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학사모, 교사집앞 시위계획도…소송취하 유도 뜻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한 교사들의 명단을 누리집에 공개한 학부모단체가 전교조 교사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져 배상금을 물게 되자 교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찾아가 시위를 벌이고 나섰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부산지부 회원 150여명은 9일 아침 7시부터 8시40분까지 전교조 조합원 10명이 근무하는 부산 ㄱ초교 뒷문에서 ‘전교조를 해체하라. 전교조 교사 퇴출하라’는 등의 문구를 적은 펼침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등교하던 학생들은 어른들의 시위를 보고 어리둥절해했으며, 일부 학생들이 등교에 불편을 겪자 학교 쪽은 이들에게 길을 터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학사모 부산지부는 10일과 11일에도 아침 7시부터 전교조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ㅇ중과 ㄷ고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며, 10일부터 월~금요일 오후 5~8시와 토·일요일 오전 10~12시 전교조 교사들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학사모 회원들의 이런 행동은 부산지법이 최근 전교조 교사 167명이 학사모 부산지부 상임대표 최상기(56)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교조 쪽은 최씨가 부산고법에 항소를 했지만 1심 판결이 뒤바뀔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집단행동으로 소송 취하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 교사 167명은 지난해 5월 최씨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누리집에 올라온 전교조 등 5개 교원단체에 가입한 부산 지역 교사 1만5000여명의 명단을 학사모 누리집에 공개하자 교사 1인당 100만원씩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부산지법은 지난달 17일 ‘사생활 비밀 누설’을 인정해 ‘원고에게 각 10만원씩 지급하고, 지난해 6월11일부터 재판일까지 연 5% 이자를 물어 줄 것’을 판결했다.
학사모 회원들의 시위 장소로 선택된 ㄱ초교 관계자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평소 업무에 협조를 잘 하는데 왜 우리 학교가 선정됐는지 모르겠다”며 “학부모들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학교까지 와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아이들한테도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 상임대표는 “전교조가 학부모를 상대로 맞대응을 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 앞 시위는 등교 시간 이전에 끝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 부산지부 이상균 사무처장은 “학사모가 순수한 학부모단체라고 하지만 전교조 해체를 공공연히 거론하는 정치적인 집단”이라며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도 모자라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 모든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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