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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어도 ‘모국어’처럼 배워요

등록 2011-02-28 09:17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따라 영어를 익히면 더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튼튼영어 제공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따라 영어를 익히면 더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튼튼영어 제공
[함께하는 교육] 기획/
‘소리’에 먼저 익숙해져야
귀가 열리면 말도 저절로
누구나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알파벳 익히기’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쉬운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한다. ‘듣기와 말하기’는 가장 나중에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의사소통의 기본은 ‘듣기와 말하기’인데 이런 식으로 영어를 배우다 보니 영어 한마디 내뱉기가 쉽지가 않다. ‘나는 여자입니다’라는 대화를 할 상황은 거의 없음에도 ‘I am a girl’을 배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형식’에 치우친 영어교육 탓에 실생활이 반영되지 않았고 영어는 치솟는 사교육비의 주범이 됐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말을 배웠는지를 생각해보면 문제는 간단하다. 아기 때는 엄마와 아빠의 말을 들으며 ‘소리’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조금씩 옹알이를 하면서 쉬운 단어를 말하게 된다. 한글은 가장 늦게 배운다. 문자를 익힌 다음 ‘읽기와 쓰기’를 하는 게 우리말을 배우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말과 정반대로 영어를 배우는 탓에 ‘영어’는 골치아픈 언어가 됐다. 튼튼영어 유아편집1팀의 민경민 과장은 “학교에서는 시험을 위한 영어를 가르치고 실생활과 상관없는 영어를 배우다 보니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로 여겨 싫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영어를 배우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면서 일찍 영어를 접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영어에 쉽게 질리는 아이도 많다. 민 과장은 “철자와 발음 규칙부터 익히면 바로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부모님들이 선호한다”며 “하지만 문자부터 익힌 아이는 자연스럽게 소리와 멀어지게 돼 말하기도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영어 독해는 능숙하게 잘하지만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선 우리말을 배울 때처럼 영어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탓에 영어 노출 시간은 절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무조건 영어 노출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아이의 지적, 정서적 수준을 고려해 영어에 다가가게 해야 한다.

남양주 구룡초등학교 1학년인 박재희(7)군은 5살 때부터 영어를 배웠다. 박군의 어머니 이경아(42)씨는 거의 매일 영어 대화가 담긴 시디(CD)를 틀어 놓았다. 자기 전에도 음악처럼 들을 수 있게 했고 차로 이동할 때도 시디를 틀어줬다. “처음엔 알파벳도 몰랐던 아이가 점점 영어로 말하는 걸 알아듣더라고요. ‘스토리’가 있는 교재의 내용이 그대로 소리로 전달되니까 ‘연상력’이 길러지면서 단어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책을 통해 상황을 눈으로 익히고 소리로 상황을 이해하면서 영어를 놀이처럼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씨는 영어에 대한 불안감에 이곳저곳 학원을 옮기는 것 보다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교재를 택해 꾸준히 듣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영어가 숙제가 되면 바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아이가 고학년이라면 영어 듣기를 할 때 1시간 정도는 집중해서 듣게 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나머지 1시간 정도는 그냥 흘려듣기를 하면서 보내면 된다. 오산 대원초등학교 6학년인 김지선(12)양은 지난 5년 동안 영어 듣기를 꾸준히 한 결과 영어에 부쩍 자신감이 생겼다. ‘듣기’ 위주로 영어를 배우다 보니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 “집에서 항상 영어 시디를 틀어놓았어요. 들었던 것도 계속 반복해서 들었죠. 근처에 외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영어로 말도 걸어보고요. 요즘엔 영어 일기도 써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동화책을 읽고 느낀 점도 써보고, 그리고 싶은 그림도 함께 그려보죠.”

김양의 어머니 김희정(37)씨는 집에서 딸의 영어 강의를 열심히 듣는다. “제가 학생이 되고 지선이가 선생님이 돼 영어 강의를 하죠. 교재 내용을 읽어주고 해석도 해줘요. 자기가 선생님이 된 것처럼 재미있게 하니까 열심히 하더라고요. 영어 교재에 나온 내용을 연극으로 가족들에게 보여줄 때도 있어요.” 특별히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집에서 습관을 잡아준다면 영어도 이렇게 즐겁게 배울 수 있다. 영어를 학습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실생활에서 쓰는 표현이 많이 들어간 영어를 지속적으로 들려줄 필요가 있다.

물론 ‘듣기’ 위주의 영어 교육이 다른 영역을 멀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듣기’를 하면서 ‘말하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영어 공부의 즐거움을 깨달아야 한다. 영어를 ‘우리말’처럼 배울 수 있게 생활 속으로 가져와야 한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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