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3일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으로 뽑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2명의 임용제청을 거부하면서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과부가 교장공모제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2002년부터 10년 가까이 논의돼온 교장공모제의 취지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왜 도입됐나? 교장공모제는 자격증에 기반을 둔 현행 교원승진제도의 폐해를 극복하려고 2007년 9월부터 시범실시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교육분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2006년 8월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직 경력이 15년 이상인 교사들에게 지원 자격을 주는 교장공모제의 도입을 뼈대로 하는 ‘교장임용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장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개선안을 마련하는 데 참여했던 이상선 전 경기 성남시 은행초 교장은 “교장 자격증을 따려면 근무평정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데 이 점수를 주는 권한이 교장한테 있다”며 “이 때문에 교장의 기사 노릇을 하는 교사가 나오고 교장은 교사들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폐단이 있어 자격증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게 하는 교장공모제 도입을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7년 9월 교장공모제 1차 시범실시 때엔 전체 55개 학교 가운데 38곳(69%)이 내부형을 실시했으며,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은 12곳(22%)에 그쳤다.
■ 어떻게 변질됐나?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교장공모제를 초빙형으로 제한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우선 현 정부 출범 뒤 실시된 교장공모제 3차 시범실시 때부터 교과부는 교육감이 공모제의 유형을 자율로 정하도록 했으며, 그 결과 전체 71곳 가운데 51곳(72%)이 초빙형을 선택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 승진제도의 틀을 유지하려는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이 초빙형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된 2차 때까지는 교과부가 내부형을 일정 비율 이상 실시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또 2009년 10월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의 15%에서만 내부형을 실시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부형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4월에는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를, 교장 결원이 생기는 학교의 50%로 확대하면서 대상을 ‘교장 자격증 소지자’로 제한해 사실상 교장공모제를 초빙형으로 일원화했으며, 12월에는 신설 학교에선 교장 공모를 할 수 없다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교장공모제 도입 취지는 교장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리와 비교육적인 행태들을 개선하려는 데 있다”며 “초빙형만 남은 교장공모제는 더이상 교장공모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내부형’ 왜 기피하나? 교장공모제가 변질된 데는 현 정부가 내부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경기도에서 불고 있는 혁신교육 열풍이 서울로 확산되면 ‘엠비(MB)식 경쟁교육’과 대조되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혁신학교가 성공하려면 내부형을 통해 열정과 능력을 갖춘 교장을 뽑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교과부가 혁신교육이 이슈화되는 것을 막으려고 내부형을 공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의 혁신학교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성남 보평초나 고양 서정초는 모두 내부형을 통해 평교사가 교장으로 임용됐다.
관료들의 이기주의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무현 정부 때 교장임용제도 개선작업에 참여한 김정금 전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교과부가 교육정책을 펴면서 일선 학교의 참여를 독려할 때 교장승진 점수는 큰 유인책이 된다고 한다”며 “교육당국의 입장에선 교장 자격증이 일선 학교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승진제 개혁에 대한 교육관료들의 반대가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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