, 선생님께 바르지 못한 언행을 하면 5점 등이었다. 벌점이 20점 쌓이면 학부모를 소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벌점제 도입은 무산됐다. ㄴ씨는 “학부모들이 ‘벌점제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겐 너무 가혹한 규정’이라며 반대해 겨우 철회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ㄷ고등학교도 지난달 학교 규칙을 바꾸면서 ‘선도 기준’을 강화했다. 학생들의 요구를 담은 두발·복장 규정 개정안은 교장에 의해 반려된 반면, 문제 행동에 대한 처벌은 더욱 엄격해져 예전엔 징계에 그쳤던 사안이 사회봉사로, 특별교육이수 사안이었던 것은 퇴학으로 바뀌었다. 학부모 ㄹ씨는 “퇴학에 해당하는 항목이 이전보다 4배나 늘어 40개쯤 되더라”며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를 살려야 할 학칙이 통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공포와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가이드라인 발표 뒤 이에 맞게 학교 생활규정을 바꾸는 과정에서 일부 학교들이 오히려 규정을 더 엄격하게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지역 중학생 ㅁ양은 30일 “체벌금지 방안이 나온 뒤로 머리만 묶어도 벌점을 받는 등 아주 사소한 일로 처벌을 받는다”며 “벌점이 쌓이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돼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고등학생 ㅂ군은 “얼마 전에는 여학생 교복 치마를 펼친 뒤 각도계로 재가며 줄여 입었는지를 단속해 벌점을 매기는 것도 봤다”며 “최근 학칙을 바꾼 뒤 단속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규정 개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이 보고됐다”며 “학교장이 생활규정 심의위원회의 교사위원 수를 늘리거나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정명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새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학교 규칙에 따라 교장이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고, 학생의 권리 행사는 학교의 교육목적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어서, 학칙이나 생활규정을 개정하면서 민주적인 절차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학생인권이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서울지부 전누리 활동가는 “학교장이 학칙 개정을 주도하고 학생권리 제한에 대해 전적인 재량을 갖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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