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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중학교 가면 진짜 이런가요?”

등록 2011-01-24 10:17수정 2011-01-24 10:32

성장 속도는 빨라지고, 학습량은 늘어만 간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면 이 시기를 보낸 선배들한테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사진은 한 중학교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성장 속도는 빨라지고, 학습량은 늘어만 간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면 이 시기를 보낸 선배들한테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사진은 한 중학교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성장속도가 빨라진다. 이성친구를 사귀고 싶다. 엄마와의 말다툼이 늘어난다. 교과목 수가 는다. 과목별로 선생님이 달라진다. 곧 ‘초딩’ 딱지를 떼는 중1들이 맞이할 변화다. 서술형 대비, 복잡한 진학 미로에서 진로 탐색하기 등 2011년 중학교 입학생들한테는 여기에 몇 가지가 더 추가된다. <아하! 한겨레> 학생수습기자들이 3월에 중학교 신입생이 되는 예비 중딩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선배, 학부모, 전문가한테서 받아봤다.

중학교 때 신체적으로는 어떤 변화들이 오나요?

변화? 엄청 많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 시기에 보통 여자는 생리를 시작하고, 남자는 몽정을 경험하지. 어른들은 이 시기 자녀를 보면서 “징그럽다”는 표현을 많이 해. 여드름이 많이 올라오거든. 다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야. 중2 아들을 둔 노순애(37)씨는 중학교에 가더니 아들 머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래. ‘쉰내’라고 하지. 근데 무조건 타박할 일만은 아니란 걸 알았지. “처음에는 아이가 머리를 안 감아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호르몬 때문에 씻어도 냄새가 나는 거였더라고요.”

고교 선배들은 ‘털’에 대한 경험담을 많이 털어놨어. 다리와 겨드랑이, 턱 주변에 털이 나기 시작하면서 처음 면도를 하게 되거든. 충주고 3학년 박래현군은 “중1에서 중2 사이에 털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처음 면도를 해봤다”고 했어. “당황하는 친구들도 많지. 근데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이 난처한 상황을 공유하는 게 좋아. 그럼 차차 익숙해지거든.”

남들보다 털이 늦게 나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도 있어. 충주고 3학년 김욱이군은 “개인적인 편차가 있어서 빠른 사람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나기도 하고, 늦는 사람들은 고등학교에 가서 나기도 하니까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어. “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니까 너무 겁먹지 마.”

요즘 중학생 중에는 고전적인 의미의 사춘기에 더해 ‘중이병’이라는 증상을 겪는 친구들도 많다고 하던데 이건 뭔가요?


‘중이병’은 중학교 2학년 또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상태를 빗댄 신조어야. 자아 형성 과정에서 “자신은 남과 다르다” 또는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지는 걸 말하지. 한마디로 허세를 부리는 거야.

서울 대진여고 3학년 권영화양은 “내 동생이 요즘 딱 그런 시기인 것 같다”고 했어. “걔 골칫거리지. 매사 날카로워져서 주변 사람들과 다툼이 잦아. 전에 찾지 않던 유명 브랜드 의류나 향수 등을 사달라고 하기도 하고, 외모에도 엄청 신경을 쓰더라고.” 권양의 동생처럼 중이병에 걸린 친구들은 대부분 유명 브랜드를 소유하면서 자신이 특별하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그만큼 자존감이 낮다는 반증이지. 남들 눈에는 누가 봐도 이상한데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아. 학부모 노순애씨는 “내 눈에 아들도 중이병을 앓고 있는데 정작 아들은 ‘나는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한다”고 했어.

중이병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아냐. 다만 이 감정이 오래 지속되면 가족, 친구 등 여러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 받을 수 있지. 부모교육전문가 이윤정씨는 “이때 내가 남과 다른 것은 맞지만 정말 남보다 우월한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어. “예를 들어 메모하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뭔지,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말이죠. 스스로 성숙하게 잘 자라고 싶다면 주변에서 멘토를 찾아보는 것도 좋죠. 부모님, 선생님, 친척, 이웃 모두 좋습니다. 요즘에는 각 지역 구청 등에서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많아요.”

호르몬 분비 왕성, 씻어도 냄새나
나만 우월하다…착각에도 잘 빠져

남학교 신학기는 서열정리 시작돼
남녀 분리, 이성 관심 크게 부풀려

서술형 만점, 수업집중이면 충분해
특목고 진학보다 진로탐색이 우선

중학교에 올라가면 다른 초등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모이기 때문에 여기서 비롯하는 갈등도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왜 없겠어. 초등학교 때는 너무 어려서 성향이 다른 친구들과도 넉살 좋게 친해졌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 이리저리 재는 게 많아. 툭 터놓고 여러 친구를 사귀는 게 어색한 친구들이 많을 거야. 특히 남학교에서는 1학년 학기 초 자기들끼리 서열을 정리해. 보통 학기 초에 이른바 ‘짱’을 누가 할 것인지, ‘빵셔틀’은 누가 할 것인지를 정하지. 특히 키가 작거나 왜소한 친구의 경우 표적이 되곤 해.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 김욱이군은 “서열은 꼭 싸워서만 정리되는 게 아니고 눈치껏 정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했어. 너무 긴장한 탓에 자연스럽지 않게 무리해서 친구를 사귀려는 친구가 있는데 이런 태도는 오히려 반감을 사지. 박래현군은 “이건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이라며 “일부러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더 이상해진다”고 했어. “무엇보다 운동, 게임 등 자기만의 취미를 함께 공유할 친구를 천천히 찾는 게 좋아.”

각각 남학교, 여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겪는 어려움은 뭐가 있을까요?

남자, 여자가 함께 지낼 때는 몰랐는데 떨어지게 되니 관심이 느는 게 사실이야. 환상도 커지고 말이지. 또 이때 여학생들은 가슴이 나오고, 남학생들은 근육이 발달하면서 초등학교 때랑은 모습이 많이 달라지잖아.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관심은 더 커져.

여자가 남자보다 정신연령이 높다는 말 들어봤어? 사실 이 시기,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먼저 성에 눈을 떠. 충주여중 2학년 정다은양은 “초등학교 때는 안 그랬는데 여중에 가니까 친구들이 남자애들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했어. “체육시간이나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주위에 남학생들이 지나가면 소리도 지르고 그러더라고.” 여학생들과 비교하면 남학생들은 보통 중2에 올라가면서부터 이성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부산 지산고등학교 2학년 송민수군은 “1학년 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나 자신을 추스르기에 바빴다”며 “그런데 2학년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터 자기 짝을 찾고 과시하느라 공부도 뒷전이었다”고 했어.

어른들이 잘하는 얘기 중에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 있지? 오히려 너무 늦게 이성에 눈을 뜨면서 방황하는 것보다는 중학교 때 이성친구를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지.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한 학부모는 “이성 때문에 성적이 내려가고 그것 때문에 깨달은 게 있다면 앞으로 남은 학창시절을 똑바로 보낼 거다”라고 했어.

중학교에 가면 서술형 평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던데 어떻게 준비하죠?

부산 동래여중 1학년 서나연양도 ‘서술형 평가’라는 단어에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어. 하지만 서술형 평가에 대해서는 언론이며 사교육 시장이 지나치게 겁을 준 경향이 있어. 서술형은 정기고사의 평가 방법이기 때문에 사실 수업 때 배운 교과 내용 안에 답이 있게 마련이야.

분당 늘푸른중 이경숙 부장교사는 “교과목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서술형 답안지를 적어내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거다”라고 했어. “기본적으로 수업을 충실하게 듣고, 개념을 확실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울 거 없어. 교과서에 적힌 매 단원 학습목표가 무엇인지, 스스로 그것을 해결했는지 등을 체크해두는 게 기본이지. 평소 단어 위주로 공부했다면 단어 뒤에 서술어를 붙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아.

고교 입시는 중1 때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 과학고 등)에 진학하고 싶은데 실제로 언제부터 준비하면 될까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그 학교를 가서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지도가 그려지느냐는 거야. 김욱이군은 “특수한 고등학교들은 거기에 맞게 진로를 찾아야 하니까 일단 장래희망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충고했어. 특목고의 경우는 언어나 과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적성이나 흥미가 없다면 정말 다니기 힘들거든.

권영화양은 “특목고를 가든 안 가든 특목고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알아뒀으면 한다”고 했어. “결론적으로 진짜 중요한 건 대학입시거든. 고교입시는 전초전에 불과한 거지. 특목고에 가더라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야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거야. 그게 절대 만만한 게 아니지. 만약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버텨낼 자신이 없다면 일반고 진학을 권하고 싶어. 일반고 가서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거든.”

만약 장래희망과 연관해 꼭 특목고에 가야겠다면 준비는 일찍부터 하는 게 좋아. 요즘 외고의 경우, 중2 영어성적부터 반영되거든. 가장 중요한 건 떨어지더라도 세상 다 끝난 것처럼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권양은 “특목고 입시에서 떨어졌지만 이 학교를 준비하면서 대학입시를 미리 경험해봤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어. “특목고를 진학하면 과고는 이공계열, 외고는 인문계열 등 동일계열로만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일반고에서는 이공·인문계열 모두 지원할 수 있어. 친구 중에 과고 준비했다가 문과로, 외고 준비했다가 이과로 대학진학 하는 것도 봤어. 잠깐이지만 특목고 준비를 하며 그 분야가 안 맞는다는 걸 깨달은 거지. 실패 과정은 어디 가는 게 아냐. 다 삶의 자산이 되는 거지.” 공윤성(한솔고)·박진수(호남제일고)

박래현(충주고)·김여빈(남산고)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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