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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과서 외우는 공부는 가라!

등록 2011-02-21 09:44

중학교 1학년 국어 검정교과서는 23종에 이른다. 세련된 표지에 읽을거리가 다양해져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교 1학년 국어 검정교과서는 23종에 이른다. 세련된 표지에 읽을거리가 다양해져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새 국어 검정교과서 체제
국어교과서가 다양해졌다.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지난해 중학교 1학년부터 검정교과서를 쓰게 됐다. 국어교과서 종수는 무려 23종에 달한다. 올해는 중학교 2학년도 검정교과서로 공부한다. 2학년 국어교과서 종수는 15종에 이른다. 오는 3월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도 16종의 국어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공부하게 된다. 권위적인 국정교과서의 틀에서 벗어나 세련된 표지와 다양한 그림과 사진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학교마다 교과서가 다르고 읽어야 할 내용이 많아져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 공부 방법도 막막하기만 하다. 국어교과서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보고 학습 방향을 모색해본다.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23종에 실린 소설, 시, 수필을 더해보면 소설이 60여편, 시 200여편, 수필이 130여편에 이른다. 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16종은 소설이 80여편, 시 200여편, 수필이 80여편이다. 학생의 처지에선 공부할 양이 크게 늘어 한숨이 나올 법하다. 교육과정이 비슷해 단원별로 큰 차이가 없는 수학, 과학, 사회에 비해 국어는 교과서의 영향이 큰 편이다. 교과서에 따라 수업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도 교과서 의존도가 높지 않다. 당장 내신을 위해서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하면 되지만, 고입이나 대입 대비를 위해서는 국어 학습도 지금과는 바뀌어야 한다. 교과서 하나만 보면서 지문을 외우고 문제집을 푸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중학교 1학년 국어 검정교과서는 23종에 이른다. 세련된 표지에 읽을거리가 다양해져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교 1학년 국어 검정교과서는 23종에 이른다. 세련된 표지에 읽을거리가 다양해져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기도 파주에 사는 송근옥(44)씨는 요즘 중2가 되는 둘째 아들의 국어 공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겨울방학 때는 아이가 국어에 흥미를 갖도록 참고서도 골라주고 책도 추천해줬다. “저도 국정교과서 세대예요. 전국의 학생들이 똑같은 교과서로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국정과 검정의 차이를 모르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죠. 큰아이의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검정교과서로 바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어요. 책을 많이 읽은 아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교과서가 많아지면 읽어야 할 작품도 많아지고 걱정이 되긴 합니다.”

전북 군산의 황수진(46)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쌍둥이 형제를 둔 황씨는 이번 겨울방학에 아이들을 서울 신촌에 있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교과독서교실’ 강좌를 수강하게 했다. 초등학교 때와 달리 아이들이 중학교 국어를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교육방송을 보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문학과 비문학’이라는 용어 자체도 어려운 수준이었죠.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는 다른 작품이 소개되고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잘 안 보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보다 외워야 할 것도 많고 공부할 양도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중1 국어교과서 23종에 달해
중2는 15종, 고1은 16종 나와

소설·시 등 읽을거리 풍부해져
작품 감상할 수 있는 능력 중요

새로운 검정교과서 체제가 마냥 낯설고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풍부한 읽을거리가 반갑기만 하다. 전농중학교 1학년 장예림(14)양은 지난해 국어 수업이 너무나 재미있었다고 했다. “내용이 좀 어렵기는 했지만 모르는 단어는 사전도 찾아보고요. 새로운 시가 나오면 작가가 쓴 다른 시도 찾아봤죠. 학교 교과서는 물론 다른 교과서에 나온 작품도 읽어봤어요. 23종 국어교과서가 통합된 문제집도 사서 풀어봤죠.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내용을 빨리 파악하는 편이에요. 성적도 좋게 나왔고요.”

교육과학기술부는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08년부터 연차적으로 초·중·고 검정교과서 개발 및 선정을 하고 있다. 2008년에 이미 중·고교 1학년 영어·수학 검정교과서가 개발돼 적용되고 있다. 국어 검정교과서는 지난해 중학교 1학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국가가 직접 제작하거나 연구기관 등에 위탁해서 만든 게 국정교과서라면, 민간출판사가 교과서를 연구하고 개발한 뒤 교과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게 검정교과서다. 국어는 수십년간 국가에서 만든 하나의 국정교과서를 사용해 왔다. 형식이 다소 딱딱하고 내용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바뀐 검정교과서와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읽을거리는 다양해졌고 학생들의 참여와 활동이 강화됐다. 실생활에 가까운 지문도 많이 실려 있어 거리감도 크지 않다.

성남 정자중학교의 최은영 국어교사는 “교과서의 내용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것 같다”며 “소설 작품이 요즘 시대와도 잘 맞고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게끔 내용도 잘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뉴스를 보면 자주 나오는 현재의 인물들도 등장하고 평범한 시민들의 글도 실리고 있다. 문학 작품 수준도 다양해졌다. 딱딱한 고전 작품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많아졌다. 학생이 쓴 시가 실린 경우도 있다. 물론 문학사적으로 유명한 작가와 작품은 시대와 상관없이 교과서에 계속 실리고 있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교과서 내용으로 흥미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윤운식 <한겨레21>기자 <A href="mailto:yws@hani.co.kr">yws@hani.co.kr</A>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교과서 내용으로 흥미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윤운식 <한겨레21>기자 yws@hani.co.kr

교과서 선택 폭도 넓어졌기 때문에 학교 특성에 맞는 교과서를 고를 수도 있다. 학생들의 수준이 높은 학교라면 조금은 어려운 교과서를 택하면 된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경우도 있다. 중학교 수준에서 가르치면 되지만 그만큼 어려운 작품도 실려 있다는 뜻이다. 개념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좀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교사들도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읽기 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학교 현실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과서가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르쳐야 할 내용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 인원이 많아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 제주 아라중학교 김규중 국어교사는 “‘듣기와 말하기’를 한명씩만 해도 수업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참여나 활동을 이끌어내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다. 중학생은 아직까지 스스로 공부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교사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들을 움직이게 할 수업 방식이 필요하다. 국정과 검정교과서가 섞여 있는 학교 현장은 당분간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면 중학교 3학년도 국어 검정교과서를 쓰게 된다. 본격적인 검정교과서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국어를 암기과목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아라중의 김 교사는 “수학은 공식만 잘 알아도 응용이 가능하고 영어도 단어를 잘 알면 독해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국어는 지문이 달라지면 문제를 풀기 힘든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우선 검정교과서 체제에선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다 읽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서울 도봉고 김주환 국어교사는 “교과서 작품을 다 알고 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부담을 덜 수 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새로운 학습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마다 교과서는 다르지만 어차피 국어과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은 모두 반영하고 있다. 교과서 종수에 크게 신경쓰기보다는 스스로 한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국어능력을 기를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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