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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짧고, 임팩트 있게 시작해야

등록 2011-03-07 11:06

논지·논거와의 연결성 높고
예상가능한 내용 배제해야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논술형 대비법]

36. 구성과 설계도 짜기
37. 도입부 쓰기
38. 전개부 쓰기

대입시험에서 치러지는 논술 문제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의 견해를 긴 글로 펼쳐보라고 요구하는 형식의 문제이다. 긴 글을 요약하는 문제도 힘들어하는 학생들로서는 쓰기 어려울 게 뻔하다. 이 때문에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늦어도 고1 때부터라도 분량이 긴 논리적인 글을 써볼 필요가 있다. 많은 양의 글을 쓰지 않으면 글 쓰는 감각이 길러지지 않는다. 글쓰기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일은 그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이다.

논술을 직접 쓸 때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시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글의 도입부는 글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전체 글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도입부가 곧 글의 전부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도입부를 망치는 첫째 이유는 전체 분량에 견줘볼 때 지나치게 길어지기 때문이다. 도입부(서론)가 너무 길어지면 전개부(본론)나 결말부(결론)의 양이 어쩔 수 없이 줄어든다. 전체 글의 균형이 깨지면서 구조적 완성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보통 도입부가 길어지면 글이 ‘가분수’가 되어 못생긴 모양새가 된다. 전체 분량이 10이라면 3 이상 넘어가면 위험하다. 또 길어진다는 건 지루하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본론을 얘기하지 않고 주변부 얘기만 자꾸 하는 사람에게 ‘그러니까 본론을 얘기해 봐!’라고 호통을 친다. 지루하기 때문이다.

결국 도입부는 짧은 게 좋다. 별다른 내용 없이 지루한 건 읽는 이에 대한 실례다. 좋은 글로 평가받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도입부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는 이유는 쓰려는 주제를 둘러싼 주변 상황이나 논의의 전개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쓰려는 주제와 연관된 사회적 논의 과정이나 배경을 평범한 수준으로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 최악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다. 차악의 서론은 상식 수준의 평범한 얘기로 구성돼 있지만, 짧고 임팩트 있게 정리돼 본론으로 빨리 이어지는 글이다.

도입부가 좋아지려면 글의 통일성과 일관성에 대한 감각이 높아져야 한다. 도입부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글 전체와의 연관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입부의 내용은 글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정황이나 이미지로만 글의 주제와 연관되어서는 곤란한다. 내용면에서, 즉 논지와 논거의 핵심을 관통하는 내용으로 도입부를 시작해야 읽는 이가 금세 글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 도입부의 흡인력과 주목도는 내용의 차별성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서 복지 논쟁 가운데 하나인 ‘선별적 복지가 타당한가, 아니면 보편적 복지가 타당한가’라는 논제가 있다고 해보자. 흡인력이나 주목도가 떨어지는 도입부는 복지 논쟁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하고 평면적으로 정리하는 글이다. 세계사를 훑어보면서 복지의 역사를 자세히 쓰는 식으로 도입부를 전개하는 것도 글을 지루하게 한다. 대신 보편주의나 선별주의 복지철학이 왜 중요하고 타당한지를 보여주는 상황이나 이론을 소개해주는 것이 글에 힘을 준다. 시사점을 많이 담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요컨대 자신이 글을 통해 말하려는 메시지(논지·논거)의 핵심과 직접 연결되는 내용 가운데 글을 효과적으로 열어젖힐 수 있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전체 글과의 통일성에 자신이 없다면 전개부와의 연관성을 최대한 높이는 게 차선책이다. 한 문단 정도로 도입부를 짧게 쓰는 게 필요하다. 두 문단으로 나눌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둘째 문단은 첫 문단을 보충설명해주는 동시에 본론으로 이어지는 가교 구실을 하도록 해야 한다.

첫 문장을 인상적으로 쓰는 것도 상큼한 도입부의 필수요건이다. 가장 이상적인 첫 문장은 누구도 예상 못한 내용으로 꾸며질 때 만들어진다. 그러려면 구체성을 띤 내용이 좋다. 선언문이나 정언명제로 보이는 문장은 좋지 않다. 거부감과 식상함을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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